한국관상지원단

2013.03.15 07:47

연중 제28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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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건종 목사 salllee@hanaf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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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께서 다시 여러 가지 비유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하늘 나라는 자기 아들의 혼인 잔치를 베푼 어떤 임금에게 비길 수 있다. 임금이 자기 종들을 보내서, 초대받은 사람들을 잔치에 불러오게 하였는데, 그들은 오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다른 종들을 보내며, 이렇게 말하였다. 초대받은 사람들에게로 가서, 음식을 다 차리고, 황소와 살진 짐승을 잡아서 모든 준비를 마쳤으니, 어서 잔치에 오시라고 하여라. 그런데 초대받은 사람들은, 그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저마다 제 갈 곳으로 떠나갔다.……너희는 네거리로 나가서, 아무나 만나는 대로 잔치에 청해 오너라. 종들은 큰 길로 나가서, 악한 사람이나, 선한 사람이나, 만나는 대로 다 데려왔다. 그래서 혼인 잔치 자리는 손님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마태 22:1-14)



하늘 나라는 혼인 잔치를 베푼 임금에 비유할 수 있다는 첫 구절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하늘 나라를 이 외에 다른 말로 설명할 비유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어린 시절에 들은 천당은 황금 보석으로 꾸며진 궁전 같은 것이었지만, 영적 여정을 걸어가면서 하나 하나 깨달아 가는 것은 내 안에 기쁨이 커져 간다는 것입니다.

오래 전 일입니다. 저녁에 귀가 하다가 작은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떠들썩하게 노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춰 그 광경을 바라보는데, 속에서 주체할 수 없이 울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어린아이들의 신명과 놀이를 보며 내 안에도 그런 것이 있는데, 그 순간 그것이 억눌려 있는 것을 알아차렸던 것이지요. 첫 아들을 낳을 때, 친구들의 “축 득남”이라는 카드를 받으면서 ‘이 일이 내가 기뻐할 일인가 슬퍼할 일인가’ 매우 혼란스러워 했던 적이 있습니다. 내가 살아온 세상은 결코 아름다운 세상이 아니라서, 제 아들의 탄생을 축하해 줄 수 없었습니다. 기쁨이 없이 하는 나의 목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해가 바뀌면 이사를 가는 성도들이 생기고, 그들이 교회도 옮기게 되는데, 교회를 떠나가는 교인들을 보면서 문득 떠나가는 교인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서 있는 자리, 한 가정의 가장의 자리, 한 지역 교회의 목회자라는 것, 그 작은 짐들이 모두 힘겨워 내려놓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오직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그 자리를 지키며 살아왔던 것입니다.

오직 책임과 의무로 버티고 살아온 삶이지만 그것이 얼마나 강하고 질긴지, 얼마 전 긴 피정을 하면서 내가 그 동안 힘겹게 등에 짊어지고 온 가정과 교회와 모든 것을 내려놓고자 하는데, 내려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동안 내가 어떻게 지켜온 것인데…’하는 집착이 얼마나 강하던지요. 며칠을 밀고 당기는 씨름을 하던 중, 내 안의 아주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만 하면 됐다. 이제 그 짐을 내게 맡기지 않을래.’

지난 여름에 딸의 친구들이 놀러와서 딸의 친구들과 서해안의 바닷가로 놀러 갔습니다. 아이들이 바닷가에서 노는 것을 물끄러미 오랫동안 바라보며, 말할 수 없는 기쁨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얼마나 아름답고 황홀한지, 지금 이곳이 천상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후에 딸에게 재미있었니? 라고 묻자, 제 딸은 "아빠가 더 재미있어 하던데.." 라고 하더군요.

제가 계룡산 산 안의 마을에 살면서 많은 새들의 소리를 듣습니다. 어떤 새는 아주 아름다운 노래를 하고, 어떤 새는 듣기에 너무 고통스런 소리를 내는 새도 있고, 슬픈 노래를 하는 새도 있습니다. 그런데 하늘 나라에서는 평생 불러왔던 노래가 바뀔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혼인 잔치의 주인공으로서 하늘 나라의 기쁨을 ‘노래하는 새’로서 사는 삶이 있다는 것, 내가 바로 그 잔치에 초대받았다는 것, 더구나 변두리 인간, 병든 영혼인 나에게 이런 은총이 주어졌다는 것, 이것이 복음입니다. 이것이 하늘 나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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