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상지원단

2013.06.16 00:48

연중 제11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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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방식 목사 bsot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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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를 더 사랑하겠느냐

 

한 바리사이파 사람이 예수님을 자기 집으로 초대하였다. 예수님께서 그 집에 들어가 잡수실 때에 한 여인이 그 곳에 불쑥 들어왔다. 그녀는 예수님 뒤에 서서 울기 시작하였고, 떨어지는 눈물이 예수님의 발을 적셨다. 흐르는 눈물 속에 수많은 사연이 담겨져 있어 보인다. 여인은 자기 머리털로 예수님의 발에 떨어진 눈물을 닦고서는 예수님의 발에 입을 맞추고 향유를 부었다. 이 광경을 보고 있던 바리사이파 사람이 속으로 생각하기를 이 사람이 선지자라면 저 여인이 어떤 사람이고 얼마나 큰 죄인인 것을 알 것인데, 그녀를 받아주시는 것을 보니 선지자가 아니구나 하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바리사이파 사람의 생각을 간파한 예수님께서 비유 하나를 말씀해 주셨다.

 

두 사람이 한 돈 놀이꾼으로부터 각각 오백 데나리온과 오십 데나리온의 돈을 꾸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갚을 능력이 없었고, 감당할 수 없는 빚에 짓눌리던 중에 돈 놀이꾼이 빚을 모두 다 탕감해 주었다. 이에 누가 더 감사하겠는가라는 예수님의 물음에 바리사이파 사람은 더 많이 탕감을 받은 자라고 답한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바리사이파 사람을 향하여 당신은 나를 초대해 놓고 발 씻을 물을 주지도 않았고, 발에 입을 맞추지도 않았으며, 내게 감람유도 바르지 않았으니 얼마나 홀대한 것이냐고 말한다. 바리사이파 사람이 예수님께 사랑과 존중을 보이지 않은 것이 바로 그에게 용서받은 감격이 적다는 증거이다. 바리새인이 곧 오십 데나리온을 탕감 받은 자와 같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반면에 여인은 대단한 감사와 사랑을 예수님께 표현했다. 울면서 머리털로 발을 닦는 것은 여성이 할 수 있는 최상의 감사 표현이다. 머리털이 여인의 왕관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여인은 그 왕관을 주님을 위해 드린 것이다. 발에 입을 맞추는 것은 사랑과 복종을 의미한다. 여인은 주님의 발에 입을 맞추고 비싼 향유를 부었다. 머리에 살짝만 바른 것이 아니라 발에 통째로 쏟아 부었다. 그러한 행동이 바리사이파 사람의 눈에는 낭비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것은 여인이 예수님께 가진 넘치는 감사와 사랑의 표현이었다. 사랑은 아까워하지 않는다. 사랑에는 낭비란 없는 것이다. 다 퍼주고도 또 줄만한 것이 없을까하고 더 찾는 것이 사랑이다. 죄인 중에 괴수인 우리에게 베푸시는 하느님의 사랑이야말로 가장 큰 사랑의 낭비가 아니겠는가? 실제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시는 그 사랑에 우리가 값을 매길 수는 없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신앙의 문제는 바로 바리사이파 사람 시몬처럼 용서받은 감격과 감사하는 마음이 없는 것이 아닐까를 생각해 본다. 우리의 마음은 이 바리사이파 사람처럼 오래전에 체험했던 주님의 사랑과 용서의 감격이 어느 때부터인가 사라져버렸고, 주님께 대해서나 주님이 주신 삶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도 희미해져 버렸다. 우리는 더 이상 사랑으로 우리 자신이나 이웃을 보는 것이 아니라 선입견이나 편견으로 사람들을 보고 다른 사람의 행위를 판단한다. 더 이상 우리는 관상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나의 생각, 세상의 가치가 주도적으로 작용하는 표면적인 의식수준에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감사와 감격이 없다는 것은 우리의 신앙이 병들었다는 증거이다. 감사하는 마음은 자신의 부족함을 느끼는 마음, 다시 말해 하느님이 주신 은혜를 자각하는 마음이다. 우리는 거룩한 존재가 되기 원해서 기도한다. 그러나 성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이나 삶이 완전해지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성인의 삶이란 우리의 행위가 완전해지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연약함과 부족함을 철저히 느끼는 삶을 말한다. 하느님 앞에 설 때마다 자신의 죄인 됨을 철저히 고백하는 것이다. 우리가 하느님 앞에서 우리 자신이 죄인임을 깨달을 때, 놀랍게도 하느님께서 무조건적인 용서와 사랑을 우리에게 베풀어 주셨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우리 자신의 선함이 아닌 하느님의 무한하신 사랑과 자비를 전적으로 신뢰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된다. 그리하여 우리도 여인처럼 주신 은총을 가슴에 담고 주님과 세상, 그리고 우리 자신을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사랑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이신 주님! 하느님께서 저희 각자에게 베풀어주신 크신 용서와 사랑을 묵상합니다. 놀라우신 은총을 망각하고 살아가는 저희를 불쌍히 여기시어 우리가 잊어버린 주님의 크신 은혜를 온전히 깨달아 용서받은 감격과 감사를 회복하고 사랑으로 부르심에 응답하는 삶을 살게 도와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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