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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16 19:02

사순 제5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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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성공회 변승철 요한 신부 yule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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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네 죄를 묻지 않겠다”(요한 8,11)

 

무너진 마음을 주님께서 위로해 주신다.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혀온 여인, 그 여자의 마음이 오죽했겠는가! 부끄러움과 수치심으로 온 몸이 얼어붙어 있었을 것이다. 아니 차라리 그 자리에서 빨리 죽고 싶었으리라. 이 여자가 밟고 서 있는 땅은 너무나 외롭고 슬펐으리라.

우리의 삶은 연약해 졌을 때 어디선가 불연 듯 따스한 바람이 불어온다. 신비스럽고 놀라운 일이다. 깊이 절망하고 있을 때 누군가 다가와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건넨다. 그리고 우리의 가슴은 그 위로의 손길로 파릇한 싹이 돋아나 싱그러운 열정을 되찾는다. 이것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삶의 신비이다.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혀온 여자, 이 여자가 절망으로 무너져 내린 그 곳에 바로 예수님께서 계셨다. 그녀가 한 없이 연약하고 메마른 황무지가 되어 마음 바닥이 다 갈라졌을 때, 바로 그 앞에는 샘솟는 물이 강물처럼 흘러가게 하시는 예수님께서 계셨다. 주님의 현존은 그 자체로 그 여자에게 보호막이 되고 피난처가 된다. 아무도 그 여자를 보호해 줄 수 없지만 주님께서는 당신의 방법으로 이 여자를 지켜주신다.

 

“너희 중에 누구든지 죄없는 사람이 먼저 저 여자를 돌로 쳐라”(요한8,7)

 

주님은 그 여자 앞에서 아무 말 없이 그녀보다 더 낮은 자세로 몸을 굽혀 손가락으로 땅바닥에 무엇인가 쓰고 계셨다. 그 여자보다 높이 계시지 않고 한껏 몸을 굽혀 낮추셨다. 그 낮추신 주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 여자에게는 깊은 위로가 되고, 그 폭풍의 한가운데에서도 잔잔한 평화가 된다. 자신을 낮추신 주님은 수모와 치욕으로 짓밟힌 그 땅위에 당신의 말씀을 새기고 계신다. 상처와 피로 얼룩진 그 땅을 위로하고 계시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말씀은 한 영혼에게 대단한 힘이 되어 새 살이 돗는 말씀으로 새겨진다.

 

“너의 죄를 묻던 사람은 아무도 없느냐?”

“아무도 없습니다. 주님”

“나도 제 죄를 묻지 않겠다.

어서 돌아가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요한8,10-11)

 

아무도 그 여자에게 비난과 상처의 돌을 던질 수 없었다. 주님의 방법으로 철저히 그 여자를 보호하셨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여자는 자신이 버림받은 땅이 아니라 온 몸으로 맞서 돌을 맞아주시는 주님의 돌봄 받는 땅임을 깊이 깨닫는다.

이 여자에게서 흘러나오는 찬미의 노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야훼께서 시온의 포로들을 풀어 주시던 날, 꿈이든가 생시든가!

그 날 우리의 입에서는 함박 같은 웃음 터지고

흥겨운 노랫가락 입술에 흘렀도다“(시편12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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