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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정철 요한 신부 kenosis1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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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은 하느님의 선물이며 세상에 나누어야 할 선물입니다."

즐거운 나의 집 - 페인
미국 뉴욕 항에 대통령과 국무위원을 포함한 수많은 인파가 도열하여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군함이 도착하였고 군악대의 국가 연주와 예포가 울려 퍼졌습니다.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은 모자를 벗고 애도의 뜻을 표했습니다. 군함에서 내린 것은 한 유해였습니다. 1852년 4월 10일 미국의 한 시민이 알제리에서 사망했고 그가 죽은 지 31년이 지났을 때, 미국 정부는 그의 유해를 본국으로 이송해왔습니다. 그는 위대한 정치가도 아니고, 전쟁터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장군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평범한 한 시민의 유해였습니다. 무엇이 그토록 전 국민의 관심을 집중하게 만들었을까요? 그 유해는 '즐거운 나의 집' "홈 스위트 홈(Home Sweet home)"의 작사자 존 하워드 패인(John Howard Pain)이었습니다. 유해를 영접하는 자리에서 대통령은 “그는 우리로 하여금 이 땅에서 무엇이 가장 소중한 일인지, 우리가 지내는 일 가운데 무엇이 가장 가치 있는 일인지를 가르쳐 주었다.” 라고 했습니다. 그가 작사한 단 한 곡의 노래 때문이었습니다. 그 노래 가사가 미국인들에게 무엇이 가장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에 대한 메시지와 감동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 뿐이리/ 내 나라 내 기쁨 길이 쉴 곳도 / 꽃 피고 새 우는 집 내 집 뿐이리/ 오 사랑 나의 집 즐거운 나의 벗 내 집 뿐이리// 고요한 밤 달빛도 창 앞에 흐르면/ 내 푸른 꿈길도 내 잊지 못하리/ 저 맑은 바람아 가을이 어디뇨/ 벌레 우는 곳에 아기별 눈뜨네/ 오 사랑 나의 집 즐거운 나의 벗 내 집 뿐이리"
미국 남북전쟁 당시 가장 치열했던 전투는 북부 연합군 1만 2천 명, 남부동맹군 5천 명의 사상자를 낸 1862년 버지니아의 레파하녹크 리버 전투였습니다. 이 전투에서 양쪽 진영은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낮에는 전투를 하고 밤에는 군인들의 사기를 북돋기 위해 매일 밤 음악회를 열었는데, 어느 날 밤 북군의 군악대는 “Home Sweet home"이라는 아주 특별한 곡을 연주했습니다. 그 멜로디는 바람을 타고 전장의 진영으로 울려 퍼졌습니다. 그 순간 그리운 가족, 연인에게 편지를 쓰고 있던 군인들은 사무친 그리움을 견디지 못하고 텐트 밖으로 뛰쳐나와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 뿐이리." 이 멜로디는 강 건너편에 주둔하고 있던 남부군 진영에도 울려 퍼졌습니다. 그러자 남부군 군악대도 덩달아서 이 노래를 연주하고 남부군 병사들도 다 함께 합창을 했습니다. 그들은 상대방이 적이라는 것도 잊어버리고 강가로 뛰어나와 서로 얼싸안고 모자를 하늘 높이 던져 올리며 환호했습니다. 서로 적이라는 것도 잊어버리고 저렇듯 환호를 하니 더는 전쟁을 할 수 없어서 24시간 휴전을 선언하였고 그동안 서로 고향의 가족들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합니다.
‘즐거운 나의 집’이란 노래 앞에선 아군과 적군도 하나가 되었습니다. 멀리 고향을 떠나 지친 여정에 가장 힘이 나는 말은 따뜻한 가정이었습니다. ‘고향, 가정’은 모천으로 회귀하는 연어처럼 최후엔 누구나 돌아가고 싶어 하는 본향이 아닐까 합니다. 긴장이 감도는 적지에서 서로에 대한 적대감을 따뜻하게 녹여준 노래, ‘즐거운 나의 집’은 그런 사연 때문에 더욱 감동을 주며 유명해진 노래가 되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홈 스위트 홈’의 작사자 ‘존 하워드 패인’은 정작 집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이 노랫말은 그가 프랑스 파리에서 무일푼으로 비참하게 거리를 배회할 때 쓴 것입니다. 그는 1851년 3월 3일 C. E 클락에게 보냈던 편지에서 이렇게 심경을 토로하였습니다. “한 번도 내 집을 가져본 적이 없을뿐더러 그런 바람도 없었던 내가 이 세상의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집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 준 사람이 되다니 정말 이상한 일이야” 그는 이 편지를 쓴지 1년 뒤 1852년 4월 10일 북아프리카 알제리의 튀니지에서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며 가정을 그리워하다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가정은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하느님의 첫 번째 선물은 생명과 함께 가정입니다. 우리가 그 선물을 잃어버리거나 누려보지 못해서 그 선물의 소중함을 깨닫기보다 이미 누리고 있는 것을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요? 존 하워드 패인은 지구 방방곡곡을 떠돌아다닌 방랑자였기에 가정이 얼마나 소중한 선물인지를 더욱 뼈저리게 느꼈을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가사에는 가정의 그리움이 진하게 배여 있습니다.
1독서와 2독서에서는 하느님 안에서 가정생활을 말하고 있습니다. 특히 2독서 콜로 3,15-17절은 하느님 안에 가정생활에 대해 말하기 직전에 각절마다 한번씩, 세 번씩이나 감사하기를 초대합니다. "감사하는 사람이 되십시오."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느님께 시편과 찬미가와 영가를 불러 드리십시오." "말이든 행동이든 무엇이나 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하면서, 그분을 통하여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를 드리십시오."
그리스도인 가정생활은 먼저 가정을 하느님이 주신 선물로 알고 감사하는 것입니다. 감사가 살아있을 때 사랑도 존경도 신앙도 살아있는 가정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나자렛 성가정에서 그 모범을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성모님은 엘리사벳을 만나고 마리아의 노래를 부릅니다. 그 노래는 기쁨과 찬미로 하느님께 대한 감사가 가득합니다. 한 처녀로서의 기쁨과 감사만이 아니라 이제 한 가정의 어머니로서의 찬미와 감사입니다. 요셉도 천사의 말을 듣고 기꺼이 이 가정을 받아들이고 오늘 복음에서처럼 하느님께 봉헌하러 예루살렘까지 올라갑니다. 하느님의 선물로 받아들이지 않고서는 그렇게 할 수 없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은 이 가정은 너무나 부서지기 쉬운 가정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가정은 하느님이 선물하신 성가정이 되었습니다. 우리 가정 안에 어떤 결점과 한계가 있다하더라도 하느님의 선물로 받아들입시다. 불평하고 원망할 수 있는 가정이라도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할 수 있지 않을까요?

성가정은 그 선물을 세상에 나눕니다.
성가정은 하느님의 선물을 그 가정 안에 가두어두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세상을 향해, 세상을 위해 그 선물을 나눕니다. 성가정은 예수님을 품어 안을 뿐만 아니라 세상에 내어놓습니다. 하느님의 선물은 나눔 안에서 더 큰 열매를 맺습니다. 성가정은 예수님이라는 선물을 세상에 내어줌으로써 온 인류에게 온 우주에 크나큰 선물이 되게 하였습니다. 은총은 가두면 죽습니다. 성가정이라는 하느님의 선물은 그 가정 안에 닫힌 선물이 아니라 세상을 향해 열려있는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우리 각 가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가정만을 위한 선물로 가두어서는 안됩니다. 그리스도인 가정은 성가정의 모범에 따라 세상을 위해 내어주는 나눔이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은 영원한 가정을 선물하십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선물인 가정을 더 넓은 영역으로 확장시킵니다. 누가 예수님께 “ 스승님의 어머님과 형제들이 스승님을 뵈려고 밖에 서 계십니다.” 하고 알려 드리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 내 어머니와 내 형제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이 사람들이다.” (루카 8,20-21)고 선언하십니다. 더욱이 우리를 삼위일체이신 영원한 분의 가족이 되게 하십니다. "아버지, 아버지께서 제 안에 계시고 제가 아버지 안에 있듯이, 그들도 우리 안에 있게 해 주십시오." (요한 복음서 17:21) 이제 인간은 하느님 안에서 영원한 가정을 누리게 됩니다. 사도 바오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이제 더 이상 외국인도 아니고 이방인도 아닙니다. 성도들과 함께 한 시민이며 하느님의 한 가족입니다." (에페소 2:19) 성가정은 가정을 하느님의 선물로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그 선물을 세상을 위해 내어놓고 온 인류를 감싸안는 하느님의 영원한 가족이라는 선물을 주십니다. 참으로 가정이라는 이 큰 은총과 선물에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한해를 마무리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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