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상지원단

2013.03.14 23:25

성모승천 대축일

조회 수 3776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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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임상교 신부 andreak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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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장소는 지리산으로 정했습니다. 둘레길을 걷고 싶었고, 자신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휴가가 필요한 것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휴가 장소를 되도록 한적한 곳으로 잡습니다.
둘레길을 걸으면서 창조하신 하느님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의 창조적 삶을 통하여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창조성이라는 은총은 삶을 통한 적용과 수용에서 그 폭이 커지는 것이겠지요.

낚시를 했습니다. 10여년 만에 낚시채를 들었습니다. 사실 낚시에 맛들일 즈음 손 끝에서 전해지는 감각- 손 맛이라고 합니다 -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낚시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 때 든 생각은 하나의 오락거리로 생명을 취해도 되는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살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 사제가 되었는데 취미로 죽이는 행위를 하고 있다니!”

그런데 낚시를 다시 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고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리산 계곡에 물살이 제법 빠른 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잡히라는 물고기는 잡히지 않고, 눈에 들어온 것은 주변의 경치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물살이 강해서 들리는 소리인가 했는데, 아니었습니다. “쿵”, “쿵” 하는 소리가 시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들려왔습니다. 그러더니 제가 앉아있는 커다란 바위 아래에서도 들리는 것입니다.

다음 날 궁금해서 낚시를 했던 장소로 다시 나갔습니다. 그런데 헷갈립니다. 장소는 여기가 맞는 것 같은데, 익숙한 풍경이 아니라 변화된 모습입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달라졌다면 어제 무슨 일이 있었나 하고 넘어가면 되는데, 있는 것은 그대로인 것 같은데 어제와는 다릅니다. 그러면서 다시 소리가 들립니다. “쿵”, “쿵”

그제야 생각하게 됩니다. “아, 땅이 살아 움직이는 구나!” “저 물이 바위를 움직이게 하고, 움직임을 땅이 살아있는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구나” “내가 살아 있는 것은 살아있는 땅위에서 내가 서있기 때문이구나”

성모님의 삶생명의 움직임을 통하여 바라봅니다. 당신 자신의 삶 안에 하느님의 생명을 수용하신 어머니는 이제 엘리사벳을 찾아 기쁨을 공유하십니다. 이 기쁨의 공유는 단지 두 여인의 위안이 아닙니다. 하느님 손길에 의해 시작된 생명의 시작을 뜻합니다. 그러기에 태중에서 아기가 기뻐 뛰며, 내 영혼이 하느님을 향한 마음에 기뻐합니다.

우리가 누리는 생명은 생명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내 생명의 바닥이 계시기에 내가 그 위에서 생명을 삽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십시오. 내가 서 있는 바닥이 생명이 아니라 죽음이라면, 나의 생명은 어떻게 될까?

우리는 삶의 바닥으로 생명을 수용해야 합니다. 성모님께서 하느님을 바닥으로 수용하시어 생명 자체를 잉태하셨듯이... 나의 바닥은 과연 생명입니까? 아니면 다른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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