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상지원단

2013.03.15 08:01

주님 공현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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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정철 요한 신부 kenosis1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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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배와 봉헌

성탄시기에 매일 구유경배를 했습니다. 구유 앞에서 기도하고 있으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내적인 자유를 맛봅니다. 제 자신이 동방박사가 되어 아기 예수님께 무릎을 꿇고 경배하고 그분께 제 자신을 봉헌하는 의미로 제 빈손을 들어올리는 기도를 드림으로써 계시의 빛에 제 마음을 엽니다. '무릎 꿇고 경배'하는 행위와 '자신을 바치는 내미는 빈손' 즉 경배와 봉헌이 하느님께 동의와 승복의 행위임을, 참된 자유의 행위임을 깨닫게 됩니다.

"향심 기도는 하느님께 동의하며 승복하는 것이다."( 마음을 열고 가슴을 열고,토마스 키팅, 엄무광 새 번역, 39) "순수한 믿음은 궁극적 신비이신 그분을 있는 그대로, …존재하시는 그대로의 그분께 우리가 동의하고 승복하는 것이다."(115. )

경배

"아기를 보고 땅에 엎드려 경배하였다." "경배하다"에 해당하는 희랍어 단어는 '프로스키네오'이다. 이 말이 신약에 59번이나 나옵니다. 이 낱말은 '경배하다'는 의미 외에 '무릎을 꿇다', '엎드려 절하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이 낱말은 정신적 의미와 육체적 의미를 따로 떼어 구분할 수 없다. … 두 가지 측면이 한 낱말에 녹아 합쳐진 것은 그 둘이 서로를 수렴하기 때문이다."(전례의 정신, 라칭거 추기경)

경배는 육체적인 무릎을 꿇는 행위와 정신적인 예배행위 모두를 포함하는 사람의 전인적인 행위입니다. 이스라엘인들에게 무릎은 곧 힘을 상징했습니다. 따라서 무릎을 굽힌다는 것은 살아 계신 하느님 앞에서 우리의 힘을 굽힌다는 뜻입니다. 우리의 모든 것이 하느님께로부터 비롯되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전적인 승복의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경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기도는 올리브 동산에서 이루어진 예수님의 기도입니다. 루카는 예수님이 "혼자 가시어 무릎을 꿇고 기도하셨다."(루카 22,41)고 합니다. 이 자세는 예수님이 아버지 하느님께 완전히 승복하며 아버지의 뜻에 당신을 맡기심을 의미했습니다. 자신의 의지를 아버지의 의지 안에 둡니다. "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루카 22,42) "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 .", 이것이 바로 완전한 동의, 승복이며 구원의 핵심입니다. 여기에 진정한 의지가 있고 진정한 자유가 있습니다.

사막의 교부들에게서 전해진 금언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이 추기경 시절에 쓴 [전례의 정신]이라는 책에 있는 영적으로 유익한 재미있는 내용입니다. 악마가 아폴론이라는 주교에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 악마는 검고 추하며 끔찍할 정도로 비쩍 마른 사지를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주목할 만한 사실은 '악마에게는 무릎이 없다'는 것입니다. 무릎을 꿇을 수 없는 것, 이것이야말로 악마의 본질을 드러냅니다. 신앙의 여정을 걷는 우리는 무릎 꿇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것은 승복하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봉헌

"또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 그런데 이 예물들은 평소에 필요한 물건이 아닙니다. 그러면 동방박사들의 봉헌에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 당시 동방법에 따르면 신격화한 왕만이 그런 선물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봉헌의 행위를 통해 당신을 우리의 왕으로 받아들인다는 뜻입니다. 당신의 신하들이니 당신이 바라는 대로 쓰시라는 것입니다. 이 예물을 봉헌하는 이들이 왕의 백성임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자신들의 생사가 왕에게 달렸음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그 모두를 아기 예수님께 봉헌합니다. 그러기에 그들의 손은 위를 향해 열려있는 빈손이 됩니다.

동방박사들이 봉헌한 빈손은 하느님을 하느님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열려있는 마음입니다. 자신을 바침으로써 자유로운 손, 은총의 빛으로 가득 찬 빈손입니다. 빈손은 온전한 동의의 몸짓이며 승복의 행위라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을 봉헌한 빈손의 이미지를 우리는 소화 데레사 성녀에게서 볼 수 있습니다. "손의 이미지는 데레사의 생애가 어떻게 발전되어 갔는지를 시사해 준다. 처음에 손은 무엇인가를 잡으려고 애썼다. … 무엇인가를 움켜쥐려고 아래로 향한 손바닥. 그러나 서서히 변화가 일어난다. 손바닥은 위를 향하게 되고, … 이제 손은 펴지고 스스로를 바친다. 모두를 내놓고, 대신 모두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 여기에 이르기까지는 거의 전 생애가 필요했다."(빈손, 콘라드 드 메스테르) 성녀는 하느님 앞에 서약합니다. "제 목숨이 다하는 날, 저는 빈손으로 당신 앞에 나아가겠나이다. "

우리도 별빛이 됩시다.

동방박사들은 경배와 봉헌을 통해 계시의 빛에 동의와 승복을 합니다. 이제 동방박사들은 헤로데의 길과는 "다른 길로 자기 고장에 돌아갔다."(마태 2,12)고 합니다. 그 다른 길은 아기가 되신 하느님의 길이며, 완전히 동의하고 승복하는 영적 어린아이의 길입니다. 향심기도를 통해 우리가 걷는 영적 여정은 세상의 길과는 다른 길로 본래의 고향에 돌아가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방박사들은 자신들이 걸은 다른 길로 또 다른 별빛이 되어 우리를 자유의 길, 생명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향심기도 가족 여러분, 주님께서는 우리 또한 세상과는 다른 길을 걸어 또 다른 별이 되기를 바라십니다. 우리도 이웃한테 그분이 주신 빛을 비추어 영원한 생명의 길로 인도하길 바라십니다.

기도

"예수님의 이름 앞에 … 다 무릎을 꿇고 … 하느님 아버지께 영광을 드리게"(필립 2,10-11) 하소서. "모든 민족들이 그를 섬기게 하소서."(시편 72,11)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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