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상지원단

2013.03.14 22:53

사순 제4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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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청준 신부 fxaveri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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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나웬의 저서 『탕자의 귀향』에 나타난 내용을 발췌 인용하면서 묵상해보고자 한다.

“며칠 뒤에 작은아들은 자기 것을 모두 챙겨서 먼 고장으로 떠났다.” 집을 떠난다는 것은 내 존재의 모든 면에서 하느님께 속하며, 하느님께서 영원한 포옹으로 나를 감싸주시고, 사실 나는 그분의 손길로 만들어졌고 그분의 보호 아래 살고 있다는 영적 현실을 부인하는 것이다.

가정은 내 존재의 중심이다. 거기서 나는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에게 내 은혜를 베푸노라”라는 음성을 들을 수 있다. 그 음성은 첫 번째 아담에게 생명을 주셨고 두 번째 아담인 예수님에게 말씀하시던 그 음성이다. 같은 음성이 하느님의 자녀에게 들리고 있으며 빛 가운데 있으면서도 여전히 어둠 속에 사는 이들을 자유롭게 하시는 음성이다. 분노, 분개, 질투, 복수심, 색욕, 탐욕, 적개심 그리고 경쟁 이런 것들이 바로 내가 집을 떠났다는 확실한 증거다. 매순간 내 마음 속에서 진행되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면, 하루 동안에도 내가 실제로 이런 어두운 감정과 격정과 느낌들로부터 사실상 자유로울 수 있는 순간들은 거의 없다는 것을 발견한다.

내 마음 속 가장 깊은 갈망을 만족시켜줄 수 없기 때문에 중독을 조장하는 것은 세상이다. 중독은 현대 사회에 깊숙이 침투해 있는 상실감을 설명해 주는 가장 좋은 단어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중독 상태에서 세상이 자기만족의 열쇠로 주장하는 것에 의지한다. 그 열쇠란 부와 권력의 축적, 지위와 영예의 획득, 산더미같은 음식과 음료수, 색욕과 사랑의 구분 없는 성적 만족 등이다.

중독이 증가하는 이 시대에, 우리는 우리 아버지 집에서 멀리 떠나 방황하고 있다. 중독된 삶은 곧 “먼 고장”에서 사는 삶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바로 거기에서 구원을 향한 우리의 울부짖음이 생겨난다. 나는 매번 그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무조건적 사랑을 찾아 해매는 탕자이다. 나는 하느님께서 주신 은사(건강과 지적이고 감성적인 은사)들을 하느님 영광을 위해 발전시켜 나가지 않고, 그것으로 사람들에게 감명을 주고, 인정과 칭찬을 얻으려 하고, 상을 받기 위해 경쟁하는 내 모습에 놀란다. 그렇다. 나는 종종 그것들을 “먼 고장”으로 가지고 가서 그것의 진짜 가치를 알지 못하는 이기적인 세계를 섬기는 일에 사용하곤 한다. 그것은 마치 내 자신과 또 나의 세상을 향해 ‘나는 하느님의 사랑이 필요 없다’, ‘나는 내 스스로 인생을 창조할 수 있다’, ‘나는 완전한 독립을 원한다’는 것들을 입증해 보이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 모든 것의 저변에는 거대한 반역, 즉 아버지의 사랑에 대한 철저한 “아니오”와 “나는 당신이 죽기만을 바랄 뿐이오”라는 소리 없는 저주가 깔려 있다. 탕자의 “아니오”는 아담이 저지른 최초의 배반을 반영한다. 나는 너무나 사랑을 받고 있기에 집을 떠날 수 있는 자유를 허락받았다. 축복은 처음부터 거기 있었다. 나는 그것을 떠났고 계속 떠나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언제나 나를 받아들이기 위해 팔을 벌린 상태로 지켜보시며 내 귀에 대고 또 다시 속삭이신다.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 너에게 내 은혜를 베푸노라.” 아버지의 보호와 총애를 받았던 작은 아들은 자기 아버지와 자기 집안의 그늘을 벗어나 자기 인생을 살기로 결심한 채 대단한 자신감과 돈을 가지고 집을 떠났다. 그러나 그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이 되돌아온다. 그의 돈, 그의 건강, 그의 명예, 그의 자존심, 그의 평판 등 모든 것을 탕진하였다. 그는 정말로 버림받은 자였고, 결국 그를 정신차리게 만든 것도 바로 그 처절한 상실감이었다. 그 위기의 순간에 그로 하여금 생명을 선택하게 한 것은 바로 자신의 가장 깊은 자아의 재발견이었다.

작은 아들의 귀향은 비록 아들로서의 품위를 상실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아들이라는 사실을 재주장하는 바로 그 순간에 일어난다. 자신을 돼지 만큼만이라도 취급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자신에게 있음을 알고 나서 그는 돼지가 아니라 인간, 그것도 아버지의 아들이었음을 깨달았다. 이러한 깨달음이 그로 하여금 죽음 대신 삶을 선택하는 기초가 되었다. 그러나 집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아들은 아버지께 해야 할 말을 준비한다.

나의 영적 여정이 과거에 대한 죄의식과 미래에 대한 걱정들로 가득 차 있음을 본다. 나 자신은 무익한 존재라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내 스스로 그 아들이 속해야 할 곳과는 동떨어진, 낮은 곳을 바라본다. 완전하고 절대적인 용서에 대한 믿음이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하느님께서는 나에게 아들의 신분을 완전히 회복시켜 주시려 하는데, 나는 품팔이꾼으로 남게 해달라고 한다. 그것은 생존가능성을 제공해 주는 자기 위주의 회개에 불과하다. 이러한 하느님은 호된 심판의 하느님으로 비추어진다. 이런 하느님은 나에게 죄책감과 걱정을 갖게 하고 내 마음 속에 자기 위주의 변명을 준비하게 만든다. 이런 하느님께 복종하는 것은 진정한 내적 자유를 가져다주지 못하고 오로지 비참함과 후회를 불러일으킨다. 분명한 것은 돌아가기 위한 출발점과 도착할 점까지는 거리가 있고, 이 거리를 지혜롭게 여행해야 할 뿐만 아니라 훈련을 겸하여 여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 훈련이란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가는 것이다. 이제 예수님께서 친히 우리를 위하여 탕자가 되신 그 신비를 생각해보자. 그분은 하늘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낯선 고장으로 가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다 버리시고, 십자가를 통하여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셨다. 그분이 행하신 이 모든 일은 패역무도한 아들이 아니라, 순종하는 아들로서 행하셨고 잃어버린 자녀 모두를 집으로 인도하기 위해 하신 일들이었다. 자신이 죄인들과 함께 있는 것을 보고 비난하던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신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말씀처럼 몸소 길고도 고통스런 여정을 사셨다. 그분은 죄를 모르시는 분인데 우리를 대신하여 죄인이 되신 분(2코린 5,21 참조)이 아닌가? 그분이야말로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 사람들과 같이”(필립 2,6-7) 되신 분이 아닌가? 그분은 십자가 위에서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마태 27,46)하고 부르짖으셨던 죄 없으신 하느님의 아들이 아니신가?

믿음의 눈으로 볼 때, 탕자의 귀향은 만백성을 당신께 이끌어 들여 그들을 하늘 아버지의 집으로 이끄시는 하느님의 아들의 귀향이다(요한 12,32 참조). 작은 아들보다 더 어려운 회개가 바로 집에 머물러 있던 큰 아들의 회개다. 큰 아들은 불만을 토로함으로써, 그의 불만 속에서 순종과 책임은 짐이 되어 있었고, 섬김은 종살이가 되어 있었다. 외형적으로 큰 아들은 흠이 없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작은 아들의 귀향을 기뻐하는 아버지와 맞닥뜨려졌을 때, 어둠의 힘이 내면에서 분출하면서 끓어올랐다. 분노와 교만과 무례함과 이기심에 사로잡힌 한 인물이 갑자기 두드러지게 등장한다. ‘정의로운 사람들’과 ‘올바른 사람들’ 가운데 더 많은 원망이 있다. ‘성도들’ 가운데 훨씬 더 많은 판단과 비난과 편견이 있다. ‘죄’를 피하려는 사람들 가운데 냉혹한 분노가 더 많이 있다. 작은 아들이 그 잔치를 어떻게 받아들였고 아버지와 어떤 식으로 함께 살았는지에 대해 알지 못하며, 큰 아들이 동생이나 아버지와 화해하고 자기 자신과 과연 화해했는지 알지 못한다.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아버지의 마음이다. 그것은 바로 무한한 자비의 마음이다. 이 비유는 우리에게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영적 선택 가운데 하나와 직면하도록 한다. 그것은 모든 것을 용서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신뢰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선택이다. 그 선택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내 자신이다. 나에게 불가능한 것이 하느님께서는 가능하다. 하느님과 함께라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 하느님께서는 돌아온 아들에게 생명을 주고 싶은 열망이 너무도 강하시어 참을성 없는 분처럼 보일 정도다. 그 어떤 것도 충분치 않다. 최고를 그에게 주어야 했다. 아들이 품팔이꾼의 한 사람으로 취급당할 준비를 한데 반해, 아버지는 특별 손님을 위해 준비된 고급 옷을 가져오라고 시키신다. 아들은 한사코 아들이라 불릴 자격이 더 이상 없다고 느끼는데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그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고 그의 발에 새 구두를 신겨 줌으로써 그를 자기의 사랑하는 아들로 인정하고 자신의 상속자의 신분을 회복시켜 주고 있다. 아버지가 종들에게 옷과 반지와 신발을 가져다가 아들에게 입히라고 명하면서 “어서”라는 말을 하고 있는데, 이 말은 사람의 성급함을 표현하기보다는 더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이것은 태초부터 준비되어 있었던 새로운 하느님 나라를 시작하고 싶은 하느님의 열망을 보여준다. 아버지의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이 확연이 나타난다. 모든 것을 준비하라고 명령을 내린 후에 그 아버지는 “먹고 즐기자. 나의 이 아들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고, 내가 잃었다가 도로 찾았다.”라고 외치면서 곧바로 축하잔치를 시작했다.

하느님께서는 자신의 기쁨을 혼자만 즐기고 싶어하지 않으신다. 모든 사람들이 그 기쁨에 동참하기를 원하신다. 하느님의 기쁨은 그분의 천사와 성도들의 기쁨이며, 더 나아가 천국에 속한 모든 사람들의 기쁨이다. 하느님은 기뻐하신다. 세상 문제가 다 해결되었기 때문도 아니며, 모든 인간의 고통과 고난이 끝났기 때문도 아니고, 수천 명의 사람들이 회개하고 이제는 그분의 인자하심을 찬양하기 때문도 아니다.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는 이유는 잃어버렸던 자녀들 중의 한 사람을 찾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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