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상지원단

2013.03.14 21:23

연중 제3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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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행도 가를로 신부 munyman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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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복지원에 새둥지를 튼 지 거의 한 달이 되어가면서 제 생활도 자리를 잡아 가고 있습니다. 제 자랑 같아서 말씀드리기가 좀 그렇습니다만 이곳에서의 저의 하루는 일찍 그리고 바쁘게 시작됩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한 시간 동안 성무일도와 향심기도 등 기도를 바치고 6시부터 7시까지 복지원 주위로 걷는 운동을 합니다. 7시 복지원 식구들의 아침식사가 시작되면 아침을 드시는 식구들과 아침인사를 나누며 간밤에 잘 주무셨는지, 식사는 제대로 하시는지 살펴봅니다. 그리고는 식구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1층 남자화장실 청소를 하고 청소가 끝나면 사제관으로 돌아와 출근준비를 합니다.
8시에 사무실로 나와 직원들(18명)이 출근하면 마실 커피를 뽑아 놓고 원장실에서 업무준비를 하지요. 이러한 저의 일과 중에 제가 작심하고 하는 것은 화장실 청소와 직원들을 위한 커피 준비인데, 제 나름대로 의미를 담아서 하고 있습니다.
신학생 시절 샤를 드 후꼬 신부님의 '사람 서리에서'라는 책을 읽으며 자신이 얼마나 비천한 존재인지를 깨닫기 위해서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가장 하찮은 일을 매일 한 가지씩 하라는 신부님의 가르침에 감명 받아 6년 동안 거의 매일 화장실 청소를 했었고 사제서품 이후에도 계속해 왔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슬그머니 손을 놓았었습니다. 서품후 1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저도 모르는 사이에 타성에 젖어 들었고 몸에도 마음에도 게으름과 교만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입니다.
저는 이곳에 제가 원해서 온 것이 아닙니다. 교구의 인사발령에 의해 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복지원에 대한 선입견과 함께 다소 불편한 마음으로 부임했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와서야 주님께서 저를 이곳으로 부르신 이유를 깨달았습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생업에 종사하고 있던 시몬과 안드레아, 야고보와 요한을 제자로 부르십니다. 단순히 그들을 어부에서 당신의 제자로, 직업을 바꾸도록 부르신 것이 아니라 회개로, 즉 새로운 삶으로 부르신 것입니다. 그 주님께서는 오늘도 저를 제 삶의 현장인 이곳 복지원에서 저를 회개로, 새로운 삶에로 부르고 계십니다. 그리고 저는 그 부르심에 대한 응답의 시작으로 화장실을 청소하고 커피를 준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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