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상지원단

2013.03.14 21:20

주님 공현 대축일

조회 수 3431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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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행도 가를로 신부 munyman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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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향심기도 소개피정을 할 때마다 강조해서 말씀드리는 것은 침묵의 중요성입니다. "너희는 멈추고 내가 하느님임을 알아라."(시편 46,11)는 말씀처럼 하느님을 알기 위해서는 조용히 있어야, 즉 침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현대인들의 불행의 근본적인 원인 가운데 하나는 침묵하지 않는다는 것, 아니 침묵할 겨를이 없다는 것입니다.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하루 24시간 중에서 잠자는 시간 빼고 스스로 침묵(외적침묵 뿐만 아니라 내적침묵까지)하는 시간이 과연 얼마나 있는지. 때때로 고요히 머무르는 시간을 가지려해도 주위 환경(특히 휴대폰)이 가만두질 않습니다. 또한 "요즘 바쁘시죠?"라는 말이 일상적인 인사말이 되었듯이 바쁘게 살아가는, 바빠야만 하는 우리의 일상이 우리로 하여금 고요히 머물 생각조차 못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수많은 사람들, 심지어 그리스도인들조차도 침묵하는 시간을 갖지 않음은 물론이요 침묵의 중요성과 침묵해야 하는 이유조차 모르고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침묵하지 않기에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도 모른 채 살아가고 있으며 나아가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도 모른 채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리스도교 영성은 자기 자신이 무엇을 해나가는 "능동의 영성"이 아니라 주님의 이끄심대로 살아가는 "수동(수용)의 영성"입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교 영성에 있어 침묵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주님의 뜻을 알아듣기 위해서는 반드시 침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첫 번째 언어는 침묵이다."(토마스 키팅)
그런데 안타깝게도 오늘날의 그리스도인들은 점점 침묵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언젠가 9박10일 피정때 만난 50대 중반의 개신교 목사님은 침묵의 의미나 중요성 등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대침묵을 시작하며 간단하게 도입예식을 했는데 그 때 제가 작성한 침묵에 관한 기도문을 듣고서야 비로소 침묵에 그런 의미가 있는지, 침묵이 그렇게 중요한지 알았다고 고백하시더군요.
우리 가톨릭교회 내에서도 미사전례 중 침묵하는 시간(독서나 복음 선포 후, 영성체 후 등등)이 점점 소홀히 인식되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침묵을 빼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향심기도를 만나서 깊은 침묵기도의 중요성을 깨닫기 전까지는 성체조배시간 등에서 침묵하면서도 깊은 침묵으로 들어가지 못했으며 침묵에 대한 중요성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세상의 구원자로 오신 예수그리스도께서 당신을 세상에 드러내 보이신 신비를 기억하는 날입니다. 오늘 복음을 살펴보면 동방박사들을 주님께로 인도해 준 별이나, 그별의 인도로 주님을 경배한 동방박사들이나 그들의 경배를 받으신 아기예수님 모두 아무 말씀이 없습니다(주님이야 갓 태어난 아가니까 당연한 일이겠지만). 모든 것이 깊고 깊은 침묵 중에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그것을 깨닫지 못한 세상, 헤로데와 수석사제, 율법학자들만이 떠들어 댈 뿐입니다.
동방박사들이 별의 인도로 주님을 찾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아 시간적으로도 분명 밤이었습니다. 밤! 모든 것이 잠든 깊고 깊은 침묵 가운데 주님은 당신을 세상에 드러내 보이신 것입니다.
동방박사들을 주님께로 인도해 간 별처럼 깊고 깊은 침묵의 기도인 향심기도는 우리를 그분께로 인도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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