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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행도 신부 munyman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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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나 스포츠 중계 외에는 TV를 거의 안보는 편이지만 예전에는 가끔씩 기회가 되면 KBS 1TV에서 하는 가족오락관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곤 했습니다. 그 프로그램에 '고요 속의 외침'이라는 코너가 있는데 출연자들이 시끄러운 음악이 나오는 헤드폰을 쓰고 있다가 뒷사람이 전하는 말을 앞사람에게 전해주는 게임입니다. 그런데 귀에는 시끄러운 음악이 들리니까 말을 전해 주는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가 없고 그 사람의 입 모양으로 전하는 말을 짐작해야 하니 잘못 전하기 일쑤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전해지는 말을 보다 잘 알아 듣기 위해서는 귀에 들리는 음악을 무시하고 말하는 사람에게, 특히 그 사람의 입모양에 관심을 집중해야만 합니다.
오늘 부활 제4주일은 성소주일, 착한 목자주일입니다. 주님께서 자신을 사제로, 수도자로, 일반 신자로 불러주셨음에 감사드리고 불러주심에 맞갖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되돌아 보며 그에 합당한 도우심을 청하는 날이지요. 특별히 사제에게는 자신의 직무수행(삶)을 통해 착한목자이신 예수님의 모습이 얼마나 드러나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하는 날이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사제가 목자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목자는 오직 한 분, 예수 그리스도) 그렇다고 누군가가 삯꾼이라고 하면 그 또한 달갑게 받아 들여지지 않을 것이기에 그냥 일반적인 생각대로 사제가 목자라고 여기겠습니다.
사제가 삯꾼이 아니라 목자이기 위해서는, 사제가 삯꾼인지 목자인지 분간하기 위해서는 그에게 맡겨진 양들에게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를 살펴보면 되겠지요. "그는 삯꾼이어서 양들에게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저는 지금 시골의 조그만 공소에 기거하면서 농어촌 선교를 전담하고 있으며 가톨릭농민회 지도신부도 맡고 있습니다. 알고 계시겠지만 가톨릭농민회는 지난 90년대 초부터 그도안 펼쳐왔던 운동의 방향을 바꾸어 자연을 살리고 사람을 살리는 친환경 농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 주위에도 귀농하여 땅을 일구며 살아가는 젊은 농부들이 제법 있습니다. 사제로서, 그들을 돌볼 책임을 맡은 목자로서 그들에게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스스로 물어 봅니다. 그들에 대한 관심이란 정아무개 농부가 어디에 사는지, 얼마 전 귀농한 서아무개 농부가 무슨 농사를 짓는지 하는 것만을 말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이며 그것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아는 것, 그리고 그에 맞갖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그들에 대한 진정한 관심일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이며 돈이며 제가 가진 것들을 내어 놓아야만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몰라서가 아니라 제 안에서 외쳐대는 거짓자아들의 아우성에 짓눌려 그동안 길들여진 행복을 채우느라 그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인 일과 취미생활 하느라 그들을 돌아 볼 시간이 없고 제 탐욕을 채우느라 그들과 나눌 돈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목자가 아닙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제가 목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지요. 물론 그것이 제 삶에 대한 방패막이가 될 수는 없겠지요. "나는 착한 목자다.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해 자기 목숨을 내놓는다." 양들을 위해 목숨을 내놓는 착한 목자는 아니더라도 양들에게 관심이라도 기울이는 목자는 되어야 할텐데.... 적어도 삯꾼은 되지 말아야 할텐데....
지금은 목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삯꾼이고 싶지는 않고 알바쯤 되려나.... 고민이 깊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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