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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창열 사도 요한신부 ocyjoh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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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 생활 초기에 저는 일종의 영적 위기를 맞이한 적이 있었습니다. 젊은 혈기와 의욕만 앞서 사목활동을 열심히 하기만 하면 된다고 믿었습니다. 모든 일을 철저하게 준비, 계획하고 실행하였습니다. 결과가 좋을 때는 만족과 보람도 컸습니다. 그러나 매사가 그럴 수는 없습니다. 생각대로 잘 되지 않는 때도 많았습니다. 그럴 때에는 실망하고 섭섭한 마음도 컸습니다. 신자들에게 탓을 돌리고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제 생활에 대한 회의(?)를 갖게 되었습니다. 성소를 생각하고 신학교를 지망하고 신학생 시절을 지내고 사제 서품을 받을 때까지 한 번도 그런 마음을 가져본 적이 없었는데, 그 때에는 심각했습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저를 잘 이끌어 주셨습니다. ‘왜 그런가?’ 하고 성찰해 보았는데, 주님께서는 그 위기의 원인을 잘 비추어 주셨습니다. 주님의 도우심으로 크게 두 가지 원인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하나는 모든 영광을 하느님께 돌리기보다는 나 자신의 영광을 위한 삶의 태도에서 비롯되었고, 다른 하나는 기도생활의 부족 때문이었습니다. 이후로는 의무감에서 성무일도를 바치는 수준에서 성체 대전에 머물러 기도하기 시작하였고, 모든 것을 성모님을 통해 주님께 의탁하고 봉헌하는 습관을 길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차차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 맡기고 봉헌하는 만큼 나 자신이 할 때보다 훨씬 더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시는 주님의 능력을 신뢰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저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 신앙의 영적 여정은 성모님을 통하여 주님의 손에 맡기고 의탁하며 봉헌하는 것이며, 기도 또한 온전한 의탁과 봉헌이다.”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향심기도를 통해 수련하는 우리 기도의 여정 또한 온전한 의탁과 봉헌으로 이루어집니다. 향심기도는 내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께 동의하고 내 안에 활동하시는 하느님께 승복하는 지향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단 순간에 좋은 결과만을 기대하는 마음으로는, 이런 순수하고 단순한 신뢰와 믿음 없이는 매일의 영적 여정을 이어갈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의 독서와 복음을 통해 소개되는 두 여인, 사렙타의 과부와 가난한 과부의 봉헌은 우리 영적 여정에 좋은 본보기가 된다 하겠습니다.
자신에게 남은 밀가루 한 줌과 병에 남은 기름 한 방울까지 내어놓았던 사렙타의 과부에게 하느님께서는 엘리야 예언자의 말처럼 밀가루 단지를 비지 않게 해 주시고 기름병을 마르지 않게 해 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께 내어놓는 만큼 채워주십니다. 복음의 가난한 과부도 궁핍한 가운데 가진 것을, 곧 생활비를 모두 다 헌금함에 봉헌하였습니다. 물질이 있는 곳에 마음도 있다고, 가난한 과부는 전적이고 완전한 봉헌을 행한 것입니다.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기면 가장 안전하고 충만해지리라는 믿음에서 그렇게 한 것이겠지요.
내 안에 현존하시고 활동하시는 하느님께 동의하는 지향으로 기도하는 매일의 향심기도 수련을 통해, 우리는 하느님의 기도 봉헌함을 차곡차곡 채워 나갑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기도를 즐겨 받아 주시고 성령의 풍성한 열매 맺는 생활로 채워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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