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상지원단

2013.03.14 21:45

부활 제5주일

조회 수 3541 추천 수 0 댓글 0
Extra Form
작성자 오방식 목사 bsotm@hanmail.ne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요한복음 15:1-8절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 그가 내 안에 내가 그 안에 거하면 사람이 열매를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이라.”

예수님께서 친히 주님은 포도나무이시고 우리는 그 나무의 가지라고 말씀하신다. 가지가 줄기에 붙어있으면, 열매를 많이 맺고, 만약 가지가 줄기에 붙어있지 않으면 아무 열매도 맺을 수가 없다. 이것은 우리가 주님께 붙어 있어야 풍성한 열매가 맺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수님은 거듭 반복하여 우리가 열매를 맺는 삶을 살기위해서 우리는 주님 안에 주님은 우리 안에 거해야 한다고 강조하신다.
그런데 본문 2절에 위의 말씀과 상반되는 내용이 나오고 있다. “무릇 내게 붙어 있어 열매를 맺지 아니하는 가지는 아버지께서 그것을 제하여 버리시고.” 줄기에 붙어만 있으면 열매를 맺는다고 반복하여 말씀하시는 주님께서 열매를 맺지 아니하는 가지를 아버지께서 제하여 버리신다고 말씀하신다. 줄기에 붙어있으면서도 열매를 맺지 못하는 가지가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언뜻 상반되게 여겨지는 주님의 말씀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얼마 전에 포도농사를 지었던 한 분의 설명을 통해 실제적으로 열매를 맺지 못하는 포도나무의 가지에 대하여 생물학적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그 분의 경험에 의하면 포도나무 가운데 양분을 너무 많이 섭취한 나무들은 위로 자라가면서 가지만 무성해질 뿐 열매를 전혀 맺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 경우에는 강하게 가지치기를 해주어야 한다고 하셨다. 이 말을 들으면서 나무가 진정으로 잘 자란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하여 생각해 볼 기회를 가졌다. 그저 양분을 많이 섭취하여 잎이 무성하고 키가 쑥쑥 자라기만 한다고 과연 잘 자라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포도나무가 열매를 맺어야 진정으로 잘 자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어떤 포도나무는 키가 자라고 잎사귀는 무성한 데 열매는 전혀 맺지를 못한다. 어쩌면 우리의 영적인 삶에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을지 모른다. 기도하거나 묵상을 하고 또는 예배(미사)를 드리면서 마치 신앙의 삶을 잘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느끼면서 잘 자라나고 있으려니 생각을 하지만 정작 우리의 삶에서 실제적인 열매가 전혀 없는 삶을 살아 갈수 있다. 자기 비움이나 희생의 삶, 어떤 모양의 섬김도 없으며, 어려운 삶의 처지에서의 인내나 평강도 없이 그저 절망감이나 패배감을 가지고 한숨을 쉬며 살아가는 것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 삶에 어떤 열매가 있는지, 나는 과연 제대로 자라가고 있는 것인지를 끊임없이 반추하며 진정으로 열매 맺는 삶을 추구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다음으로 실제적으로 오늘 본문 안에서 상반된 표현에 대한 합당한 이해를 찾아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참고한 한 주석에 따르면, 여기에서 줄기에 붙어있으면서도 열매를 맺지 아니하는 나무는 당대의 유대인들이나 배교자들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들은 열매를 맺지 못하는 가지들이다. 하지만 그들과 달리 너희는(예수님의 말씀을 듣는 사람들) 바로 나의 가지라는 것이다. 너희는 내게 속한 자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너희가 계속하여 내 안에 머물러 있기만 하면 너희는 분명히 풍성한 열매를 맺는 삶을 살아가게 될 것임을 강력하게 확신시켜주신 것이다. 지금 예수님께서는 열매를 맺지 못하는 자들이 있지만, 내 안에 있는 너희는 그들과 달리 분명히 열매를 맺게 된다는 말씀을 통해 오히려 더욱 긍정적으로 “너희가 내 안에 있고” 계속해서 “내가 너희 안에 있음”을 그래서 너희가 열매 맺게 될 것을 더욱 강조하고 계신 것이다. 오히려 상반된 표현이 우리가 주님 안에 있으면 풍성한 열매를 맺게 될 것이라는 주님의 말씀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주님은 우리 안에 현존하시고 우리는 주님 안에 존재한다. 이제 우리가 주님 안에 머물러 있기만 하면 우리의 삶에서 풍성한 열매가 맺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주님 안에서 머무른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주님 안에 머물러만 있다면 모든 사람들이 필연적으로 동일하게 열매를 맺는가? 우리 삶의 경험을 통해서 볼 때 주님 안에서 살아간다는 모든 사람들이 다 동일하게 열매를 맺는 것은 아님을 발견한다. 우리는 스스로 어떤 열매도 맺을 수 없는 사람들이다. 우리의 신앙의 고백에 의하면 우리의 삶에서 열매를 맺게 해 주시는 분은 오직 주님 한 분 뿐이시다. 하지만 주님 안에 머문다 하면서도 열매를 맺지 못한다면 우리의 머무름에는 무언가 부족함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님이 베풀어주시는 풍성하게 열매 맺는 삶을 살기 위해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머무름의 참된 의미가 무엇인지를 잘 헤아려 봄이 중요하다. 우리가 주님 안에 머무른다는 것은 우리 안에 계신 주님과의 관계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매 순간 우리와 소통하기를 원하는 주님께 화답하는 것이요. 주님이 내 안에서 당신이 원하시는 일을 거침없이 행하시도록 우리 자신을 활짝 여는 것을 의미한다. 주님은 우리 안에서 주님과의 더 깊은 관계로 우리를 이끄신다. 주님은 이 과정에서 우리가 주님과의 더 깊고 친밀한 관계로 나아감에 걸림이 되는 것들을 정화해 나가신다. 온전히 하나님의 영광만을 추구하며 사셨던 예수님처럼 우리도 하나님의 영광만을 위해 살아가도록 초대하시며 이에 대한 우리의 자발적인 응답을 원하신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우리가 주님 안에 머무른다는 것은 결코 정적인 것이거나 수동적으로 이끌려 살아가는 삶의 차원을 말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삼위일체 되신 하나님을 만나 주님이 내 안에 현존하심을 확실히 체험하여 알게 된 것은 어느 면에서 본다면 우리가 새롭게 하나님을 찾아 나서는 여정의 출발선상일 뿐이다. 우리를 찾아오신 하나님은 우리의 마음에 뜨거운 사랑의 상처를 남기신 채 “사슴마냥”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이제 님의 사랑으로 상처받은 우리의 영혼은 꼭꼭 숨어버린 그님을 찾아 길을 떠난 것이다. 우리는 바로 우리 안에 계신 하나님을 향한 여정을 떠난 자들이다. 우리 안에 확실하게 새겨진 주님의 현존이 우리와 주님 사이의 친밀한 사랑의 완전한 일치로 온전히 자라날 때까지 이 내면의 여정은 결코 멈추어지지 않을 것이다. “너희 안에서 행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 자기의 기쁘신 뜻을 위하여 너희에게 소원을 두고 행하게 하시나니”(빌립보서 2:13절) 우리 안에서 이 일을 이미 행하신 그 분께서 우리 마음 가운데 이 거룩한 열망을 허락해 주사 우리가 소원을 두고 행하게 하셨다.
이 여정 속에서 경험되는 주님의 불타는 사랑은 우리의 모든 것이 주님의 것이 되도록 하기 위해 우리의 거짓된 것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불태울 것이다. 주님 안에서의 머무름은 이 모든 일이 이루어지는 자리이다. 이 정화의 여정은 우리에게 결코 그리 쉽지만은 않다. 어느 때에는 뼈를 깎는 고통과 아픔, 동트기 전의 새벽처럼 칠흑과 같은 어둠의 순간들일 수 있다. 우리 하나님의 빛 안에서는 우리의 선한 것이나 악한 것이나 우리의 장점이나 연약한 부분이나 모든 것이 일반이다. 우리의 모든 것 안에서 역사하시는 주님은 그 모든 것을 통해 당신의 현존과 사랑을 드러내 보일 것이다. 오직 현존하신 주님에 대한 믿음과 어떤 삶의 자리에서도 신실하게 나누고자 하는 사랑의 교제 가운데, 지금은 연약하고 부족하지만 우리의 존재와 삶이 온전히 그 분의 사랑으로 변화되어 갈 것이다. 우리 자신과 모든 것 안에서 하나님의 현존과 사랑으로 충만하게 될 그 날을 소망하며 그 분 앞에 나를 열고 그 분과 교제하는 삶이 바로 우리 주님 안에 머무름이요 주님이 내 안에 거하게 하는 삶일 것이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 그가 내 안에 내가 그 안에 거하면 사람이 열매를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이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작성자
공지 가톨릭 마산교구 주보 _ 2024년 4월 28일 부활 제5주일 __ 향심기도란 어떤 기도인가요? (4) 2024.04.28 5 윤행도 가롤로 신부/ 월영본당 주임
338 삼위일체 대축일 2013.03.14 3744 왕영수 신부
337 성령 강림 대축일 2013.03.14 3412 오방식 목사
336 주님 승천 대축일 2013.03.14 4020 오방식 목사 bsotm@hanmail.net
335 부활 제6주일 2013.03.14 3694 오방식 목사 bsotm@hanmail.net
» 부활 제5주일 2013.03.14 3541 오방식 목사 bsotm@hanmail.net
333 부활 제4주일 2013.03.14 3589 오방식 목사 bsotm@hanmail.net
332 부활 제3주일 2013.03.14 3902 김종봉 요한 신부 baramjohn@hanmail.net
331 부활 제2주일 2013.03.14 3553 김종봉 요한 신부 baramjohn@hanmail.net
330 예수 부활 대축일 2013.03.14 3335 김종봉 요한 신부 baramjohn@hanmail.net
329 주님 수난 성지 주일 2013.03.14 3627 김종봉 요한 신부 baramjohn@hanmail.net
328 사순 제5주일 2013.03.14 3788 왕영수 신부
327 사순 제4주일 2013.03.14 3710 왕영수 신부
326 사순 제3주일 2013.03.14 3567 왕영수 신부
325 사순 제2주일 2013.03.14 3360 왕영수 신부
324 사순 제1주일 2013.03.14 3641 왕영수 신부
323 연중 제7주일 2013.03.14 3338 이청준 신부 fxaverio@hanmail.net
322 연중 제6주일 2013.03.14 3359 이청준 신부 fxaverio@hanmail.net
321 연중 제5주일 2013.03.14 3484 이청준 신부 fxaverio@hanmail.net
320 연중 제4주일 2013.03.14 3606 이청준 신부 fxaverio@hanmail.net
319 연중 제3주일 2013.03.14 3791 윤행도 가를로 신부 munyman61@hanmail.net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30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 41 42 43 44 45 46 47 48 49 ... 56 Next ›
/ 56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