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상지원단

2013.03.14 21:44

부활 제4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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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방식 목사 bsot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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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복음 10장: 11-18절(착한 목자주일)
나는 양을 알고 양도 나를 아는 것이 아버지께서 나를 아시고 내가 아버지를 아는 것 같으니 나는 양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노라 (요10:14-15절)
오래전 일이지만 목사가 된 직후에 자주 묵상했던 말씀이 “목자로서 양을 위해 목숨을 버리노라.”는 오늘 복음의 말씀이다. 당시 즐겨 묵상했던 이 말씀을 오늘 다시 읽으면서 오늘날 내가 과연 기꺼이 양을 위하여 내 목숨을 드리고자 하는 목자의 마음을 갖고 살아가는지에 대해 내 자신에게 묻게 된다. 만약 이 말씀이 의미하는 삶을 온전히 알았다면 과연 그때 내가 그렇게 쉽게 이런 삶을 살겠다고 고백할 수 있었을까를 자문해본다.
목자가 양을 위해 죽는 삶이 어떠한 삶일까? 이것은 참 목자이신 예수님의 길이다. 주님께서는 하늘보좌를 버리고 이 땅에 오셔서 자신의 모든 것을 양들을 위해 내어 주셨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물질만능주의 사회에서 목자로 부름 받은 우리는 가난과 멸시를 통하여 겸손하게 주님을 따르기보다 부와 칭찬을 통해 오만한 자의 자리를 추구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목회에서 목자가 양을 위하여 목숨을 준다는 것은 단순히 자신의 생명을 내어주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헨리 나우엔 신부는 현대의 목회에서 그것이 자신의 삶을 선물로서 나누어 주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오늘날 우리 모두는 자신의 삶을 서로 서로에게 나누어 주도록 부름을 받았다.
우리는 우리의 삶에서 어떤 것들을 양들에게(서로 서로에게) 선물로 나누어 줄 수 있을까? 양들은 목자에게서 어떤 삶의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을까? 목자가 양을 위하여 나누어야 할 삶은 어떤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다. 사실 보통 사람이 살아내지 못할만한 목자의 특별한 이야기는 양들의 삶에 자극과 도전이 되는 측면은 있겠지만, 실제적으로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목자의 그런 특별한 이야기는 양들에게 자신의 부족함에 대한 인식이나 그 이야기와 자신의 삶 사이의 괴리를 더 심화 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양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고 보다 유익한 것은 목자가 믿음 안에서 살면서 실제로 겪는 내적 외적 삶을 진솔하고 소박하게 나누는 이야기들이다. 거기에는 목자의 기쁨이나 성공도 있지만 목자의 아픔과 실패, 내면의 갈등과 회의, 불안과 염려, 두려움과 공포, 의심과 불신, 욕망과 시험, 투쟁과 실패, 어둠과 메마름, 탄식과 눈물이 담겨져 있다. 심지어는 믿음으로 살아간다고 하지만 과연 내가 제대로 주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지 조차 알지 못할 만큼의 어두운 밤 가운데서 경험되는 삶의 이야기들일 수도 있다. 그 가운데 목자는 그 어둠과 고난의 삶 속에서 하나님의 은혜가 어떻게 드러나며 자신 안에서 활동하고 계시고, 자신은 그 은혜에 어떻게 응답하며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하여 식별하고 그것을 진솔히 밝혀 줄 수 있다. 내게 주어진 고난의 잔을 굳게 붙들고 그 잔을 다른 사람이 보고 마실 수 있도록 나의 잔을 높이 들어 주는 것이다.
우리에게 주신 은총의 삶을 이웃에게 선물로 나누며 살기위해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우리의 삶을 ‘믿음으로 살아냄’ 일 것이다. 우리가 믿음의 삶을 살아내지 않고는 결코 우리의 삶을 선물로 나누지 못할 것이다. 우리 자신에게 없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줄 수는 없다. 그러므로 우리가 오늘을 제대로 살아내지 않는다면 우리는 결코 목자로서 양을 위하여 생명을 주는 삶을 살아가지 못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다면 오늘을 산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의 삶에 언제나 동일하게 주어지는 하나님의 은총을 기억하면서 그 은총에 응답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하나님의 은총은 언제 어디서나 우리가 어떤 환경에 있을 지라도 동일하게 주어지고 있으며 우리의 삶을 이끌어간다. 때로 우리의 눈에 하나님의 은혜가 희미해지거나 전혀 없는 것처럼 느껴질지라도 은총 자체가 부재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믿음의 삶을 살아가며 깨닫는 것은 삶의 어떤 역경에서도 하나님은 그 가운데서 역사하시고 오히려 그것들을 통해 우리를 부르고 계신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믿음을 정금같이 단련하고 그리스도의 아름다운 신부로 변모시키고자 하시는 주님의 은총이 오히려 거기에서 더욱 활발히 역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일상에서 항상 동일하게 주어지는 하나님의 은총을 잘 알아채지를 못한다. 설령 하나님의 은혜를 알아차린다고 하더라도 그 은총에 기꺼이 굴복하지도 못한다. 이것이 우리 인간의 한계이다. 우리가 서로를 위해 목자로 살아가라고 부름을 받았어도 하나님 앞에서 우리의 실존은 언제나 유약한 양일뿐이다. 양이면서 목자로서 은총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운 하나님의 섭리로 여겨진다.
우리의 삶이 어떠하던 간에 주께서 우리에게 주신 삶을 믿음으로 살아내는 것만이 목자로 부름을 받은 자의 참된 자세이다. 믿음으로 산다고 해서 완벽한 삶을 살아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결코 완벽한 삶을 살아낼 수는 없다. 우리는 한평생 불완전한 모습으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갈 뿐이다. 하지만 이 평범한 일상 안에 하나님의 현존하심과 활동하심을 믿으며 살아가면서 하나님께서 어떻게 평범한 나의 삶 속에서 일하시는지를 경험하고 그것을 나누어 주는 것, 이것이 바로 선물로서 우리의 생명을 나누는 삶이다. 우리의 삶이 비록 소박하고 평범하며 심지어 때로 어둡게 보이는 여정일지라도 우리의 믿음의 이야기가 사랑 안에서 나누어 질 때 그 이야기는 양들에게 축복이 될 것이다.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 롬5:8절)” 우리가 새로운 존재로 변화될 가능성이 전혀 없을 때에 고귀한 생명을 내어주신 참된 목자이신 우리 주 예수님! 주님께 무궁한 영광과 찬미를 올려드리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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