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상지원단

2013.03.14 21:27

연중 제6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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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청준 신부 fxaveri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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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강론은 치유된 나병환자(The Cured Leper,「REAWAKENING」)에 대한 토마스 키팅 신부님의 글로 대신하겠습니다.
예수님께서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말씀하시자 그의 병은 곧바로 나았다. 복음의 기록에 의하면 예수님께서는 가시적인 차원에서 나병환자를 치유하셨다. 하지만 성경의 의미는 가시적인 것을 넘어서 전인격의 치유를 목표로 하는 하느님의 능력의 비가시적인 실재에까지 확대된다. 따라서 우리는 예수님의 기적이 단지 육신의 치유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적 감각을 일깨우기 위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성체성사 ㆍ 세례성사 ㆍ 견진성사에서는 예수님께서 그 당시에 손을 내밀어 육신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베푸셨던 바로 그 은총의 전달이 이루어진다. 그분께서는 어루만짐으로 영적 감각을 활성화시키신다.
죄의 뿌리에서의 해방과 내적 치유에는 세 단계가 있는데, 교회 교부들은 이를 영적 감각이라 불렀다. 영적 후각이 첫 번째 은총이요, 영적 촉각은 한결 심오한 은총이며, 가장 큰 은총은 영적 미각이다. 이러한 영적 체험들은 각각 신적 현존의 매력(후각)과 근접(촉각)과 소통(미각)을 표상한다.
영적 주의력-얼굴을 맞대고 존재 대 존재로 이루는 그리스도와의 친교-의 태동을 교부들은 영적 후각으로 제시했다. 냄새는 기분 좋은 향기나 불쾌한 악취가 날 때 사람이 체험하는 매혹이나 혐오감에 해당되는 데 후각기관이 특정한 냄새를 좋아하다거나 싫다거나 평가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만일 그 대상이 등나무나 향수라면 우리는 매료될 것이다. 이와 반대로 그것이 마늘이나 불쾌한 것이라면 우리는 다른 곳으로 몸을 피하고 싶을 것이다.
영적 후각은 기도와 고독과 침묵을 향한 내적 이끌림, 즉 사랑 가득한 주의를 지닌 채 고요히 머물러 하느님을 섬기는 것을 통해 나타난다. 이러한 이끌림은 그리스도께서 오랜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때라도 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를 그분께로 이끌어 간다. “당신의 이름은 부어 놓은 향유랍니다.…, 나를 당신에게 끌어주셔요, 우리 달려가요!”(아가 1,3-4 참조) 이 말은 우리가 감미로운 향기를 맛본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마치 신적 현존이 우리 내면에서 감미로운 향기처럼 피어올라 우리를 매료시키는 것처럼 우리가 하느님의 내적 이끄심을 체험한다는 뜻이다.
영적 촉각은 이와 같은 영적 주의력이 더 발전한 것이다. 최후의 만찬 때 예수님의 품 안에서 쉬는 요한이 이러한 은총의 생생한 이미지다. 여기서 ‘품’이라는 낱말을 사용한 것은 그가 예수님 가슴의 움푹 들어간 자리, 다시 말해 예수님께 더 이상 가까이 다가갈 여지가 없음을 암시하는, 그분의 양쪽 젖가슴 한가운데 움푹 들어간 곳에 머리를 묻고 쉬었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그는 구세주의 심장소리를 들으며 신적 사랑 안에 푹 잠겨 있었던 것이다. 영적 촉각은 내적으로 하느님께 안김을 체험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성령께서 우리의 영 한가운데다 진한 입맞춤을 하고 우리 영의 입에 해당하는 의지에다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으시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존재 전체가 하느님을 하나의 끌어당기는 힘으로서만이 아니라 직접적인 현존으로서 체험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심오한 신적 소통이 미각의 유비를 통해 표현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너희는 맛보고 눈여겨보아라, 주님께서 얼마나 좋으신지.”(시편 34,9)라는 말로 시편 작가는 우리에게 이 은총에 마음을 열라고 촉구한다. 다른 사람의 가장 깊은 존재를 꿰뚫는 것은 다른 사람을 만지거나 만져질 정도로 가까이 있는 것과는 별개다. 우리 안에 거주하시는 하느님만이 그와 같은 내밀한 차원에서 체험될 수 있다.
우리가 음식을 섭취하면, 그것을 우리 자신으로 변형시키고 그것은 우리 몸의 일부가 된다. 신적 일치 안에서 하느님의 현존은 우리를 꼼짝없이 끌어당기거나 껴안는 것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장 깊은 존재에서 합일하는 현존으로도 나타나신다. 바로 이것이 성령강림의 은총이자 우리의 삶을 사시는,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해서 우리를 사시는 그리스도이시다.
신적 촉각이 사랑하는 그분의 향기를 초월하고 신적 미각이 신적 촉각을 초월하듯이, 이 일시적인 신적 일치 체험보다 더 위대한 은총도 있다. 아무리 영적이며 심오한 체험이라 해도, 어떠한 체험도 넘어서는 순수한 믿음과 순수한 사랑의 신비가 존재한다. 하느님, 즉 신적 에너지는 너무도 강력하고 심오해서, 어떠한 인간 기능도 순수한 상태의 신적 현존을 감지할 수는 없다. 그러나 믿음은 동의에 의해 그것을 받아들인다. 믿음에서 오는 커가는 확신, 무의식의 정화가 맺는 결실은, 만물 속에서 하느님을 그리고 하느님 안에서 만물을 발견하는 것이다.
믿음과 사랑이 성장하면 우리는 영적 감각이 펼쳐지리라는 기대와 집착에서 해방된다. 관상은 영적 감각, 즉 ‘느끼는’ 하느님의 현존에 의하거나 우리 기능이 점점 더 깊이 하느님의 현존에 흡수 동화함으로써 드러나는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또한 순수한 믿음의 확신을 통해서도 드러나는데, 이 순수한 믿음이란 현세에서는 감지할 수 없는 그런 차원에서 신적 말씀이 끊임없이 우리 영에 주어짐을 믿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은밀한 전달이 관상의 본질이다. 십자가의 성 요한은 이를 두고 변형하는 일치로 이끌어 주는 감추어진 사다리라고 불렀다.
그러나 이같이 믿음이 깊어지는 것은 점진적인 과정일 수는 있으나 치유 그 자체는 아니다. 나병환자는 즉시 치유되었다. 하느님의 말씀은 무엇이든지 곧바로 이루어진다. 이는 어루만짐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으로 그것은 단순히 등을 토닥거려주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병환자의 질병을 완전히 치유하는 것이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관상기도 중에 내적 어루만짐이 이루어지고 예수님께서 “평안하거라.”하고 명하시면, 당신이 삶의 가장 큰 폭풍 속에 있다고 해도 별 문제가 안 되며, 당신은 즉시 평화 중에 있게 된다. 어둔 밤이 더할 수 없이 깊어지고 모든 것이 잘못되어 가고 있을 때조차도 주님께서 ‘평화를.’ 혹은 ‘안녕.’하거나 나병환자에게 말씀하셨듯이 ‘깨끗하게 되어라.’ 하시면 우리는 즉시 평화를 체험한다.
하느님께서 “빛이 생겨라.”고 하셨을 때 우주는 존재하기 시작했다. 하느님께서 기적을 일으키시면서 “생명이 생겨나라!”하고 말씀하신다. 이처럼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스트레스를 심하게 겪거나 오랜 동안 위로를 받지 못할 때에, 돌연 우리의 가장 깊은 존재를 어루만지신다. 치유는 모든 차원으로 흘러들어가고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우리의 모든 고뇌는 잊혀진다.
성령의 어루만지심이란 변형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그것은 의식의 점진적인 변화를 가리킨다. 우리 의식이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변형되는 것이 관상기도의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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