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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왕영수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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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적에는 "내가 하느님을 위해서 태어나고 살고 있으며, 신학교에 가서 신부가 되어야 하겠다"고 생각하고 살았다. 사제가 되고 나서 내가 혼돈 상태와 모질고 깊은 구렁텅이에서 헤맬 때, 그리고 그 과정을 거쳐 가면서는 "하느님은 나를 위해서 존재한다."고 생각도 하고 어떤 때는 어정쩡하게 "내가 하느님을 위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하느님이 나를 위해서 있는" 것 같기도 한 혼돈 속에서 살기도 했다.
외부로는 표현되지 않지만, 나의 정체성을 확실히 하지 않고 어정쩡하게 살면서 하느님의 일을 했을 때, 죽도 아니고 밥도 아닌, 물에 물탄 정체불명의 결과를 볼 때가 많았고, 왜 이렇게 바람직스럽지 않는 결과가 내 앞에 나타났는지 그 근본 원인을 명쾌하게 알지 못했다.
그러나, 70년대 말에 와서 성령을 체험하고, 또 성령과 함께 생활하고 80년에 들어와서는 성령과 그의 능력을 전하는 데 전력투구하면서 차츰 차츰 내 마음의 너울이 벗겨지기 시작했다. 성령은 나로 하여금 "예수"를 알게 하고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하여 예수님과 나 사이의 관계를 올바르게 정립하고, 주인과 종의 위치를 확고히 하며 새로운 질서와 생활환경 속에서 살게 하였다.
예수 중심의 삶, 모든 일에 있어서 예수님의 뜻과 생활을 살려고 할 때 고난도 많았지만, 그 뒤의 기쁨은 엄청난 것이었다. 고난에 비견하여 그 영광은 비교도 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세례자 요한의 말씀 " 주님은 점점 더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 "와 성모 마리아의 " 이 몸은 주님의 종이오니 말씀대로 이루어 주옵소서." 크리스챤의 참된 위치를 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 감히 나도 복음 말씀을 따라 기도해 본다. 내가 이
세상을 떠날 때나 한 해를 마감할 때에
"저도 부족하지만 분부 받은 대로 살았습니다. 저는 결점 많은 쓸모없는 종입니다. 그저 해야 할 일을
다 했을 뿐이오니 이제 이 종을 편히 쉬게 하여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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