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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변승철신부(성공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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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따라 오너라 - 너도 사랑을 베풀라"

“40일 영성수련 피정을 마친 어느 수도자가 주님을 만난 기쁨을 노래한 글입니다.

“들어보세요, 제 마음을!“

들어보세요, 제 마음을!
지금 잔잔히 젖어 있어요.
흐믓한 기쁨입니다.

들어보세요, 제 마음을!
하느님의 무릎에서 젖을 먹고 있어요.
흡족합니다.

들어보세요, 제 마음을!
깊어지는 평화로움, 넓어지는 동심원.
제가 성숙해지는 것 같아요.

들어보세요, 제 마음을!
흔들리는 하얀 마거리트와 함께 흔들리고 있어요.
노래하고 있는 거예요, 감사와 찬미를.

들어보세요, 제 마음을!
고요히 오신 분과 함께 살금살금 걷고 있어요.
기도하는 거예요, 같이 있는 거예요.

당신은

예전엔 찬란한 빛으로 오시더니
이번엔 고요한 새벽 여명처럼 오셨습니다.
속살이 뭉텅뭉텅 떨어져 나가는 아픔이더니
소리도 없이 오시어 늘 함께 있었노라고 어루만지십니다.

얼마나 오랜만에 느끼는 따스함인지요!
얼마나 오랜만에 느끼는 감격인지요!
얼마나 오랜만에 느끼는 자유로움인지요!

40일간의 긴 피정 여정 속에서 숱한 아픔과 힘든 고개를 넘어가더니 마침내 너무도 흡족해서 너무도 감격에 젖어서 주님을 만난 기쁨의 환희를 고백하는 글입니다.

“들어보세요, 제 마음을! 지금 잔잔히 젖어있어요...
들어보세요, 제 마음을! 하느님의 무릎에서 젖을 먹고 있어요...”


이 글을 읽고 얼마나 감동에 젖었는지 모릅니다.
나도 이 깊은 만남, 이 깊은 사귐을 갖기를 바라면서...

오늘 말씀, “누구든지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라오너라”(요한 12, 26)

예수님을 만나 뵙고 싶어 했던 이방인들에게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나를 주님으로 믿고 섬기려거든 이제부터 나를 따라오너라‘는 말씀입니다.
주님과의 사귐, 주님과의 친밀한 만남을 가져라는 말씀이시지요.

주님과 함께 길을 걸으면서 주님이 어떻게 사시는지, 그분의 관심은 무엇인지, 그분의 기쁨은 어디에서 누구로부터 오는 것인지, 그분의 아픔과 고통은 무엇인지 등을 예수님과 함께 살면서 예수님의 삶을 깊이 경험하라는 말씀입니다.

이번 주간에 “누구든지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라오너라”는 이 말씀을
묵상하는데 제 삶 가운데 아픈 충격이 하나 있었습니다.

매일 새벽, 저는 일어나자마자 꼭 하는 일이 있습니다.
먼저 제 자신을 축복하고 사랑한다는 기도를 드리는 것입니다. 저의 좋고 감사한 부분도 축복하고 사랑한다고 기도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어두운 부분을 특별히 기억하면서 그 아픔과 어둠을 축복하고 사랑한다고 선포합니다.
몇 년 전부터 제 자신을 사랑하고 축복하는 기도를 하면서 많은 부분들이 새로워지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 자신이 나는 매일 나의 부정적인 모습과 아픈 모습을 사랑하고 축복한다고 어루만지고 핥아주면서도 실상 다른 사람들의 부정적인 모습과 어두운 부분은 감싸주기는커녕 판단하고 정죄하면서 나쁜 이미지를 투사하는 제 모습을 보게 된 것입니다.

지난 주간 추석 연휴였지만 피곤해서 어느 조용한 곳을 찾아서 잠시 주님 앞에 앉아 있는 동안 주님께서 제 모습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그리고 깨우침을 주시고 ‘네가 너의 아픈 모습들을 사랑하고 감싸고 받아주듯이 너도 남에게 그렇게 해야 한다’고 알려 주신 것입니다.
내 자신이 바로 바리사이 중의 한 사람이었음을 깊이 인정하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주님께서는 사도 바오로를 통해서 말씀하십니다.

“하느님께서 택하신 사람들을 누가 감히 고소하겠습니까? 그들에게 무죄를 선언하시는 분이 하느님이신데 누가 감히 그들을 단죄할 수 있겠습니까?... 누가 감히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떼어 놓을 수 있겠습니까? 환난입니까? 역경입니까? 박해입니까? 굶주리입니까? 헐벗음입니까? 혹 위험이나 칼 입니까?... 우리는 우리를 사랑하시는 그분의 도움으로 이 모든 시련을 이겨내고도 남습니다."(로마 8,33-37)

언젠가 어린 양을 가슴에 깊이 안고 계신 예수님의 그림을 매우 인상깊게 본 적이 있습니다.
얼마나 그 잃었던 양을 가슴이 사뭇치도록 꼭 안고 계셨는지 모릅니다. 그 품안에서 그 양은 영혼의 깊은 쉼을 누리고 있는 것이지요.

내가 함부로 판단하고 비난했던 사람이 사실은 하느님께서 택하신 사람이라는 말씀 앞에서 저의 눈이 가려졌음을 고백하게 됩니다.
주님께서 그토록 사랑하시는 사람들을 내가 함부로 단죄함으로 인해 어둡게 만들었던 모든 잘못들을 고백하며 주님께서 품어주셨던 그 사랑을 제게도 부어주시도록 기도합니다.

이 사랑을 배우면서 걸어가는 길이 오늘 나에게 말씀해 주시는‘나를 따라오너라'는 말씀으로 새기며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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