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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변승철신부(성공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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펴든 두 손


몇 년 전부터 저희 성공회 주교좌 성당에서는 매주 관상기도 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한 시간 정도 기도하고 기도한 것을 참여한 분들과 나누는 시간을 갖고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기도하는 분들의 모습이 달라지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얼굴의 모습도 달라지고 표정도 달라지고 얼굴색도 환하게 밝아지는 것을 보면서 깊은 기도가 사람을 이렇게 변화시키는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기도를 꾸준히 하고 있는 분들에게서 느끼게 되는 것인데, 그것은 마음이 열린다는 것입니다.

기도 가운데 하느님의 현존과 말씀을 접하고 나서는 굳어있고 차가왔던 마음이 풀어져서 편안한 마음으로 자기 자신과 사람들을 대하게 되는 것입니다.


기도의 나눔도 그러니까 좀 더 솔직하게 자신의 내면을 꺼내놓게 되고, 그 드러낸 자신의 내면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하는 걱정 없이 자신을 개방하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열 수 있는 평온한 마음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정말로 놀라운 변화입니다. 자신을 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모습에 대해서 스스로 견고한 확신과 믿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변화인 것입니다.


이번 주에도 관상기도 후에 나눔을 하는데 이번 주 본문 ‘약은 청지기’(루가 16,1-13)의 말씀을 통해서 깨달은 이야기들을 하는데 참여한 분들이 거의 한결같이 각자가 자신의 부족한 부분들을 인정하는 이야기들을 하는 것입니다.


하느님 앞에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드러내고 그것이 들어난다 해도 아버지의 자비로움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그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저 또한 한없이 주님 앞에서 부족하고 욕심많고 허물투성이인 모습으로 제가 ‘약은 청지기’입니다. 하고 고백하게 됩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약은 청지기’의 말씀을 통해서 불성실하고 약삭빠르고 주인에게 피해를 줄지언정 자신은 조금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이기적인 청지기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주인에게 쫓겨날 정도로 주인의 재산을 불성실하게 관리한 청지기였습니다. 게다가 쫓겨날 처지에 몰리자 그는 얼른 사람들에게 후한 것처럼 처세를 합니다. 그것도 주인의 재산으로 말입니다.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자는 계산된 행동이었습니다. 그에게는 진실성도 없고 성실성도 없습니다.


그런데 주인이 그를 칭찬했다고 예수님은 사람들에게 말씀해 주십니다. 주인이 그를 칭찬할 이유가 아무것도 없는 데도 그 약삭빠른 청지기를 칭찬했다는 것입니다.

청지기의 거짓되고 불순한 모습과 관계없이 조건 없이 그에게 쏟아지는 주인의 관대한 처사인 것입니다.


주인은 그의 불안한 미래 앞에서 어떻게든 살아 보려는 그의 삶의 의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의 처신을 칭찬하기 까지 합니다.


예수님은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는 없다”(루가 16,13)고 말씀해 주십니다.


내 안을 들여다보니 재물을 섬기는 마음이 너무나도 크게 자리 잡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하느님보다도 재물을 섬기는 마음이 더 크게 자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편 마음이 크게 불편하지 않습니다. 주님은 기도하는 가운데 내 모습을 보여주시고 그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당신께 맡기라고 말씀해주십니다.


내 자신을 포장 없이 그리고 방어하지 않고 ‘제가 죄인입니다’ 하고 고백하게 됩니다. 이렇게 내 자신을 인정하고 드러낼 수 있는 이유는 그분의 자비가 나의 연약함을 덮고도 넘치기 때문입니다.


기도하는 가운데 얻게 된 주님께 대한 신뢰입니다.


안양 나자로 마을 안에 있는 ‘아론의 집’ 성당이 있는데 그 곳에서 지난 주 성직자 웍크샵이 있었습니다. 그 성당 제단 위로 햇살이 비쳐들어 오는 곳에 둥그런 원형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있습니다. 어느 날 미사에 참여했다가 잠시 고개를 들었는데 그 스테인드글라스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제 시선을 사로잡았던 것은 그 스테인드글라스 안에 있는 ‘펴든 두 손’의 그림이었습니다. 이것이 무슨 뜻일까? 하고 곰곰이 생각하며 주의 깊게 여러 차례에 걸쳐 보고 있는데 그 손이 무엇을 받으려는 손이 아니라, 손에 든 것을 내려놓으며 누군가에게 맡기는 손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주님께서 저에게 저의 삶을 주님께 맡기라는 말씀이구나 하고 알아들었습니다. 그리고 나의 삶의 과제를 내가 하려고 하지 말고 주님께 맡겨드려야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는 없다’는 이 말씀에 내가 가까이 있지 못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모습마저도 주님께 맡겨드려야 겠다는 인도하심을 받게 됩니다.


부족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지만 너무도 편안하고 안심하는 마음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모든 삶을 지탱해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며 오늘도 제 삶, 제 모습을 맡겨드리게 됩니다.


오늘도 눈부신 햇살이 쏟아지는 은총을 받으며 감사하며 달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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