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상지원단

2013.03.14 23:31

연중 제24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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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변승철신부(성공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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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마음
(루가 15,1-7 ; 잃었던 양 한 마리)

하느님을 깊이 경험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이 세상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하느님의 마음을 자신의 마음 안으로 깊이 받아들입니다.


오늘 우리는 하느님의 마음을 묵상하고자 합니다. 한 없이 따뜻하고 부드럽고 인자하신 그분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정말로 그런 선물을 주시리라는 믿음으로 시작하기를 원합니다.


제가 아는 분 중에 목소리가 좀 탁하고 센 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분이 찬송을 할 때면 목에 힘이 들어간 음성으로 큰 목소리로 찬송을 하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아마도 이분은 자신의 음성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분이 복음 묵상을 하고 있는데 예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들려 주셨다고 합니다.

“카타리나야, 내가 네 음성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느냐? 내가 너의 찬송하는 그 음성을 얼마나 듣고 싶어하는지 아느냐?”

이 자매님께서 이날 이 음성을 듣고 나서는 얼마나 자신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생겼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좀 탁했던 음성이 얼마나 부드러워졌는지 모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그분 안에 들어가면 우리의 상처가 치유를 받고, 아픈 마음이 위로를 받고, 거칠었던 마음이 부드러워지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은 죄인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계셨습니다. 그들이 죄를 지으며 살기에 사실 그들은 스스로 깊은 상처를 입고 살아가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죄로 인해 생긴 존재의 상처이지요. 그 어느 누구도 이런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심지어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은 이 사람들을 죄인으로 낙인찍고 멀리하였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이 깊은 상처를 입고 살아가는 죄인들을 온 마음으로 환영하며 그들과 식사를 즐겁게 하고 계셨습니다.
이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아무 것도 평가하지 않았습니다.

토마스 머튼의 일화가 생각납니다.

하루는 어떤 형제 한 사람이 수도원을 방문해서 토마스 머튼을 찾았다고 합니다. 수도자의 안내를 받아 그 형제는 토마스 머튼의 방에 들어가서 머튼과 함께 앉을 수 있었는데, 아마도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했던가 봅니다. 그 형제가 머튼의 방에서 신발을 벗은 순간 온 방안은 그의 퀴퀴한 발 냄새로 진동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토마스 머튼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고요한 수도원에서 큰 소리로 소리내어 웃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냄새가 나면 곧 인상을 찌푸리고 싫은 기색을 하며 감정이 불쾌해지게 됩니다. 그러나 관상가였던 머튼은 그 순간 그 냄새에 반응하기를 큰 웃음으로 반응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상대방에게서 아무리 냄새가 난다 하더라도 당신의 존재 자체와는 아무 관계없는 것이니 안심하라는 사인을 보내기에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죄인들이 비록 많은 죄를 지어서 일그러진 모습이었지만 그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더 나아가서는 죄인들을 환영하였습니다. 그 사람들을 예수님의 품 속에 깊이 안아 주었던 것입니다. 거기서 이 사람들은 안식을 얻고 평화를 누리는 가운데 처음으로 자신의 존재가 죄인임에도 불구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체험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죄인들은 자신이 환영받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많은 잘못을 저지른 죄인이지만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경험하였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죄인들이 환영받으며 예수님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모습으로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는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 들에게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의 비유 이야기를 들려 주셨습니다.

‘‘너희 가운데 누가 양 백 마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중에서 한 마리를 잃었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아흔 아홉 마리는 들판에 그대로 둔 채 잃은 양을 찾아 헤매지 않겠느냐“(루가 15,4)


하느님은 무리를 이탈하고 속을 썩이는 골치 덩어리 사람들을 찾아나서는 분이시라는 것입니다.
잘못을 저지르고 속을 썩이기 때문에 제쳐두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 양을 찾아나서는 분이라는 것입니다.

길을 잃고 헤매지는 않는지, 어디 다친 데는 없는지, 굶주리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이 돼서 노심초사하고 있는 한없이 마음이 약한 분으로 하느님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여러분과 제가 혹시 죄를 짓고 잘못에 빠져 허우적댈 때라도 하느님은 우리를 찾아나서는 분이십니다. 우리의 안위가 걱정이 돼서 도저히 못견디는 그런 분이신 것입니다. 이 사랑 이 마음을 조금이라고 경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양을 찾아 나선 주인이 드디어 잃었던 한 마리 양을 찾았습니다. 이 양을 발견한 주인은 너무도 기뻐서 그 양을 어깨에 둘러메고 신이 나서 노래를 부르며 동네로 들어옵니다. 주인은 오는 도중에 한마디도 양을 탓하거나 나무라지 않습니다. 그리고 왜 무리를 이탈했느냐고 묻지도 않습니다. 이 주인은 그 잃어버린 양 한 마리가 전부이고 그를 찾은 것만으로도 모든 것을 얻은 기쁨에 다른 것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자, 같이 기뻐해 주십시오. 잃었던 양을 찾았습니다.”(루가 15,6) 하며 좋아하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묻지 않으시는 하느님,
왜 그런 길로 들어섰느냐고, 왜 그런 행동을 했느냐고, 왜 그런 어리석은 일을 저질렀느냐고 야단치거나 비난하지 않으십니다.
들판에서 깨어지고 찢어진 상처를 어루만지시며 가슴에 꼭 안아주시는 분이십니다.


사람이 언제 근본적으로 변화를 경험하고 자발적으로 깊은 회개를 하게 되는 걸까요?
그것은 바로 우리의 존재의 중심이 건드려 질 때입니다.
어떤 신비로운 손길이 상처로 얼룩진 우리 존재의 깊은 곳을 어루만지며 깊은 사랑으로 쓰다듬으며 말없이 우리를 치료해 줄 때 사람은 비로소 그때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되고 깊이 뉘우치며 자신의 존재가 불완전함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지탱되고 보호받고 있음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죄인들과 세리들은 예수님을 만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싶어서 모여 들었습니다.
그들은 죄인들이었지만 자신을 조건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환영해 주시는 분 앞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이 열렸던 것입니다.

‘마음이 열린다’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음이 열리는 것은 자기 스스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우리 자신이 우리의 내면을 열고 싶어도 열 수가 없습니다. 이 마음의 개방은 우리 자신이 하느님으로부터 환영받고 사랑받고 너그러운 대우를 받는 가운데 그분의 은혜로 말미암아 서서히 조금씩 자신을 드러내고 개방하게 되는 것입니다. 내 자신을 방어하지 않고 열어놓아도 안전하구나 하는 경험이 드디어 자신의 내면을 조금씩 열어놓게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환대가 죄인이었던 사람들의 마음을 하느님께로 열린 사람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마음이 열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싶어서 예수님 앞으로 모였던 것입니다.
그들은 더 이상 과거의 옛 모습에 묶인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새로워졌고 새 영을 입은 사람들로 변한 것입니다. 더 이상 강팍한 마음의 소유자들이 아니었고, 부드럽고 열린 마음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과의 만남을 통하여 비로소 자신을 한 사람의 사랑받는 존재로 받아들일 수 있었고, 자신의 죄와 잘못을 방어하지 않고 핑계대지 않으며 인정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열어 하느님을 향하면 하느님은 찾아오십니다.
그리고 말씀해 주십니다.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그저 내 안에 머물러라. 너에게 요구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너는 지금 있는 그대로 너무나도 아름다운 존재이다.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를 내서 걸어가거라. 이것이 너의 사명이다.’


사람은 자신의 성공과 실적으로 지탱되는 존재가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으로 지탱되는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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