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상지원단

2013.03.14 23:27

연중 제 21주일

조회 수 3521 추천 수 0 댓글 0
Extra Form
작성자 임상교 신부 andreaky@hanmail.ne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너무 더운 날입니다. 집중 호우 뒤의 무더위는 사람의 진을 빼버리는 것 같습니다. 여하튼 건강히 잘 지내야 겠지요. 저는 요즘 오후 시간을 이용해서 성당 한 곳에서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전에 개를 키웠는데, 개를 키웠던 곳이 심하게 망가졌습니다. 잔디도 죽고 땅에서 풀이 자라지 않습니다. 그래서 땅을 뒤엎고, 잔디를 이식하면서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오후에 노동을 하면서 가끔 이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우리 사회는 과연 정상적인가? 겉으로 보면 아무 문제없이 잘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매일 접하는 소식은 이게 정상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게 합니다.

들리는 소식은 온통 부패에 관한 것이고, 생명을 살리는 행위가 아닌 죽음에 관한 소식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더욱 이상한 것은 사람들이 분노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불의와 죽음의 현상을 눈으로 보면서도 분노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보는 그 정도의 불의는 이제 일상화되어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린 듯합니다.


교회 공동체는 어떤지요? 세상의 일과 거룩한 일이 분리되어 버린 듯합니다. 세상 속에 존재하는 교회가 어느 순간부터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내는 폐쇄된 집단이 되어 버린 듯합니다. 세상의 법칙을 그대로 모방하면서 살아가는 공동체가 되어 버렸습니다. 성과 속을 구분하면서도, 살아가는 삶의 행태는 세상과 같아져 있습니다. 이상합니다. 앞과 뒤가 맞지 않습니다. 구분된다면 구별되게 살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합니다.


복음을 듣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하느님 앞에서 어떤 부류의 사람일까? 신랑과 혼인잔치에 들어갈 사람일까 아니면 문 밖에서 문을 열어달라고 두드리는 사람일까? 그런데 문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의 항변이 자꾸 눈에 들어옵니다.


그들은 말합니다. “우리는 당신 앞에서 먹고 마셨고 우리가 사는 거리에서 가르치셨습니다.”



그런데 주인은 알지 못한다고 합니다. 불의를 일삼는 자들이라고 그들을 꾸짖습니다. 주님 앞에서 먹고 마셨습니다. 그리고 가르침도 들었습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그들이 나쁜 행위를 했다는 내용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불의를 일삼았다고 합니다. 먹고 마셨지만 가르침을 들었지만 주인과 같아지지 않고 닮지 않았습니다. 들었지만 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불의한 사람들입니다.



세상에 눈을 감고 귀를 닫으면 교회는 더욱 풍요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혼인잔치에는 들어가지 못합니다. 교회에 사는 내가 세상에 눈과 귀를 닫으면, 기도 열심히 하며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웃과 피조물 안에 계시는 하느님을 체험하지 못합니다. 당연히 공동체 안에 현존 하시는 그분을 닮아가지 못하고, 혼인잔치에 함께 할 수 없습니다.



같이 먹고 마셨습니다. 그런데 왜 문이 닫힐까요? 오늘 나의 삶이, 우리의 삶이, 교회의 삶을 드러내는 말씀인 것 같아 아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작성자
공지 가톨릭 마산교구 주보 _ 2024년 4월 28일 부활 제5주일 __ 향심기도란 어떤 기도인가요? (4) 2024.04.28 5 윤행도 가롤로 신부/ 월영본당 주임
418 대림 제4주일 2013.03.14 3772 이호자 마지아 수녀 jaho264@hanmail.net
417 대림 제3주일 (자선 주일) 2013.03.14 3499 이호자 마지아 수녀
416 대림 제2주일 2013.03.14 3554 이호자 마지아 수녀 jaho264@hanmail.net
415 대림 제1주일 2013.03.14 3817 강경애 세실리아
414 그리스도 왕 대축일 (성서 주간) 2013.03.14 3675 강경애 세실리아
413 연중 제33주일 _ 평신도 주일 2013.03.14 3494 강경애 세실리아
412 연중 제32주일 2013.03.14 3421 강경애 세실리아
411 연중 제31주일 2013.03.14 3473 왕영수 신부
410 연중 제30주일 (전교 주일) 2013.03.14 3346 왕영수 신부
409 연중 제29주일 2013.03.14 3422 왕영수 신부
408 연중 제28주일 2013.03.14 2950 왕영수 신부
407 연중 제 27주일 2013.03.14 3439 왕영수 신부
406 연중 제26주일 (요한 12,20-32) 2013.03.14 3435 변승철신부(성공회)
405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교 순교자 대축일 2013.03.14 3483 변승철신부(성공회)
404 연중 제24주일 2013.03.14 3258 변승철신부(성공회)
403 연중 제23주일 2013.03.14 3574 변승철신부(성공회)
402 연중 제22주일 2013.03.14 3455 임상교 신부 andreaky@hanmail.net
» 연중 제 21주일 2013.03.14 3521 임상교 신부 andreaky@hanmail.net
400 성모승천 대축일 2013.03.14 3776 임상교 신부 andreaky@hanmail.net
399 연중 제19주일 2013.03.14 3494 임상교 신부 andreaky@hanmail.net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 41 42 43 44 45 ... 56 Next ›
/ 56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