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상지원단

2013.03.14 23:00

주님 수난 성지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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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청준 신부 fxaveri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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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의 상처에 가장 가까이 계시는 분, 우리 상처의 한 가운데 계시는 분이십니다. 그리스도의 혀는 지친 이에게 격려의 말씀을 내뱉는 혀입니다. 그리스도의 귀는 아침마다 열려 있고, 시간마다 경청하는 귀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거역하거나 물러서지 않으시는 분이십니다. 그리스도교 영성의 핵심은 인정받음과 화려함과 명예에 있지 않습니다. 그리스도교 영성은 성공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고 영웅담을 늘어놓는 것도 아니며, 모욕과 굴욕 한가운데서 예수 그리스도의 현존과 활동을 얼마나 잘 발견하는가에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내 십자가가 완전하게 하나로 만날 때, 그리스도의 수난 안에서 나의 수난을 깨닫고, 내 수난 안에서 그리스도의 수난을 깨달을 때 우리의 영성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수난은 우리를 대신하는 고통이며, 우리와 함께 하는 고통입니다. 그래서 그분의 수난을 기억하고 그분을 신뢰하는 우리의 고통은 의미 있는 고통, 구원된 자의 고통, 변형된 고통입니다.


예수님 당대의 가장 뛰어난 지식인들, 대표적인 리더라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지식 속에 고착화되고, 우월감과 교만에 사로잡혀서 예수님의 십자가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십자가를 향해 조롱하는 말을 내뱉습니다. “다른 이들은 구원하였으면서 자신은 구원하지 못하는군. 이스라엘의 임금이면서 지금 십자가에서 내려와 보시지. 그러면 우리가 믿을 터인데. 하느님을 신뢰한다고 하니, 하느님께서 저자가 마음에 드시면 지금 구해내 보시라지. ‘나는 하느님의 아들이다.’하였으니 말이야.” 종교의 대표인물들이 가장 비신앙적인 발언을 합니다. 참으로 딜레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것은 발달된 현대 학문과 고도의 문명 속에 살아가면서, 그 안에서 십자가의 하느님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간의 교만을 반영합니다. 여기에 대한 대답이 오늘 화답송의 후렴입니다.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나이까?” 이 말씀은 버림받은 자의 말씀이면서 구원하는 분의 말씀이고 구원된 자의 말씀입니다. 시편 22편의 이 말씀은 십자가 위에서 예수님께서 내뱉으신 말씀(마태 27,46 참조)이고, 우리 무의식의 밑바닥에서 솟구쳐 나오는 말씀입니다. 죽도록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도 오로지 하느님만을 의지하는 인간의 가슴 속에서 터져 나오는 말씀입니다. 이해할 수 있는 고통이 아니라, 이해할 수 없는 고통을 예수님과 함께 받아들일 때, 그 한가운데서 우리는 부활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리스도의 외침은 죄인의 자리에서 버림받음에 대한 절규였지만 절망의 절규는 아니었다. 절망하는 영혼은 하느님께 부르짖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큰 정신적 고통과 많은 정신질환의 이유는 정신과 영혼에 하느님이 안 계신다는 것이다. 죄로 인한 공허한 인간성을 주님께서도 직접 체험하시고 큰 소리로 외치신 것은 절망이 아니라 태양이 다시 떠올라 어둠을 물리칠 것이라는 희망을 나타낸다."
(풀톤 쉰)

십자가를 향한 모범적인 말씀이 있습니다. 백인대장과 함께 하느님을 찬양하며 떳떳하게 고백합시다. “정녕 이 사람은 의로운 분이셨다.” 영광의 십자가, 승리의 십자가를 가슴 속에 품고 입술로 표현하며 몸으로 실천하면서 살아갑시다. 이 사순절의 축복 속에서 변형된 마음으로 십자성호를 천천히 긋고, 십자고상을 자랑하며, 십자가의 길을 묵상합시다. 우리는 하늘과 땅 위와 땅 아래에 있는 모든 이들과 함께 예수님의 이름 앞에 무릎을 꿇고, 예수 그리스도는 주님이시라고 고백하며 하느님 아버지께 영광을 드리는 사람들입니다.(제2독서; 필리 2,10-11 참조).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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