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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성공회 변승철 요한 신부 yuleum@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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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께서 쓰시겠답니다”(루가 19,31)
이 말씀을 세월이 흐르는 동안 참 많이 들었다. 그러나 언제나 이 말씀에는 깊은 감동이 있다. 오늘은 이 말씀과의 만남 이야기를 해야겠다.
첫 만남은 대신학교 1학년 때 나원균 신부님의 강의를 들을 때였다. 그때 사순절이 올 때마다 들어온 말씀이었지만, 내 인생에 새겨진 말씀으로는 처음으로 들려온 말씀이었다. 신부님은 아주 부드러운 음성을 갖고 계신 분이었다. 그분의 부드러운 음성을 타고 들려오는 주님의 말씀,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부른 것이다. 너는 내 것이다. 내 것이다...’ 그 당시의 감동을 아직도 선명히 기억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때 주님께서 내게 이 말씀을 깊이 새겨주신 모양이다.
두 번째 만남은 지난 해 한달 피정을 하면서였다. 이때도 이 말씀이 너무도 좋아 하루 종일 반복하면서 되새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의미를 깊이 깨닫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 다음날 아침이었다. 아침식사 시간에 몇 숟갈 밥을 뜨다가 불연 듯 그 의미가 마음에 깊이 새겨졌다. ‘아! 그렇구나. 주님께서 자신이 쓰실 물건과 사람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하여 관여하신다는 뜻이구나’. 주님은 주님의 시간에 당신 사람들에게 찾아오시어 만져주시며 이끌어 주시는구나 하는 깨달음이 찾아왔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었다. 주님과의 소통으로 속이 뻥 뚫린 기분이었다.
이런 이유로 올해도 이 말씀을 마음에 담았다. 그리고 교인들과 매주 목요일 아침에 있는 향심기도와 렉시오 디비나 시간에 이 말씀으로 기도하고 나누었다.
그때 교인 한분이 전혀 새로운 말씀을 들려주신다. “아무도 탄 적이 없는 어린 나귀라고 말씀하셨는데, 사실 아무도 탄 적이 없기 때문에 그 나귀는 길들여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주님께서 그 위에 타실 것이기 때문에 괜찮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님은 오늘도 새로운 말씀을 들려주고 계셨다. 사실 우리 모두가 길들여지지 않은 존재이다. 그렇게 잘 다듬어져 있고 빼어난 나귀가 얼마나 있겠는가? 대부분 모가 나있고 상처가 많고 왜곡돼 있는 부분이 많아서 참 미숙한 나귀들이지만, 중요한 것은 그 위에 주님께서 타고 계시기에 우리 모두는 괜찮다는 것이다.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주님께서 계시기에 괜찮은 것이다. 좋은 나귀들이 있지만 그 중에도 길들여지지 않은 나귀를 선택해서 쓰시겠다고 하시는 주님의 말씀을 새롭게 들으며, 길들여지지 않은 내 안의 나귀를 품고 사랑해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올해도 주님과 함께 예루살렘 성으로 들어가며 주님의 수난의 현장에 작은 아픔이라도 함께 할 수 있는 은총을 청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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