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상지원단

2013.03.23 16:37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조회 수 4649 추천 수 0 댓글 0
Extra Form
작성자 성공회 변승철 요한 신부 yuleum@hanmail.ne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주께서 쓰시겠답니다”(루가 19,31)

 

이 말씀을 세월이 흐르는 동안 참 많이 들었다. 그러나 언제나 이 말씀에는 깊은 감동이 있다. 오늘은 이 말씀과의 만남 이야기를 해야겠다.

 

첫 만남은 대신학교 1학년 때 나원균 신부님의 강의를 들을 때였다. 그때 사순절이 올 때마다 들어온 말씀이었지만, 내 인생에 새겨진 말씀으로는 처음으로 들려온 말씀이었다. 신부님은 아주 부드러운 음성을 갖고 계신 분이었다. 그분의 부드러운 음성을 타고 들려오는 주님의 말씀,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부른 것이다. 너는 내 것이다. 내 것이다...’ 그 당시의 감동을 아직도 선명히 기억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때 주님께서 내게 이 말씀을 깊이 새겨주신 모양이다.

 

두 번째 만남은 지난 해 한달 피정을 하면서였다. 이때도 이 말씀이 너무도 좋아 하루 종일 반복하면서 되새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의미를 깊이 깨닫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 다음날 아침이었다. 아침식사 시간에 몇 숟갈 밥을 뜨다가 불연 듯 그 의미가 마음에 깊이 새겨졌다. ‘아! 그렇구나. 주님께서 자신이 쓰실 물건과 사람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하여 관여하신다는 뜻이구나’. 주님은 주님의 시간에 당신 사람들에게 찾아오시어 만져주시며 이끌어 주시는구나 하는 깨달음이 찾아왔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었다. 주님과의 소통으로 속이 뻥 뚫린 기분이었다.

이런 이유로 올해도 이 말씀을 마음에 담았다. 그리고 교인들과 매주 목요일 아침에 있는 향심기도와 렉시오 디비나 시간에 이 말씀으로 기도하고 나누었다.

그때 교인 한분이 전혀 새로운 말씀을 들려주신다. “아무도 탄 적이 없는 어린 나귀라고 말씀하셨는데, 사실 아무도 탄 적이 없기 때문에 그 나귀는 길들여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주님께서 그 위에 타실 것이기 때문에 괜찮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님은 오늘도 새로운 말씀을 들려주고 계셨다. 사실 우리 모두가 길들여지지 않은 존재이다. 그렇게 잘 다듬어져 있고 빼어난 나귀가 얼마나 있겠는가? 대부분 모가 나있고 상처가 많고 왜곡돼 있는 부분이 많아서 참 미숙한 나귀들이지만, 중요한 것은 그 위에 주님께서 타고 계시기에 우리 모두는 괜찮다는 것이다.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주님께서 계시기에 괜찮은 것이다. 좋은 나귀들이 있지만 그 중에도 길들여지지 않은 나귀를 선택해서 쓰시겠다고 하시는 주님의 말씀을 새롭게 들으며, 길들여지지 않은 내 안의 나귀를 품고 사랑해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올해도 주님과 함께 예루살렘 성으로 들어가며 주님의 수난의 현장에 작은 아픔이라도 함께 할 수 있는 은총을 청해 본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작성자
공지 신성화되는 은총을 체험하는 향심기도! 2024.05.12 4 이준용 신부
공지 성령과 함께하는 기도인 향심기도 2024.05.12 3 이준용 신부
공지 가톨릭 마산교구 주보 _ 2024년 4월 28일 부활 제5주일 __ 향심기도란 어떤 기도인가요? (4) 2024.04.28 8 윤행도 가롤로 신부/ 월영본당 주임
1078 어둠 밤 속에서 2023.10.23 16 박순원 신부
1077 연중 제22주일 2021.08.31 17 토머스 키팅 신부
1076 부활 제5주일 묵상 - 주님의 제자 2023.05.07 17 김기홍 신부
1075 기도하는 이들은 2023.08.05 17 박순원 신부
1074 기도의 산 2024.02.26 17 이호자 마지아 수녀
1073 연중 제28주일 2021.10.11 18 토머스 키팅 신부
1072 대림 제3주일(자선 주일) 2021.12.12 18 토머스 키팅 신부
1071 대림 제2주일 - 반역의시대에 오신 메시아 2022.12.04 18 리처드 굿츠빌러
1070 연중 제5주일 묵상 - 어부의 삶을 향해 2023.02.05 18 박순원 신부
1069 죽는 날까지 자신을 내어 줌 2023.12.24 18 이청준 신부
1068 연중 제23주일 2019.09.08 19 토머스 키팅 신부
1067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순교자들 대축일 2020.09.27 19 토머스 키팅 신부
1066 연중 제17주일( 2021.07.25 19 토머스 키팅 신부
1065 부활 대축일 묵상 - 죽음보다 더 진한 사랑 2023.04.09 19 서인석 신부
1064 연중 제18주일 - 기도 중에 2022.07.31 19 박순 원 신부
1063 사순 제3주일 묵상 – 미워도 다시 한 본 2023.03.13 19 안충석 신부
1062 사순 제5주일 묵상 – 지혜로운 선택 2023.03.26 19 안충석 신부
1061 부활 제3주일 묵상 - 모든 것이 완성되어야 한다 2023.04.24 19 서인석 신부
1060 주님 수난 성지주일 묵상 – 나귀이든, 십자가이든 2023.03.31 20 서인석 신부
1059 대림 제1주일 2019.12.08 20 토머스 키팅 신부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56 Next ›
/ 56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