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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윤행도 가롤로 신부 <munyman61@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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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움에 대하여
언젠가 우연히 TV에서 어느 목사님이 강의하시는 것을 들었는데, 목사님이 말씀하시길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 하실 때 공평하게 창조하신 것이 아니라 불공평하게 창조하셨다는 것입니다. 부자인 부모 덕분에 태어나면서부터 부자인 사람도 있고 가난한 부모 때문에 태어나면서부터 가난한 사람도 있으며, 사지육신을 건강하고 멀쩡하게 타고 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자신의 잘못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한 곳이 불편하게 태어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일 년 내내 일정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어 온갖 초목이 싱싱하게 살아가는 곳이 있는가하면 너무 덥고 건조해 풀 한포기 자라지 않는 사막도 있습니다. 사람이나 자연이나 이러한 모습을 보더라도 하느님이 이 세상을 불공평하게 창조하셨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하느님이 이 세상을 불공평하게 창조하신 이유는 사람과 이 세상이 살아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는 것입니다. 높은 곳이 있으면 낮은 곳이 있어야, 많은 것이 있으면 적은 것이 있어야, 강한 것이 있으면 약한 것이 있어야 흐름과 움직임이 일어나고 그것을 통해 사람과 세상은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만약 하느님이 사람과 세상을 공평하게 창조하셔서 모두가 똑같다면, 그래서 서로가 도와 줄 것도 도움을 받을 것도 없다면 그것은 곧 죽음으로 가는 것이라는 것이 그 목사님의 설명이었습니다. 불공평하게 창조된 것이 하느님의 창조섭리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세상(자연)은 그 창조섭리를 잘 따르고 있는데 유독 사람만이 창조섭리를 어기고 있다고 하시더군요.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어떤 부자(가난한 이는 라자로라는 이름이 있는 반면 그는 이름조차 전해지지 않습니다. 어쩌면 그 부자처럼 사는 사람이 너무 많아 어느 특정인을 지칭하는 것이 무의미하기 때문이 아닐까요)의 모습도 그러합니다. 그가 얼마나 부자였는지는 “그는 자주색 옷과 고운 아마포 옷을 입고 날마다 즐겁고 호화롭게 살았다.”라는 대목만 보더라도 능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가 사는 모습으로 보아 자기 집 대문 앞에 종기투성이의 몸으로 누워 있는 라자로에게 먹을 것을 좀 준다고해서 그의 재산이 축나지는 않았을 텐데도 불구하고 그는 라자로를 외면했습니다. 자연스럽지 못했습니다. 하느님의 창조섭리에 따라 살지 않고 인간탐욕에 따라 살았습니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부자가 자연스럽게 살지 못한 결과에 대해 들려줍니다.
내가 가진 것이 많아서 덜 가진 사람과 나누고 내가 배운 것이 많아서 덜 배운 사람을 가르치고 내가 능력이 많아 그렇지 못한 사람을 돕는 것은 자랑도 아니며 칭찬받거나 보상받을 일도 아니라 여겨집니다. 그렇게 사는 것이 하느님의 창조섭리를 따르는 길이며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을향기가 조용히 묻어오는 계절입니다. 곡식이 영걸고 열매가 익어 감은 가을의 자연스러운 모습, 하느님의 창조섭리에 어울리는 모습입니다.
이 가을, 내 모습은 얼마나 자연스러운지 가만히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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