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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행도 가롤로 신부 <munyman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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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과 따름

 

신학생 시절 가출(家出)과 출가(出家)에 대해 생각해 적이 있었습니다.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가출은 가족과 살던 집을 등지고 떠나는 것이고, 출가는 집과 세속의 인연을 떠나 불문에 들어 수행생활을 하는 것입니다. 그 당시 제가 내린 결론은 가출과 출가는 표면적으로는 글자의 순서가 바뀐 것에 불과하지만 그 뜻은 전혀 다른 것으로, 가출은 현재의 상황을 도피하기 위해 집으로부터 도망치는 것, 그래서 언젠가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 집으로 돌아감으로써 끝나는 것이지만, 출가는 보다 큰 뜻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 집과 가족을 떠나 온 것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집을 잊고 보다 큰 뜻을 이룸으로써 완성되는 것이었습니다.

 

예수께서는 당신과 함께 길을 가는 많은 군중들, 당신을 따르기 위해 나선 사람들에게 돌아서서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 이와 같이 너희 가운데에서 누구든지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그 많은 군중들 중에는 예수께서 병을 고치신다는 소문 때문에,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수천 명을 배불리셨다는 소문 때문에, 율법학자들이나 바리사이 사람들보다 더 권위 있는 가르침을 주신다는 소문 때문에 따라 나선 사람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어쩌면 그들은 진정으로 예수를 따르기 위해, 예수처럼 살기 위해 나선 것이 아니라 예수로부터 무엇인가를 얻고자 나선 사람들일지도 모릅니다. 출가한 사람들이기보다 가출한 사람들에 가까웠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예수께서는 당신이 가시던 길을 멈추시고 돌아서서 버림과 따름에 대해 말씀하셨을 테지요.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따라 나서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는 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당신을 따르는 많은 이들에게 하신 말씀을 오늘 저에게도 하십니다.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예수를 따른다고 다 그분의 제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제서품을 받았다고, 수도서원을 하였다고 모두가 다 그분의 제자가 되는 것은 분명 아닙니다. 자기 소유를 버리고 따를 때 비로소 그분의 제자가 될 것입니다.

 

자기 소유’, 재산과 같은 물질적인 것, 아버지나 어머니, 형제나 자매 등 가족뿐만 아니라 자존심이나 아집, 독특한 성격까지도, 그것이 자신의 것이라 여겨지는 모든 것을 버려야 합니다.

 

솔직히 사제성소를 받고 집을 떠날 때에는, 그리고 성품성사를 받을 때에도 그 말씀을 제대로 깨닫지 못했습니다. 출가한답시고 집을 떠났지만 실제로는 가출의 수준이었던 것입니다. 세월이 한참 지난 뒤에야 그 말씀의 의미를 깨닫고 자기 소유라고 여겨지는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내려놓는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내려놓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 내려놓다가, 다 내려놓기도 전에 인생 끝나겠다는 걱정이 들기도 하지만 이 또한 내려놓아야 할 것임을, 그리고 그렇게 내려놓다보면 그분을 따르는 길이 보일 것임을 믿으며 오늘도 이 길을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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