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상지원단

2013.06.09 11:16

연중 제10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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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방식 목사 bsot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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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이여 일어나라(루가복음 7장 11-17절)

 

예수님께서 가파르나움에서 한 백부장의 종을 고쳐주신 후에 나인 성으로 내려가셨다. 가파르나움에서 나인 성까지 이르는 길은 이른 새벽에 출발해야 저녁 늦게 도착할 만큼 먼 길이었다. 나인 성은 가파르나움처럼 예수님의 중심 사역지도 아니었고 그곳은 이방인들이 사는 지역이었다. 주님이 왜 그 곳에 가셨는지 정확한 의도는 모르지만, 이곳에서 주님이 행하신 일을 보면서 우리는 주님이 그곳에 가신 이유, 그리고 우리 주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진지하게 묵상해 볼 수 있다.

 

 

예수님이 나인 성에 가까이 이르셨을 때, 죽은 자를 메고 나오는 장사 행렬과 성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행렬을 따라 나오고 있는 것을 보셨다.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안타깝고 슬픈데, 심지어 죽은 사람은 아직 젊디젊은 청년이었고, 과부인 그 어머니의 하나뿐인 독자였다. 사람들은 모두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아픔에 함께 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예수님은 장사행렬을 보자마자 독자를 잃고 우는 과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예레미야 선지자가 인간의 가장 큰 슬픔을 묘사할 때 “독자를 잃음 같이 슬퍼한다(렘 6장 26절)”라고 표현했듯이, 독자를 잃은 어미의 심정은 형언할 수 없이 큰 아픔이다. 예수님은 곧 측은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녀를 불쌍히 여기시며 그녀의 슬픔을 자신의 슬픔으로 느끼셨다. 그녀의 아픔이 예수님의 아픔이 된 것이다. 예수님은 눈물과 긍휼로 그녀에게 다가가시고 “울지 말라”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죽은 아들이 누워있는 관에 손을 대시며 “청년아 일어나라”라고 하셨다. 그러자 예수님의 말씀을 들은 죽은 청년은 마치 잠자리에서 깨어나듯이 몸을 일으키고, 앉아서 말도 하였다. 예수님은 살아난 아들을 과부에게 내주셨고,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두려워하며 하느님께 영광을 돌렸다.

 

 

오늘 성경말씀에서 두 장면이 두드러져 보인다. 하나는 과부이면서 독자까지 잃은 한 여인의 모습이며, 다른 하나는 그 여인을 보자마자 그녀의 슬픔이 자신의 아픔이 되어서 과부를 위로하고 죽은 아들을 다시 살리신 예수님의 모습이다.

 

 

성경에는 왜 예수님이 나인 성에 가셨는지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혹시 예수님께서 그 여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인 성으로 가신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예수님은 언제나 살아갈 소망을 잃어버린 자들, 소외되고 힘없는 슬픔에 빠진 자들을 찾아가셔서 그들을 위로하시며 그들에게 살 소망을 회복시켜 주셨기 때문이다.

 

 

여인을 보시고 우시면서 그녀를 위로하시고 그녀에게 새로운 삶의 희망을 불어넣어주신 예수님의 모습은 그리스도의 제자로 부름 받아 살아간다는 오늘날 나의 모습을 돌아보며 묻게 한다. 말씀의 거울에 비춰진 나의 자화상은 무엇인가?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어떤 존재가 되기를 소망하고 있는가?

 

 

젊은 신학생 시절부터 내가 무척 좋아했고 존경해 온 한 선배목사님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분은 신학교에서 신약성서를 강의하시면서 목회를 하셨는데, 어떻게 평신도들에게 삶의 변화를 가져오는 성경공부를 인도할 것인가가 일평생 연구과제셨다. 그 분은 당시에 성인 500여명이 모이는 교회를 2000명으로 성장시키셨으나, 어느 날 그 교회를 갑자기 그만두고 300여명이 모이는 교회로 부임해 가셨다. 교회를 옮기는 것은 하느님의 섭리와 뜻이 있는 것이겠지만 목사님께서 개인적으로 교회를 옮기고자 했던 이유 두 가지를 내게 들려주셨다. 그 중 하나는 성도 수가 많아지니 성도들을 개인적으로 만날 수 없을뿐더러 심지어 가까이에서 협력하는 분들의 삶의 문제나 슬픔조차도 모르고 지나갈 때가 있다는 것이었다. 목회자가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목회하는 자신의 삶을 보면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새로운 사역자의 삶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그 분은 젊은 시절에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할 무렵, 신학자로서의 삶과 목회자로서의 삶의 기로에서 일평생 책과 씨름할 것인가 사람과 씨름할 것인가를 놓고 기도하다가 사람과 씨름하는 삶을 선택하셨던 분이다.

 

 

여인의 슬픔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신 후, 하룻길을 멀다하지 않으시고 걸어가셔서 과부를 위로하신 예수님. 오늘도 그 주님이 사랑의 눈으로 우리를 보고 계신다. 그 분은 우리의 작은 신음에도 귀를 기울이시고 우리의 아픔을 어루만지시며 위로 하시는 분이다. 주님은 또한 우리로 하여금 주위에 아픔을 당하고 실의에 빠진 이웃들을 찾아가 그들과 함께 울며 위로하라고 말씀하신다. 우리 이웃들의 작은 예수로 서로 섬기며 살라고 우리를 부르실 때, 비록 우리가 예수님처럼 먼 곳까지 가지는 못해도 주변에 오늘도 눈물 흘리는 자매와 형제들과 함께 하라고 우리를 초대하신다.

 

 

주님! 마음이 돌 같이 단단하고 둔감하여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는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당신의 눈과 마음으로 이웃과 함께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저희를 도와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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