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상지원단

2014.01.30 01:20

주님 봉헌 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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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충석 루까 신부 <anchs6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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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심 기도의 의지와 지향

 

향심 기도는 지향(intention) 훈련과정인 것이다. 항상 기도 할 때처럼 우리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께 자신을 열어 하느님께 내안에 살아서 활동하시도록 승복하겠다는 지향을 가지고 하는 기도인 것이다.

 

사랑받을 때, 그래서 사랑하게 되었을 때 비로소 열리는 눈이 따로 있는 법이다.

 

아우구스티노에 따르면, 자캐오가 무화과나무에서 주님을 뵐 수 있었던 것은, 먼저 주님께 ‘보였기’ 때문이다(“그는 보였고 그래서 뵈었다[visus est, et vidit].”:「설교집」, 174,2,2-4,4). 하느님께서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자기를 보시고 받아들이신다는 체험이야말로 모든 영적 이해와 식별의 원천이다.

 

중세에 토마스 성인이 “사랑이 있는 곳에 눈이 있다(ubi amor ibi oculus).”라고 말했을 때에도 (「명제집 주해」, d.35, q.1, a.2), “사랑만이 식별한다.”(「강해」, 7,7)는 아우구스티노의 가르침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었을 따름이다.

 

사랑의 근원적인 견지에서 볼 때, 세례를 받고 예언을 하며 성체성사를 받는 사람들도 정작은 악인을 수 있다(「강해」, 7,6). “성사를 모시는 것으로는 교회 안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행실의 악함으로 말미암아 사실은 교회 밖에 있는 사람들”이 있다(「페틸리아누스 서간 반박」280,178). 모든 행위의 가치를 결정짓는 기준은 그 행위의 지향이 무엇인지에 있으며, 무슨 행위를 하느냐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랑으로 행했을 때만 선한 행위가 된다. 사실 꾸짖음이라는 폭력도 사랑일 수 있는 반면,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언행도 사악한 행위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아버지는 자녀에게 매를 들고, 노예 상인은 (달콤한 말로) 구슬리는” 것이다(「강해」, 7,8).

 

“사랑하십시오, 그리고 그대 원하는 대로 하십시오.” 우리는 이 말에서 무엇보다 어떤 ‘자유’의 호연지기를 감지한다. 과연, 사랑하는 사람은 참된 의미에서 ‘자유인’이다. 그의 자유는 우선 ‘인식’에서 누리는 자유다.

 

강생과 파스카 사건에서 드러나 하느님의 지극한 사랑을 체험한 이는 바로 이 체험을 기점으로 히브리 성경을 아주 새롭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런 해석의 자유를 일러 아우구스티노는 ‘그리스도교적 자유’라 했다(「그리스도교 교양」, 3,8,12)

 

사랑하는 자유는 우리 인간의 모든 자유마저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께 내어 맡기는 지향이야말로 하느님의 사랑의 전능인 성서가 전하는 자유다.

 

실례로 여기에 말고삐를 잡고 자기가 가고 싶은 데로만 가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향심기도의 지향은 말 타고 가는 자가 일단 말고삐를 잡은 것을 놓고서 말이 가는 데로 자유로이 내어 맡기는 것이다.

 

거룩한 단어란 우리생각과 모든 것의 말고삐를 놓고서 말에 내어 맡기듯이 우리 지향으로 주님께로만 마음의 고삐를 잡으려는 과정인 것이다.

 

영성가들은 이 과정을 통해 우리가 자발적으로 우러나오는 기도라고 부르는 상태, 곧 끊임없는 기도의 상태에 도달한다. 이것이 샘처럼 솟는 마음의 기도이다.

 

“그 속에서 샘솟는 물이 강물처럼 흘러나올 것이다. 이것은 예수께서 당신을 믿는 사람들이 받을 성령을 가리켜 하신 말씀이었다.”(요한 7, 38-39)

 

이때 예수님의 기도는 심장의 박동에 점착한다.

 

“얼마 후 나는 기도가 내 마음 속에서 스스로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말하자면 내 심장이 규칙적인 박동에 맞춰 스스로 거룩한 말을 속삭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곧 내 마음에서 따스한 열기가 나오더니 가슴 전체로 퍼졌다.”

 

이런 상태는 의도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을 원해서도 안 된다. 이것은 온 마음으로 끈기 있게 기도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은총이다.

 

그 사람은 더 이상 이성의 영역에 속하지 않고, 그의 마음속의 기도에 속한다. 그가 부르는 주 예수의 이름에 속한다.

 

“성령께서 어떤 사람 안에 거처를 정하시면 그 사람은 기도를 멈추지 못한다. 그가 잠든 자든, 깨어 있든 기도가 그의 영혼을 떠나지 않는다. 그가 먹든, 마시든, 잠자리에 눕든, 일에 열중하든, 잠에 빠졌든 간에 그의 영혼으로부터 기도의 향기가 저절로 퍼져 나

온다. 이때부터 그는 정해진 시간에만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기도한다.”

 

끊임없는 기도의 상태에 도달한 사람은 어떠한 사람인가? 그는 자기 안의 성령의 생명에 깨어 있는 사람이다. 그는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자기 안에 살아 잇는 기도를 되찾으며, 기도는 저녁때까지 그를 떠나지 않는다. 그는 자기가 잠을 자는 동안에도 기도가 자기의 잠을 채우기를 열망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것은 정신적 활동의 문제가 아니다. 그의 전 인격이 영성화되는 일이다. 말하자면 신화화된 사람은 기도의 행위 중일 뿐 아니라 기도의 상태에 있다.

 

어느 수도자는 이런 글을 썼다.

“기도의 행위는 기도의 상태로 이어진다.”

이 말은 기도 자체인 사람에게 해당된다.

 

향심기도의 지향이 우리 일상생활로 확장될 때 사도 바오로께서 이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셔서 성령께서 나와 함께 기도하시는 것이다 하고 외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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