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상지원단

2014.02.17 01:08

연중 제6주일

조회 수 2986 추천 수 0 댓글 0
Extra Form
작성자 안충석 루까 신부 <anchs67@hanmail.ne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로메로의 하느님 신앙

 

너희는 말할 때에 “예” 할 것은 “예”하고 “아니오” 할 것은 “아니오”라고만 하여라. 그 이상의 것은 악에서 나오는 것이다(마태 5, 37)

 

위의 성서말씀대로 살다가 예수님 같이 타살되고 민중 속에 부활한 남미 엘살바도르의 로메로(Romero, Oscar Arnulfo, 1917~1980) 대주교가 있었다. 그는 본래 보수적인 인물이었다. 1977년에 엘살바도르의 산살바도르 대교구의 대주교로 임명되기 전까지 그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개혁적 사목방침을 우려하는 전통주의자였고, 현실 참여적인 그리스도인들에 대해 비판적이었으며, 해방신학을 ‘증오에 가득찬 그리스도론’이라고 비난했던 사제였다. 그래서 그의 대주교 서임을 엘살바도르 민중은 절망으로 받아들였고, 군부와 기득권층과 산살바도르 대교구의 보수적인 주교들만 박수치며 좋아했다.

 

그런 로메로가 대주교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부유한 지주들을 공공연히 비난하다 암살당한 예수회의 루틸리오 그란데 신부의 추모 미사를 집전하면서 근본적인 변화를 입게 된다. 그 당시 엘살바도르는 정치적 억압, 특히 노동자와 농민들에 대한 억압과 착취가 극에 달해 이에 저항하는 민중들의 투쟁이 이어지고 있었는데 그들이 군부에 학살당하는 현장을 목격한 뒤 로메로 대주교는 ‘투사’로 변신한다. 그의 입에 “여러분이 세상의 예언자들이다. 폭력이 숨쉬기처럼 일반화되어 있는 나라의 불의에 대항하라. 무죄한 사람들을 학살하라는 명령에 대해 ‘하느님의 이름으로’ 거부하라!”는 외침이 나올 줄 누가 상상했을까.

 

그리고 이렇게 고백한다. “저는 아름답고도 어려운 진리를 깨달았습니다. 우리의 신앙은 현실에 눈을 돌려야 합니다. 모든 폭력의 근원은 극심한 빈부격차입니다.” “교회는 자유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 안에서 실현됩니다.”

 

 

동료 사제들까지 잇따라 살해당하자, 일부 사제들은 총을 든다. 그리고 ‘이 길밖에 달리 선택할 게 무엇입니까’라고 호소한다. 그러자 로메로는 단호하게 반문한다. “신부님은 사랑의 힘을 믿지 못하시는가요.” 그가 단호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순교를 예감했고, 각오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나를 죽일 때 나는 엘살바도르 사람들의 가슴에 다시 살아날 것입니다. 제가 흘린 피는 자유의 씨앗이 되고 희망이 곧 실현되리라는 신호가 될 것입니다. 사제는 죽을지라도 하느님의 교회인 민중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입니다.”

 

너희는 말할 때에 “예” 할 것은 “예”하고 “아니오” 할 것은 “아니오”라고

만 하여라, 그 이상의 것은 악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오늘 복음성서 말씀을 자신의 삶과 죽음으로 증거하신 분이시다.

 

라디오 방송으로도 메시지를 전달하던 로메로는 엘살바도르의 군인들에게 신자로서 지고한 신의 명령을 따라 민중의 억압을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그 다음날 미사를 집전하던 도중 그는 제단 앞에서 총탄에 맞았다.

 

염수정 추기경의 보수적 태도를 두고 말이 무성하다. 그가 어느 정당이나 이념을 대변할 필요는 없다. 다만 사제로서 소명을 잊지 말고 억압받는 “목소리 없는 자의 목소리”가 되기 바란다. 그것이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길이다.

 

로메로의 신앙과 고백은 故 김수환 추기경과 이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서 구현되고 있다. “주님은 우리를 자유로이 살도록 창조하셨습니다. 주님은 우리가 위엄을 지니고 살게 하셨습니다. 주님은 우리가 위엄을 지니고 살게 하셨습니다.” 염 추기경은 순교자 집안이다. 선조는 이웃의 자유와 존엄과 정의를 지키기 위해 희생당했다. 그것이야말로 남은 이들에게 축복이었다.

 

염 추기경은 전임자 정진석 추기경에서 지향과 방향의 전환으로 故 김수환 추기경과 현 교황의 말씀을 따른다는 자신의 말을 로메로 대주교의 길로 들어서기를 우리 모두 간구해야만 한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작성자
공지 성령 강림의 신비를 체험하는 향심기도 2024.05.20 3 이준용 신부
공지 신성화되는 은총을 체험하는 향심기도! 2024.05.12 7 이준용 신부
공지 성령과 함께하는 기도인 향심기도 2024.05.12 4 이준용 신부
공지 가톨릭 마산교구 주보 _ 2024년 4월 28일 부활 제5주일 __ 향심기도란 어떤 기도인가요? (4) 2024.04.28 12 윤행도 가롤로 신부/ 월영본당 주임
598 연중 제16주일 2013.03.14 3803 전주희 목사 rising223@hanmail.net
597 연중 제16주일 2013.03.15 3463 왕영수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
596 연중 제16주일 2013.03.15 3688 이청준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 fxaverio@hanmail.net
595 연중 제16주일 2013.07.20 3928 윤영중 필립보 신부<philipus9910@hanmail.net>
594 연중 제16주일 2014.07.19 1745 오방식 목사 <bsotm@hanmail.net>
593 연중 제16주일 2017.07.23 169 토머스 키팅 신부
592 연중 제16주일 2018.07.22 109 토머스 키팅 신부
591 연중 제16주일 2019.07.21 39 토머스 키팅 신부
590 연중 제16주일 2020.07.19 31 토머스 키팅 신부
589 연중 제15주일(농민 주일) 2017.07.16 183 토머스 키팅 신부
588 연중 제15주일(농민 주일) 2018.07.15 206 토머스 키팅 신부
587 연중 제15주일 묵상-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 2013.03.14 3198 서인석 신부
586 연중 제15주일 묵상 - 회개하라고 선포하였다 2013.03.14 3466 정규완 신부
585 연중 제15주일 - 하느님 나라를 증거하려면 2022.07.10 29 이청준 신부
584 연중 제15주일 - 기독교인이면서 불교도인 ....... 2013.03.14 3468 전주희 목사 rising223@hanmail.net
583 연중 제15주일 2019.07.14 53 토머스 키팅 신부
582 연중 제15주일 2013.03.14 3414 전주희 목사 rising223@hanmail.net
581 연중 제15주일 2013.03.14 3739 전주희 목사 rising223@hanmail.net
580 연중 제15주일 2013.03.15 3512 왕영수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
579 연중 제15주일 2013.03.15 3598 이청준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 fxaverio@hanmail.net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 56 Next ›
/ 56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