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상지원단

2014.06.07 23:44

성령 강림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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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지호 목사 <yiss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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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의 춤(사도2:1~11)


성령강림주일은 예수께서 부활하신지 50일째 되던 날에 제자들에게 약속했던 성령이 임했던 사건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두려움에 떨고 있던 제자들을 믿음으로 가득 찬 용기 있는 사람들로 변화시켜 세상 사람들 앞에서 예수의 부활을 용감하게 선포하게 하신 것은 성령이었습니다. 좁은 위층 방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성령의 임재를 경험하고, 자신들의 삶이 아주 달라졌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진정 자신들이 누구인지를 알게 되어 자신의 존재를 신뢰하게 되었고, 자신들이 느끼는 것, 자신 안에 불타오르는 감정들을 신뢰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불가항력적인 어떤 힘 앞에서 자신도 모르는 어떤 행동들을 강박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 안에 있는 하느님의 원초적인 표상을 만나, 인격적인 존재들로 행동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서로 믿고 소통하게 되었고, 자신 앞에 있는 형제, 자매들에게서 하느님의 형상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들을 가로막고 있던 모든 담들이 허물어져, 하느님과는 물론 사람들과 자연 속에서도 하느님의 형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세워진 것이 바로 교회였습니다.

이것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말씀이 사도행전에 나오는 성령강림의 사건입니다. 오순절 성령을 경험한 사람들은 각기 다른 나라말로 말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사람 사이에 가로 막혀 있던 담들이 무너져 내렸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하느님과의 친밀한 소통은 비로소 사람 사이에도 친밀한 소통을 이루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이루어진 초대교회의 특징을 사도행전은 이렇게 전합니다.

“신자들은 모두 함께 지내며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 그리고 재산과 재물을 팔아 모든 사람에게 저마다 필요한 대로 나누어 주곤 하였다. 그들은 날마다 한마음으로 성전에 열심히 모이고 이 집 저 집에서 빵을 떼어 나누었으며, 즐겁고 순박한 마음으로 음식을 함께 먹고, 하느님을 찬미하며 온 백성에게서 호감을 얻었다.”(사도2:44~47)

이는 성령 공동체의 원초적인 모습을 그려주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안전을 도모하거나, 이름을 드러내려고 하거나, 자신들의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성령의 이름으로 하였고, 하느님께 영광되도록 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그들 중심 안에 있는 하느님의 모습을 서로 서로 드러내며 보이고 보았던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성령은 우리와의 경험과는 먼 어려운 것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이상적이기는 한데 우리가 경험해보지 않은 어떤 것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사도행전이 보여주려는 것은 이 세상의 리듬에 맞추어 사는 삶이 아닌, 성령의 리듬에 맞추어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려는 것입니다. 두려움에 떨던 사람들이 위축되어 숨어 있던 모습이 아니라, 성령의 리듬에 따라 춤추며 사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확대하여 보여주려고 하는 것입니다. 무의식적인 동기에 사로잡혀 자신도 어쩌지 못하고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 아닌, 내적인 자유를 누리는 사람들의 자유로운 선택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성령은 문자 그대로 우리에게 사도들처럼 살라고 다그치지는 것은 아닙니다. 성령은 우리에게 좁은 신앙인의 모습에 좀 더 충실할 것을 요구하거나, 양심의 가책을 더 받을 것을 요구하거나, 윤리 도덕가가 되기를 닦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성령은 우리 각자의 내면에서 들려오는 세미한 음성에 귀 기울이게 합니다. 그래서 성령은 급하고 강한 바람, 불의 혀처럼 갈라지는 모습으로 오기도 하지만, 매우 부드러운 바람으로, 고요하고 세미한 소리로 들려지기도 합니다.

우리가 성령의 리듬에 맞추어 추는 춤은 똑같은 춤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우리 각자는 다 하느님의 독특한 작품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각자에게는 하느님이 처음부터 새겨놓으신 원초적인 수신 장치들이 있습니다. 그것으로 우리는 내게 들려오는 성령의 리듬을 느낍니다. 우리 각자의 독특한 주파수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가오시는 성령의 파동에 접촉 합니다. 이렇게 자기에게 들려오는 성령의 부름에 자기만의 춤을 추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우리는 소명을 따라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이 땅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일 것입니다. 우리는 이 행복을 경험하러 이 땅에 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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