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상지원단

2014.09.06 12:31

연중 제23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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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정철 세례자 요한 신부 <kenosis1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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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독서: 에제 33,7-9; 화답송: 시편 95(94); 2독서: 로마 13,8-10; 복음: 마태 18,15-20


형제에 대한 책임 – 연대성


오늘날 세상의 특징 중에 하나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강조하신 ‘무관심의 세계화’라고 생각합니다. ‘무관심의 세계화’는 형제의 아픔과 상처에 대한 공감을 둔감하게 하고 자신의 이익과 편리 속에 갇혀버리게 합니다. 결국 형제에 대한 연대의식, 책임감은 사라져갑니다.


“안락을 추구하는 문화는 오직 우리 자신만 생각하도록 합니다. 우리로 하여금 이웃의 고통에 무감각하게 만들고, 사랑스럽지만 허상 가득한 비누거품 속에 살도록 합니다. 그것들은 이웃에게 무관심하게 만드는 덧없고 공허한 망상에 빠져들게 합니다. 참으로 ‘무관심의 세계화’로 이끄는 것입니다. 우리는 세계화 된 세상에서 세계화된 무관심으로 타락했습니다. … 무관심의 세계화는 우리 모두를 무책임한 ‘익명의 사람들’로 만듭니다.”(2013.7.8. 람페두사에서의 교황 강론)


그러나 창세기부터 하느님은 형제에 대한 원초적인 책임을 강조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카인에게 묻습니다. “네 아우 아벨은 어디 있느냐?”(창세 4,9) 우리는 모두 형제에 대한 원초적인 소명을 받았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형제성을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한분 아버지 하느님 안에 “너희는 모두 형제다.”(마태 23,8)


우리는 카인처럼 제가 아우를 지키는 사람입니까?”(창세 4,9) 하며 그 소명을 저버릴 수도 있고 “벗을 위하여 제 목숨을 바치는 … 더 큰 사랑”(요한 15,13)의 연대를 실천할 수도 있습니다. 오늘 독서들과 복음은 ‘무관심의 세계화’라는 특징을 보이는 오늘날의 세상 안에서 다시 한 번 형제에 대한 사랑의 책임을 묵상하도록 우리를 인도합니다.


1독서에서 하느님께서는 에제키엘 예언자에게 말씀하십니다.

“너 사람의 아들아, 나는 너를 이스라엘 집안의 파수꾼으로 세웠다. 그러므로 너는 내 입에서 나가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를 대신하여 그들에게 경고해야 한다.”(에제 33,7)


우리는 모두 형제를 지키는 “파수꾼”(에제 33,7)입니다. “아우를 지키는 사람”(창세 4,9)입니다. 우리는 모두 주님의 목소리가 되어야 합니다. 세상을 향한 주님의 목소리, 형제를 향한 하느님의 목소리. 우리는 모두 신비가이자 예언자로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세상에 대한 책임이 있는, 형제에 대한 책임이 있는 신비가이자 예언자. 2독서도 “사랑은 율법의 완성”이라며 “남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도록 초대합니다. 다시 한번 형제에 대한 사랑의 책임을 강조합니다.


오늘 복음은 공동체 내에서 특정상황에 대한 가르침입니다. 그 특정상황이란 다름 아닌 “네 형제가 너에게 죄를 짓거든”(마태 18,15)입니다. 죄는 상처를 입힙니다.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방도 그리고 공동체에도. 결국 공동체 안에 균열과 분리, 소외를 일으킵니다. 주님의 가르침은 형제를 얻기 위한 사랑의 행위로, 사랑의 연대성으로 변화시키도록 초대합니다.


저는 “단둘이 만나”에 초점을 맞추고자 합니다. 죄까지 아니더라도 마음에 들지 않거나 불만족스러울 때 가까이 하기도 싫어합니다. 상처를 주지 않았음에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네 형제가 너에게 죄를 짓거든” 내가 상처입었는데 과연 이 가르침을 실천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보통 상처를 입으면 회피하고자 합니다. 그 상처를 다시 상기시키고 후벼파는 것처럼 느끼기 때문입니다. “단둘이 만나” 사랑의 책임을 다하기보다 판단하고 심판하게 됩니다.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마태 7,3)기 때문입니다. 내 안에 있는 ‘행복을 위한 정서적 프로그램’이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남을 대상화시켜 심판, 판단하는 것은 단죄의 행위입니다. 그러나 단둘이 만나 식별하는 것은 사랑의 행위입니다. 식별은 관계를 성장시킵니다. 그런 점에서 내적 정화와 내면의 자유가 없이는, 진정 자기로부터 자유롭지 않으면 “단둘이 만나” 식별하고 참된 형제애를 실천할 수 없습니다. “눈 손에 있는 들보”를 정화시키는 복음의 관상적 차원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것이 없으면 형제에 대한 사랑의 책임, 연대성을 온전히 실천할 수 없습니다.


가톨릭 사회교리는 연대성을 이렇게 가르칩니다. “연대성은 가깝든 멀든 그 많은 인간들이 겪는 불행을 보고서 막연한 동정심 내지 피상적인 근심을 느끼는 무엇이 아니다. 그와는 반대로, 공동선에 투신하겠다는 강력하고 항속적인 결의이다. 우리 모두가 모두에게 책임이 있는 만큼, 만인의 선익과 각 개인의 선익에 투신함을 뜻한다.”(사회적 관심 38항)


지금 광주교구에서는 4월부터 계속해서 매일 사제와 수도자와 평신도들이 진도 팽목항을 찾아가 미사와 기도를 드리고 있습니다. 세월호 사건의 아픔에 동참과 연대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또한 지금 서울 광화문에서는 단식과 기도와 미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공동선에 투신하겠다는 연대성의 표현입니다. 교황님 말씀대로 “고통 앞에 중립은 없습니다.” 우리는 연대하거나 무관심할 것입니다.


우리가 침묵 속에 머물러 하느님의 현존과 활동에 동의, 승복한다면 하느님께서는 우리 안의 ‘무관심의 세계화’를 ‘무한한 사랑의 관심과 투신’으로 변형시켜 주실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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