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상지원단

2014.07.27 10:21

연중 제17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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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방식 목사 <bsot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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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것을 다 팔아


오늘 복음말씀에 따르면 하늘나라는 밭에 묻혀 있는 보물에 비길 수 있다. 그 보물을 발견한 사람은 기뻐하며 돌아가 자기의 소유를 다 팔아 그 밭을 산다. 예수님의 이 비유는 당시의 문화를 고려할 때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말씀이다. 그 시대뿐만이 아닐 것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말씀이다. 비유의 핵심은 하늘나라가 세상의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귀하다는 것이며, 이제 그것을 발견한 우리는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들의 문제의 핵심은 하늘나라가 이처럼 소중하고, 그것을 우리가 발견하였지만 그것을 나의 것으로 만들며 살아가지 못하는데 있다. 귀한 보화를 발견하였으니 이제 그것을 얻기 위해서 가진 것을 다 팔아 나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예수님의 말씀처럼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실제로 우리의 삶에서 이 사람과 같이 행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보화를 완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려면 이전에 가지고 있었던 나의 모든 소유를 다 팔아 보화가 묻혀 있는 땅을 사야기 때문이다. 자기의 소유를 판다는 것은 나에게 익숙하고 또한 내가 안정적으로 누리고 있었던 나 자신의 모든 것, 그리고 나의 과거의 삶의 모든 소중한 부분들을 다 떠나보내는 것을 의미한다.


영적인 의미에서 소유를 판다는 것은 하느님의 사랑, 또는 하느님이 주시는 참된 새로운 삶을 위해 나의 거짓자아와 자기중심적인 삶을 완전히 떠나보내는 것을 의미 할 수 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의 거짓자아의 삶에서 떠나려면 자기 자신과의 진실한 만남이 필요하다. 자신과의 진실한 만남이란 내가 가지고 있는 나의 긍정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부분까지도 직면하는 것을 말한다. 나의 연약함과 어두움, 심지어 죄까지도 직시하고 직면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기 자신과의 진실한 만남을 어려워한다. 하지만 자기의 연약함과 어두움을 직시하여 그것을 인정하고 수용하며 주님께 온전히 내어놓지 않으면 우리가 아무리 새로운 삶을 원하나 결코 새로운 존재의 삶을 살아갈 수 없다.


요한복음 5장 1절에서 4장을 토대로 손튼 와일더(Thornton Wilder)가 쓴 ‘물을 휘저은 천사’라는 단막극이 있다(브레넌 매닝, 『아바의 자녀』(복있는 사람, 2004년 판에서 발췌). 천사가 물을 휘저을 때마다 베짜다 연못에서 치유의 역사가 나타나는데, 자신의 애수(哀愁)를 치유 받고 싶은 한 의사가 이 연못에 꾸준히 찾아온다. 드디어 천사가 나타나고 물이 움직이자마자 의사가 이를 보고 즉시 물에 들어가려고 한다. 그런데 천사가 물속에 들어가려는 의사를 가로막아버린다. 천사는 의사에게 지금은 그의 때가 아니라며 물러갈 것을 명한다. 의사는 물에 들어가서 치유를 얻게 해달라고 간절히 요청하지만 천사는 그를 고쳐 줄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다. 대화가 계속되던 중에 천사가 예언을 한다. “상처가 없다면 그대의 힘이 어디 있겠는가? 그대의 떨리는 저음이 사람들 마음속에 파고드는 것도 그 애수 때문이다. 심지어 천사들도, 삶의 수레바퀴가 깨어진 한 인간이 할 수 있는 것만큼 지상의 불쌍하고 서투른 자녀들에게 믿음을 심어줄 수는 없는 법이다. 다친 병사들만이 사랑이신 그분을 섬길 수 있다. 의사여, 물러나라.”


얼마 후, 연못에 처음 들어가 나은 사람이 자신의 행운을 기뻐하며 의사를 보고 말한다. “나와 함께 갑시다. 우리 집까지는 한 시간 밖에 안 걸립니다. 내 아들이 어두운 생각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나는 아들을 이해 못합니다. 여태껏 아들의 기분을 좋아지게 해준 사람은 당신뿐입니다. 딱 한 시간이면 ... 내 딸도 있습니다. 딸은 자식을 잃고 침울해하고 있습니다. 식구들 말은 안 듣겠지만 당신 말이라면 들을 것입니다.”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주는 이야기이다. 의사는 자신의 애수를 빨리 해결하고 싶어 한다. 그것을 직면하면서 인정하고 수용하여 진지하게 다루고자 하는 마음이 부족하다. 그것을 대면하는 것은 너무 아프고 힘들기 때문에 빨리 자기의 고통과 상처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런데 천사는 그가 물에 빨리 들어가 속히 치유 받는 길을 막고 있다. 또한 이 이야기 속에 의사와 달리 쉽게 치유를 받은 한 사람이 나온다. 그런데 그는 운 좋게도 속히 치유를 경험하였으나 여전히 자녀들과의 관계나 소통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히려 자신의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의사의 도움을 구하고 있다. 무엇을 말하는가? 이 이야기는 자기 자신의 진정한 치유와 더 나아가 남을 치유하는 삶을 위해 자신의 연약함과 어둠을 직시하고, 그것을 정말 진지하게 다루는 삶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하느님의 치유를 받아 온전해 지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우리 자신의 모든 것을 팔듯이, 힘들고 아프지만 우리 자신의 모든 것을 직시하여 그것을 인정하고 수용하여 하느님께 내려놓는 진정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는 우리 가운데 이미 임한 하느님의 나라를 살아가고 있다. 하느님이 이미 우리 가운데 계신다. 우리 자신이 하느님께로부터 왔고, 우리는 하느님이 사랑으로 우리를 지은 하느님 보시기에 너무나 사랑스러운 존재들이다. 하느님의 눈에 보화와 같은 존재들이다. 그런데 우리가 하느님 앞에서 그러한 존재로 살아가는가? 여전히 우리는 세상의 눈으로 우리 자신을 바라보며 거짓자아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존재들이다. 이제 주님의 말씀처럼 우리의 가진 것을 다 팔아 우리의 보화가 묻혀 있는 땅을 사야한다. 하느님이 이미 우리에게 허락해 주신 나의 진정한 나됨을 온전히 살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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