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상지원단

2014.08.30 22:20

연중 제22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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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왕영수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wangfranc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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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에게 걸림돌이다." 그 이유는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 예수님께서 가시는 길에 큰 방해가 되시기 때문에 구마기도를 하셨다.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이 복음을 두고 지나 온 사제생활 50년을 되돌아보니 많은 잘못을 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내게 죄의식이 희박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적은 것이 더 큰 문제이다.

 

60년대 중반에 부산 범일동에 보좌로 있을 때, 안나회 회원 4분이 갑자기 찾아왔다. 귀한 아리랑 담배 2갑과 맥주 한 병을 주시면서 심심할 때 피우고 마시라고 하면서, 아주 조심스럽게 말씀했다. "그 개인 교리받는 예쁜 여자와 큰 차를 타고 다니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30대 젊었을 때 가끔 가다가 "사제도 인간이지 않는가? 너무 지나친 요구를 하지 않는가?" 사제답지 못한 행위를 변명한 적이 적잖이 있었다.

 

40대에는 "신부도 인간인데-!" 이 말이 좀 민망스러웠고 예수님께 죄송했습니다. 50대에는 이 말이 아주 싫었고 나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부인하는 듯해서 이 말은 나에게서 없어졌다. 60년대는 다른 예수(Alter christus)로 살고 싶었고, 70년대에는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그리스도의 사제로 살아왔습니다.

 

제가 91귀국했을 때 저를 오랫동안 협조해 주신 열심한 교우가 "신부님 이제 내일 모래가 60인데 노후를 생각해서 저축을 하시든지 투자를 했으면 합니다." "그 말씀은 고맙지만, 저는 지금보다 더 가난하게 살고 싶고 십자가에서 내의 한 벌도 제대로 못 입고 돌아가신 예수님을 깊이 묵상합니다." 이런 말로 내 자신을 다짐하면서 대답했습니다.

 

서대신 성당에서 지속적인 성체조배실을 만들고 회원(385분 정도)을 모집했는데 결과는 아주 기대와는 반대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평소에 본당에서 발언권이 있고 영향력을 미치는 유지, 구교우, 전직회장들은 별로 보이지 않고, 평소에 가난하고 보잘 것 없다는 즉 말하지 않고 묵묵히 꾸준히 기도하고 봉사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때 나는 나의 사목방향을 크게 전환했다. 저 말없이 밑바닥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분들을 주요 사목목표로 삼았다. 지금까지 세속적이고도 인간적인 가치로 사목을 한 내 잘못을 크게 뉘우쳤다.

 

본당회장을 임명할 때에도 나는 많은 실수를 했다.

임명기준을 신앙에다 우선적으로 두지 않고 사회적이고 인간적이며, 학식과 재산의 유무에다 둔 적이 있었다. 지금도 각 본당에서 "회장을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하겠다." 이런 말을 가끔 듣는다. "초대교회의 베드로도 큰 재산가였나?" 혼자 중얼거리면서 오늘 교회의 세속화를 슬퍼한다.

 

양다리를 걸친 위험스러운 생활 신앙과 세상을 동시에 갖고자 했던 나도 예수님을 슬프게 한 것 같습니다. 우선 순위가 뒤바뀐 경우가 더러 많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신앙과 세상, 인간적인 것이 균형잡히고 조화로운 삶으로 나아가지만, 어디까지나 신앙이 우선해야 함을 내 나이 80에 들어서야 굳게 결심한다.

 

새 신부가 부임했을 때 회장을 임명하면, 협조자로 본당신부님을 보필하는 것이 아니라 아부근성으로 무조건 나를 임명한 분에게 맹종하는 한국교회의 풍토 때문에 교회 공동체의 지속적인 성장이 힘들고 제자리를 맴돌고 있지 않는가 생각한다.

 

이 외에도 하느님의 사제로 살면서 하느님의 일보다 세상의 기준과 풍토에 따라 사는 것이 정말로 나쁜 것 같다. "불행하여라, 너희 위선자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아. 너희가 사람들 앞에서 하늘나라의 문을 잠가버리기 때문이다........ 그리로 자기들도 들어가지 않고 들어가려는 이들마저 들어가게 놓아두지 않는다."

"불행하여라, 너희 눈먼 인도자들아. 성전을 두고 한 맹세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나의 어중간한 신앙생활과 오염되고 비뚤어진 성직자의 삶이 예수님께는 걸림돌이 되었고, 선의의 많은 교우들과 초보적인 신앙생활을 하려는 교우들과 영성적으로 깊이 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악한 표양이 된 것이 허다하게 많았던 점을 깊이 뉘우친다.

 

다시 한번 새로운 자세와 마음가짐으로 십자가에서 보여 주신 그 극진한 사랑을 향하도록, 예수님, 당신의 영으로 도와주십시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이 말씀 묵상하면서 십자가의 열매를 예견해 보면서 8월 한 달의 묵상을 마감합니다. 감사합니다.

    

                                                                                                                                        새 예루살렘 공동체 원장 왕 프란치스코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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