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상지원단

2013.03.15 00:55

연중 제22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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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명희 소피아 수녀 sophiac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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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미사에 갔더니 평일인데도 신부님께서 마음 아픈 공지사항을 하셨다. 급류에 휩쓸려간 아들의 시신을 못 찾은 어머니가 성당에 간곡한 기도를 청했고, 신자들이 함께 모여 기도하기로 했으니 시간이 있는 이들의 참여를 바란다고 하셨다.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으면서 기도하게 되었다. 며칠을 기도하며 지냈는데 4일 만에 시신을 찾게 되어 장례미사를 거행하게 되었다.

아들은 올해 29세로 많은 공부를 하고 이제 첫 직장을 얻어 그 동료들과 수련회를 갔다. 얼마나 신나게 물놀이를 했는지 물이 점점 불어나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급류에 휩쓸린 것이다. 삼우미사도 새벽미사였다. 온 가족이 맨 앞자리에 앉아 미사를 봉헌하고 있었다. 영성체 후에 가족들 앞을 지나면서 초쵀한 어머니의 모습을 뵈며 그 어머니의 고통이 절절이 다가와 가슴이 아팠다.

8월 28일, 이날은 사랑의 씨튼 수녀회를 창설하신 성녀 엘리사벳 앤 씨튼이 1774년 뉴욕에서 태어난 날이다. 엘리사벳은 20세에 결혼하여 10년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다가 남편이 병으로 죽었다. 그리고 큰 딸 안니나도 17세의 나이에 같은 병으로 죽게 된다.

딸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쓴 2월 2일자 일기다. “사랑하는 아기를 팔에 안고 이 귀중한 고통 받을 분을 바치는 어머니 마리아는 시므온 노인의 말을 듣고 계시다. 아기는 어머니를 바치고 어머니는 아기를 영원하신 성부께 바친다. 우리 안에 예수님의 현존을 느끼면서 사랑과 평화에 찬 시간이 지나갔다. 안니나는 고통 속에 침대 위에 앉았고 나는 그 옆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애가 눕는 것을 보자 이불을 덮어주고 언제나 그렇듯이 이마 위에 십자가를 그어주었더니 사랑스런 미소를 보이면서 내게 말했다. ‘잠시 동안은 나를 보시겠지만 잠시 후에는 나를 보지 못하게 되실 거예요. 저는 성부께로 가니까요!’ 그런 후에는 너무나 거룩한 말을 한 것이 두려웠던지 ‘주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했다. 잠이 들면서 ‘오 영원! 영원이여’ 하고 소리 지르는 것을 들었다.”

딸을 보내고 그의 무덤가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성부여 당신의 뜻대로 이루어지소서’하는 어머니의 탄원이 주위의 침묵을 깨뜨렸다. 어머니는 그 영혼 안에서의 피나는 투쟁, 즉 남편이 죽고 고독한 생활 속에 언제나 어머니의 친구가 되어준 젊고 아름다운 딸의 죽음 앞에 반항과 실망의 소용돌이 속에서 고민하던 어머니의 영혼이 마침내 하느님께 순종하는 결단의 한마디였던 것이다.

아! 어느 누가 어머니의 이 적막함을 위로할 수 있겠는가?

아! 어느 누가 어머니의 영혼에 새겨진 슬픔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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