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상지원단

2013.03.14 23:22

연중 제18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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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토머스 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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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안에서 활동하는 가난


내가 침 묵에 의해 해방될 때, 더 이상 삶을 요리조리 재지 않고 실제로 살아갈 때 나는 실제로 산만해지지 않는 기도 형태를 발견할 수 있다. 나의 온 삶이 기도가 된다. 나의 온침묵이 기도로 가득 차게 된다. 그리고 내가 잠겨 있는 침묵의 세계가 나의 기도를 도와 준다.

고독 안에서 활동하는 가난이 이루어 놓은 일치는 영혼의 모든 상처를 끌어 모아 봉합한다. 우리가 가난한 상태로 남아 있는 한, 우리가 우리 자신을 비우고 하느님 외에는 그 무엇에도 관심을 두지 않는 한 우리는 산만해 질 수가 없다. 다름 아닌 우리의 가난이 우리가 ‘산만해지는 것’을 막아 주기 때문이다.

네 안에 있는 빛이 어둠이라면….

나의 ‘가난’이 영적인 풍요함에 대한 은밀한 갈망이라 치자. 나 자신을 비우고 침묵하는 척하면서 내가 실제로는 하느님을 구슬러서 어떤 체험으로 나를 풍요롭게 해주시기를 바란다고 치자. 그렇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때는 모든 것이 우리를 산만하게 만든다. 모든 피조물이 내가 어떤 특별한 체험을 추구하는 일을 방해한다. 나는 그들을 쫓아내야 한다. 아니면 그들이 나를 갈가리 찢을 것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나 자신이 나를 산만하게 한다.

그러나 가장 불행한 일은 이것이다. 즉, 나의 기도가 나 자신에게 집중되어 있다면, 기도가 다만 나 자신의 풍요로움만을 추구한다면 나의 기도 자체가 나를 가장 산만케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나 자신의 호기심으로 가득 차서 나는 지식 나무의 열매을 따먹고 나 자신과 하느님으로부터 스스로 떨어져 나간 것이다. 나는 풍요롭지만 혼자 남겨졌고, 그 무엇도 나의 욕망을 누그러뜨릴 수 없다. 내가 손을 대는 모든 것이 나를 산만케 한다.

그렇다면 내가 손을 대는 모든 것이 기도로 변하는 침묵의 선물과 가난과 고독을 추구해야겠다. 침묵과 가난과 고독 속에서는 하느님이 전부시기에 하늘도 나의 기도요, 새들도 나의 기도요, 나무들 사이로 부는 바람도 나의 기도이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 안의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나는 정말로 가난해야 한다. 나는 아무 것도 찾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하느님께서 내게 주신 것이라면 무엇에나 지극히 만족해야 한다. 참된 가난은 누구에게서나, 그러나 특히 하느님에게서 기쁘게 적선받는 거지의 가난이다. 거짓된 가난은 천사라도 된 양 크나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가난이다.

참된 가난은 감사를 주고받는 것, 우리가 쓸 필요가 있는 것만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거짓된 가난은 아무런 필요도 없는 척하고 청하지도 않는 척하면서 모든 것을 구하려고 애쓰고, 그 무엇에 대해서도 전혀 감사하지 않는 태도이다
.

* 위의 글은 「고독 속의 명상 _ 토머스 머턴지음(장은명 옮김)」중에서 발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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