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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정명희 소피아 수녀 sophiach@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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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가나안 부인이 “다윗의 자손이신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제 딸이 호되게 마귀에 들렸습니다.” 하고 소리 질렀다.(마태오15,22) 주님이 거절하지만 더욱 간절히 “주님, 저를 도와주십시오.(마태오15,25)” 하고 주님을 붙들었다.
부인의 애절한 외침이 들리는 이 아침이다. “주님, 저를 도와주십시오.”
나는 주변에서 어떤 외침을 듣고 있는지…….
함께 사는 시각장애인 아이가 이런 시를 지었습니다.
<< 내가 본 하늘 >>
내가 어릴 적, 달리는 버스들을 세어가며 / 엄마를 기다릴 때가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강가 / 재미있던 놀이도, 아름다운 하늘도
엄마를 잊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혹시 하던/그 막연한 기다림./나를 향한 엄마의 한숨이었을까.
그러다 엄마를 만나면/ 밥이 넘어가지 않아도 /그냥 좋았습니다.
말 않고 / 손만 잡아도 보이던 / 엄마 마음,
세 발 자전거 타다 돌아보고/ 뜀박질하다 쳐다봐도
함박꽃처럼 웃던 엄마 / 헤어질 때면 / 차마 입을 뗄 수 없어
엄마가 간 행길 따라 / 마구 내달렸습니다.
자꾸만 흐려오던 눈 / 희미한 하늘 끝, / 엄마 대신 잡히던 / 붉은 노을,
여섯 살 어슴푸레한 기억은 / 내가 본 마지막 하늘.
그리고는 아이의 눈이 전혀 보이지 않게 되면서 어머니의 표정을 읽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의 소리만은 들을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의 한숨 소리, 걱정하는 소리, 조용히 흐느끼는 소리…….
다 자신을 향한 소리인 듯 했습니다. 어머니의 고통이 느껴져 세상을 살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얘야, 너는 나의 등대란다.” 어둠인 자신을 빛으로 여기는 어머니에 대한 믿음이 이 아이를 살렸습니다.
절규로 우리의 무관심을 질타하는 길목에서 어느 누구라도 신뢰할 수 있는 한 마디를 통해 우리 이웃은 행복한 삶을 시작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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