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상지원단

2013.03.15 00:52

연중 제19주일

조회 수 3452 추천 수 0 댓글 0
Extra Form
작성자 정명희 소피아 수녀 sophiach@hanmail.ne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오늘 복음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생활한 것은 내가 수도원에 들어갈 때, 추천해주신 신부님 덕분이다. 신부님은 수도원에 들어간 초년생이 잘살고 있는지 1년이 지난 어느 날 방문을 하셨다. 수도원의 생활을 이모저모 물어보시며 격려 말씀을 해주시면서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마태오14,27)”는 예수님의 말씀을 늘 기억하며 그분께 의탁하라고 당부하셨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나에게 주신 말씀이라기보다 신부님 자신이 그렇게 살고 계시지 않았나 생각한다. 타국에 와서 서툰 언어로 사람들을 만날 때 오는 두려움이 얼마나 컸을 것인가. 또한 문화적 변화 속에 젊은 날을 지내면서 유혹은 또 얼마나 많았을 것인가. 그러나 신부님은 늘 바쁜 시간을 쪼개어 기도하셨고 모든 일에 성실하셨으며 한국문화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셨다. 특별히 역사적인 물건을 보존하고 기록을 잘 정리하는 데에 깊은 관심을 나타내셨다.

최근에 은퇴한 본당으로 처음 부임하셨을 때 성당이 거의 100년이 되었음을 자랑스럽게 여기면서도 잘 관리되지 않는 부분을 지적하며 섭섭해 하셨다. 어느 날 방문했더니 맨 처음 하신 일이 성당 종탑에 둥지를 틀고 살면서 종탑을 지저분하게 만든 비둘기를 퇴치하고 그곳에서 비둘기 똥을 6가마나 치우셨다고 했다.

그리고 성당의 한편에 있는 먼지 쌓인 성체등을 반질반질하게 닦아서 매일 두 차례 기름을 넣어 불을 밝히고 계셨다. 또한 사제관에 있는 역사적인 물건들을 하나하나 복원하기 위해 자신의 거처는 옆 건물로 이사하시고 그 곳을 박물관으로 만들었다. 박물관의 바깥 창을 열 때 고정하는 쇠 장식을 똑같은 것으로 만들어 끼우기 위해 독일의 장인에게 부탁을 하기도 하셨다. 오랫동안 묵은 서류들을 파악하셔서 교구에서 온 최초의 공문도 찾아내시고 어느 주교님 가족의 판공성사에 대한 기록도 찾아내셨다고 보여주셨다.

성당을 복원하면서 정말 아름답게 다가온 작품은 칠보로 만든 감실이었다. 성당 중앙에 놓인 감실에는 ‘엠마오’라는 주제로 예수님이 빵을 떼시는 순간의 모습이 생생하게 조각되어 있다. 아마 이 ‘엠마오’는 오늘의 복음과도 연결이 되겠다. 제자들이 예수님을 잃고 당황하며 슬픔 속에 놓여있을 때, ‘빵을 떼실 때에 그 분을 알아보게 된 일’(루가24,35)로 눈이 열려 그들의 발걸음을 되돌리지 않았던가!

최근에 신부님은 본당사목을 은퇴하기 전에 1895~1995년에 이르는 본당 역사를 담은 책「성당 100년사」출판기념식을 가졌다.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통해 “역사에 대한 기록이 없으면 그 역사는 점점 희미해지고 잊혀 질 수 있다”고 말씀하시며 “지나간 역사는 현재 살고 있는 이들에게 영감과 힘을 줄 수 있기에 100년사는 그에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말 우리는 오늘도 2000년 주님의 역사와 말씀을 새기고 삶의 영감과 힘을 얻고 있다. 신부님이 지니셨던 마음처럼 어제나 오늘이나 내일도 이 말씀은 늘 내게 힘 있는 생명수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작성자
공지 가톨릭 마산교구 주보 _ 2024년 4월 28일 부활 제5주일 __ 향심기도란 어떤 기도인가요? (4) 2024.04.28 7 윤행도 가롤로 신부/ 월영본당 주임
698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세계 평화의 날) 2013.03.15 3979 천정철 요한 신부 kenosis1000@naver.com
697 연중 제23주일 2014.09.06 1586 천정철 세례자 요한 신부 <kenosis1000@hanmail.net>
696 성 십자가 현양 축일 2014.09.12 1735 천정철 세례자 요한 신부 <kenosis1000@hanmail.net>
695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경축이동 2014.09.19 1486 천정철 세례자 요한 신부 <kenosis1000@hanmail.net>
694 연중 제26주일 2014.09.26 1520 천정철 세례자 요한 신부 <kenosis1000@hanmail.net>
693 연중 제 19주일 묵상 - 믿음이 약한 사람 2013.03.14 3226 차덕희 알벨도 수녀 bert276@hanmail.net
692 연중 제 20주일 묵상 - 믿음이 장한 여인아! 2013.03.14 3204 차덕희 알벨도 수녀 bert276@hanmail.net
691 연중 제 21주일 묵상 - 너에게 내가 누구냐? 2013.03.14 3209 차덕희 알벨도 수녀 bert276@hanmail.net
690 연중 제22주일 묵상 - 하느님의 일을 하시게.. 2013.03.14 3129 차덕희 알벨도 수녀 bert276@hanmail.net
689 연중 제9주일 ( 마태 7,21 ~ 27 ) 2013.03.14 3500 정혜선 세리피나 수녀 srsera25@hanmail.net
688 연중 제10주일 ( 마태 9,9 ~ 13 ) 2013.03.14 3007 정혜선 세리피나 수녀 srsera25@hanmail.net
687 연중 제10주일 ( 마태 9,9 ~ 13 ) 2013.03.14 3185 정혜선 세리피나 수녀 srsera25@hanmail.net
686 연중 제12주일 ( 마태 10,26 ~ 33 ) 2013.03.14 3236 정혜선 세라피나 수녀 srsera25@hanmail.net
685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2013.03.14 3765 정혜선 세라피나 수녀 srsera25@hanmail.net
684 연중 제23주일 ( 마태오 18,15-20 ) 2013.03.14 3747 정명희 소피아 수녀 sophiach@hanmail.net
» 연중 제19주일 2013.03.15 3452 정명희 소피아 수녀 sophiach@hanmail.net
682 연중 제24주일 (한가위) 2013.03.14 3723 정명희 소피아 수녀 sophiach@hanmail.net
681 대림 제 2주일 (인권 주일) 2013.03.14 3755 정명희 소피아 수녀 sophiach@hanmail.net
680 연중 제20주일 2013.03.15 3148 정명희 소피아 수녀 sophiach@hanmail.net
679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동료 순교자 대축일 2013.03.14 3671 정명희 소피아 수녀 sophiach@hanmail.net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56 Next ›
/ 56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