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상지원단

2013.03.15 00:36

부활 제3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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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토마스 키팅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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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오로 가는 길

이 이야기는 예수께서 부활한 날, 대부분의 제자들의 마음이 어떠했는지 두 제자의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들은 대단히 의기소침해 있었다. 어느 누구의 행동이나 말도 예수의 경우처럼 대중들에게 이토록 철저하게 무너지고 버림받지는 않았다. 제자들과 가까운 벗들조차도 그분을 버리고 달아났다. 더욱이 예수께서는 그들 가운데 한 명의 배신으로 정치 .종교 지도자들 손에 넘겨줬다. 제자들의 희망은 갈가리 찢기고 말았다.

이 성서 구절을 보면 확실히 두 제자의 희망과 예수께서 생전에 전달하려던 메시지가 서로 부합하지 않는다. 예수께서 왜 슬퍼하는지 물으셨을 때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그분이야말로 이스라엘을 속량하실 분이라고 희망을 걸고 있었습니다." 이 말을 다른 말로 바꾸면 이 제자들은―유다가 겪었던 같은 문제로 고민했을―메시아가 어떤 분이고 어떻게 활동할 지에 대해 선입견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기대 가운데 하나는 예수께서 이스라엘을 로마 제국의 지배에서 해방시키시리라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그들은 당시 유다인들의 민족적 여망에 적합한 메시아를 원했다. 정치적 계획이 전혀 없음을 예수께서 명백히 하셨는데도 제자들은 자신들의 뇌리에서 이런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결국 예수께서 당신이 이방인들의 손에 넘겨져 죽을 것이라고 미리 예언하셨지만 그들은 예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듣지 않았다.

우리의 본능적 계획은 우리가 듣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은 거의 듣지 않는다. 제자들은 하느님 나라를 정치적 승리라고 생각했지 그들 개인의 삶에 하느님께서 관여하시는 신비라고 보지 않았다.

두 제자는 무덤을 방문했던 여인들이 예수의 시신이 없어졌다고 전한 소식을 들었다. 그러나 무덤이 비었다는 말은 믿으면서도 예수께서 죽음에서 살아나셨다는 여인들의 전갈 역시 사실이라는 생각이 그들에게 바로 떠오르지는 않은 것 같다. 혼란스럽고 낙담한 제자들은 실망과 슬픔으로 무력해졌다.

예수께서는 당신 정체를 숨기시고 마치 낯선 길동무처럼 나타나셔서 두 사람에게 물으셨다. "걸어가면서 서로 주고받는 말들은 무슨 이야기입니까?" 그분의 친근하고 정중한 태도가 두 제자를 대화로 이끌었고 그들은 자신들이 좌절한 이유를 털어놓았다.

제자들이 예루살렘을 떠나는 길이라는 점에 주의를 기울이자. 여인들의 증언을 듣고도 그들은 예수의 제자 공동체에서 자신들이 할 일은 이미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한탄에 대해 예수께서는 이렇게 대답했다. "참, 아둔하구려. 예언자들이 말한 모든 것을 믿는 마음이 그렇게도 굼뜬 사람들 같으니!" 그러고 나서 성서를 열어 보이며 메시아의 참된 의미를 알려주기 시작하셨다. 엠마오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예수께서는 더 가시려는 듯 했다. 아마 제자들이 함께 머무르기를 청하지 않았다면 더 가셨을지도 모른다.

예수께서는 그들과 함께 여관으로 들어가 식탁에 앉으셨다. 이미 저녁때였다. 저녁 제사와 최후 만찬이 있던 그 시간이었다. 그분은 빵을 들어 축복하고 빵을 떼셨다. 그러고는 제자들에게 나누어주셨는데 이 모습은 제자들이 보통 식사하기 전에 여러 번 본 모습이었다.

그때에야 제자들은 예수께서 자기들에게 성서를 설명해 주셨을 때 자신들의 마음이 불타올랐음을 서로 깨달았다. 이 '불타오름'은 그들에게 높은 수준의 집중력과 주의력을 가져다주었다. 예수께서 빵을 떼실 때 갑자기 그들의 오감이 포착해 낸 사실과 내적 경계심이 하나가 되었다. 신앙적 직관력이 이방인의 모습 안에 숨어 있는 실체를 보게 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바로 알아보자마자 그들 앞에 계셨다. 제자들이 그분을 알아보자마자 그분은 눈앞에서 사라지셨다.

"그들은 바로 그 시간에 일어나 예루살렘으로 돌아갔다." 거기에서 그들은 예수께서 베드로에게도 나타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날 사도들은 부활 사실을 받아들였다. 무덤이 비어 있었고 베드로가 주님을 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이유는 부활의 은총을 그들이 내적으로 체험하기 시작한 때문이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그들 안에서 깨어나셨고 그들로 하여금 지난 며칠 동안의 사건을 신앙의 눈으로 볼 수 있게 해주셨다.

엠마오의 제자들처럼 우리도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의 메시지, 그리고 그분의 교회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우리 역시 양육과 교육 과정, 문화와 생활 체험에 따라 제한받고 있다. 예수께서 누구이며 무슨 일을 하셨는가에 대해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을 때 제자들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했다. 예수께서 성서를 설명해 주심으로써 멀어 있는 그들의 눈을 열어주셨을 때 비로소 제자들은 예수를 제대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예수를 알아보는 대가는 늘 똑같다. 우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예수, 교회, 영적 여정, 하느님에 대한 관념이 깨져야 한다. 신앙의 눈으로 바라보려면 문화적 조건으로 제한된 우리의 사고방식에서 자유로워야만 한다. 우리가 사적 ․ 제한적 시야를 버릴 때 우리의 선입견이나 편견 때문에 숨어 계신 그분을 보는 우리 눈이 뜨인다. 그분은 그 곳에 언제나 계신다. 이제 우리는 그분의 현존을 깨달았다. 우리는 지루하게 되풀이되는 일상생활로 돌아가지만 막달라 여자 마리아처럼 변화된 신앙의 눈으로 모든 사람과 모든 일에서 우리에게 당신 자신을 내어주는 하느님을 이제는 알아보게 되었다.(토마스 키팅:그리스도의 신비 P139~142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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