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상지원단

2014.06.15 11:54

삼위일체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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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지호 목사 <yiss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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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레방아 사랑- 삼위일체적 사랑과 일치(마28:16~20)


교회는 성령강림 주일 다음 주일을 삼위일체 주일로 지키고 있습니다. 삼위일체 하느님 하면 뭔가 이해하기 힘들고, 사변적이며, 무엇보다도 우리의 실제 삶과는 별 연관이 없는 교리처럼 생각이 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교회는 초기부터 이 삼위일체 하느님 신앙을 아주 중요하게 여기고 줄기차게 붙잡아왔는데, 그 이유는 이 삼위일체 신앙이 기독교 신앙의 아주 중요한 특징을 잘 드러내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초기 그리스도교에서 삼위일체 교리는 매우 복잡한 교리논쟁을 통해 세워지긴 했지만, 결국 삼위일체는 하느님께서 존재하시는 방식을 (감히) 인간의 제한적인 사고와 언어 안에서 설명하려고 한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성부, 성자, 성령 하느님은 각각 다른 분이시며 각각 동등하시고 동일한 한 하느님이라는 역설을 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역설은 모순이라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신비라는 의미에서 역설입니다.


그러면 삼위일체의 신비를 통해 성삼위의 하느님은 우리에게 무엇을 알려주고 있을까요? 삼위일체 신비는 하느님의 사랑의 일치와 역동 안으로 우리를 부르고 계시다는 것입니다.

 

‘케노시스’(필리2,7)란 그리스도의 자기 비움의 사랑입니다. 이 사랑은 예수 그리스도의 삶 전체의 핵심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 케노시스는 성삼위 하느님의 존재하시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즉, 성부께서 성자에게 온전히 자신을 내어주고, 또 성자는 성령에게 온전히 자신을 내어주며, 성령은 성부께 온전히 자신을 내어주는, 자기 비움의 사랑 말입니다. 사랑 안에서의 이런 완전한 상호순환[상호내재]을 전통적으로 ‘페리코레시스’라고 불렀습니다. 이것은 마치 물레방아의 물받이와 같아서,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비워냄으로써 물레방아는 돌아가고, 사랑의 에너지가 발생하며, 우리는 그 사랑의 에너지 안에서 존재하고 활동하게 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성 바오로가 말씀했던, “우리는 그분 안에서 살고 움직이고 존재합니다”(사도17,28)라는 말씀이 의미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사랑 안에 있는 우리의 삶에도 같은 비유가 적용됩니다. 살아계신 하느님은 외따로 떨어져 있는 고독한 하느님이 아닙니다. 영원 전부터 살아계신 하느님은 삼위일체적 관계 속에서 존재하실 뿐만 아니라, 우리를 그 관계 속으로 끌어들이시는 분으로 존재합니다. “살아계신 하느님은, 그 분이 그분 자신을 아시는 원(圓)[페리코레시스; 이 말의 본디 뜻은 ‘원을 도는 춤’이라는 뜻입니다] 안으로 우리를 당기시며, 우리가 그분께 가까이 다가가도록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오십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사랑의 원 안에서 ‘함께 사랑하는 자’가 되기 위해 창조되고 구원받은 존재라는 말입니다. 

 

우리가 향심 기도에서 경험하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향심 기도의 신학적 원칙에서 “향심 기도의 원천은 내주하시는 삼위일체이다. 향심 기도 수련은 우리 안의 신적 현존과 활동에 동의하기 위해 성령의 초대에 응답하는 것이다”라고 했을 때, 바로 이것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자기 비움으로서의 향심 기도에서 경험하는 것은 더 큰 페리코레시스의 부분이요 조각입니다. 다시 말하면, 거대한 사랑의 물레방아에서 하나의 자기 비움이 또 하나의 자기 비움으로 쏟아 부어지는 것입니다. 그 사랑을 통해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당신의 가장 깊은 본성을 보여주시며, 세상 위에 이 생명력 있는 에너지를 주고 계시는 것입니다.


이는 삼위일체적 하느님의 사랑이 얼마나 공동체적인가를 보여줍니다. 하느님께서는 태초에 말씀하셨습니다. “우리와 비슷하게 우리 모습으로 사람을 만들자. 그래서 그가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집짐승과 온갖 들짐승과 땅을 기어 다니는 온갖 것을 다스리게 하자.”(창세1,26) 그럼으로써, 우리를 당신의 “우리”(we) 안으로 끌어들이셨을 뿐만 아니라, 온 창조물을 이 “우리” 안에 끌어들이셨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에 의해 존재하게 된 것은 삼위일체이신 하나님 안에서 ‘함께 사랑하는 자’가 되자는 초대입니다. 이는 세상을 향한 우리의 태도를 말해줍니다. 따라서 내주하시는 삼위일체를 원천으로 삼는 향심 기도는 홀로 물러나 있거나 다른 사람과 함께 하지 않으면서 하나님과만 특별한 관계를 맺는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오히려 그리스도의 자기 비움에 참여할 때, 우리는 거대한 사랑의 물레방아와 연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삼위일체적 하나님과 우리 인류와 온 창조물이 함께 춤추는 사랑의 물레방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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