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독서에서, 구약의 사제 에즈라가 백성들(남녀노소) 앞에서 해 뜰 녘부터 해가 중천에
이르기까지 법전(하느님의 말씀, 성서)을 읽으며 풀이하여 주는 장면이 소개됩니다. 온 백성은 하느님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를 들으면서 “아멘,
아멘”하고 응답하며 무릎을 꿇고 땅에 엎드려 주님을 예배하는가 하면 그 말씀에 감동이 되어 눈물을 흘리며 울었습니다. 백성들은 바빌론 유배에서
풀려나 고국으로 귀향하였고, 기원전 515년에 예루살렘 성전을 다시 세우고 기쁨과 감격에 벅차서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찬미를
드렸던 것입니다. 지난날 자신들의 종살이가 선조들과 자신들의 잘못(하느님의 뜻에 불충실함)에서 기인한 것을 뉘우치며, 하느님 말씀 안에서
자신들의 새로운 삶의 지표를 찾게 되었던 것입니다. 한 마음으로 하느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그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실천하는 공동체의 모습이
여간 부럽지 않습니다.
에즈라가 하느님의 말씀을 들려주고 풀이해 줄
때, 백성들은 그 말씀 안에 푹 빠져들어 크게 감동하고 기뻐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 나자렛의 회당에서 군중들에게 성서 말씀을 들려주시고 가르치실
때에도, 사람들의 눈이 모두 예수님께로 쏠렸습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실제로 예수님께서
이 세상 가운데 오심으로써 하느님 구원의 시대가 시작되었고, 예수님께서는 온갖 기적들과 구마와 치유, 죄 사함 등을 통해 입증해 보이셨습니다.
예수님 자신이 ‘말씀이 사람이 되신 하느님’이시기 때문에, 하느님의 말씀이 그분 안에서 이루어지고 성취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예수님은
기쁨을 전해주시고, 자유와 해방을 주시는 분이십니다. 우리는 예수님으로 인해 기뻐하고, 예수님을 통해서 자유와 해방을 얻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
눈을 열어 주시고 귀를 트게 해 주시고 혀와 입술을 풀어 주십니다. 우리가 올바로 보고 올바로 듣고 올바로 말할 수 있게 해 주시는 분은
예수님이십니다.
하느님의 말씀 안에서 사람들의 마음은 하나로 엮어졌고
묶어졌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그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말씀이 주는 감동으로 하느님을 찬미하는 공동체의 모습이야말로, 사도
바오로가 표현한 “머리이신 그리스도와 한 지체”를 이루는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이상적인 형태일 것입니다.
오늘 전례의 화답송은 하느님의 말씀으로 충만한 공동체의 신앙 고백처럼 들립니다. “주님의 법은
완전하여 생기 돋우고, 주님의 가르침은 참되어 어리석음 깨우치네. 주님의 규정은 올바르니 마음을 기쁘게 하고, 주님의 계명은 밝으니 눈을 맑게
하네. 주님을 경외함은 순수하니 영원히 이어지고, 주님의 법규들은 진실하니 모두가 의롭네. 저의 반석, 저의 구원자이신 주님, 제 입으로 드리는
말씀, 제 마음속 생각, 당신 마음에 들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