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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축제는 인간의 의식 속으로 파고드는 하느님의 빛을 기념하는 축제다. 이 빛은 그 충만한 의미를 한눈에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찬란하다. 성탄날 밤 목동들이 그랬듯이 직관적 깨달음으로만 그 빛을 기뻐할 수 있다. 그후 우리 눈이 그 빛에 익숙해지면 베들레헴에서 태어난 어린 아기가 지닌 신성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공현 대축일을 정점으로 하여 이 신비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차츰차츰 알아보게 된다.
육신이 되신 말씀의 의미를 잘 파악해보도록 하자. 그리스어 신양성서에서 '육신'이라는 말은 '사륵스(sarx)'라고 한다. '사륵스'는 인간 조건, 곧 인간 의식의 불완전하고 미성숙한 단계를 뜻하며 죄스러움에 종속되어 있는 인간 본성도 의미한다. 예수께서는 단순히 인간의 육체와 영혼을 취한 것이 아니다. 예수께서는 인간 본연의 본능적 욕구와 당시의 문화적 상황까지도 포함한 실제 인간 조건을 그대로 모두 취하셨다. '사륵스'는 그 자체 안에 갇혀 있고 타락해 있어 다시 올라오는 데 관심이 없는 인간 조건을 가리킨다. 이 인간 조건은 그 자신이나 집단, 종족, 나라, 민족을 위한 생물학적 생존 욕구에만 전념한다.
그리스어 '소마(soma)'는 이보다는 좀더 발전 가능성이 있는 인간 조건을 말한다.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는 구절은 예수께서 인간 조건을 취하면서 그에 따른 결과까지도 받아들이셨음을 뜻한다. 그럼으로써 예수께서는 초월의 원리를 온 인류에게 알려주었고 하느님의 의식으로 나아가는 데 결정적으로 필요한 진보의 과정을 알려주셨다.
로마서에서 아담은 육신(sarx) 안에 있는 연대성을 상징한다. 사람은 누구나 아담의 '사륵스'를 나누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담과 함께 공동 인격을 형성한다. 그리스도께서는 인간 조건을 정확히 있는 그대로 취함으로써 근본적으로 인간 조건을 꿰뚫고, 초월성에 열려 있는 새로운 공동 인격의 원천이 되신다. 초월의 원리이신 성령께서는 바오로 사도가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한 새로운 공동 인격으로 움직이도록 인간 조건(sarx)을 해방시키신다. 그리스도의 몸에 우리가 참여하는 것은 공동체적이며 우주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참여에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이 바로 신약성서에서 말하는 죄의 일차적 의미다. 이는 육신(sarx)으로만 머물겠다고 하는 것이다. 곧 자기 나름대로 행복을 찾겠다는 생각에 계속 지배당하겠다는 뜻이다. 인간의 의식을 그리스도의 의식으로 변모시키고자 하는 하느님의 계획에서 스스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도 의식으로 변모되는 것이야 말로 성탄이 갖는 의미의 전부다. 이는 복음이 새로 시작하여 우리를 초대하는 성장 과정이다. 자기 중심적인 인간 본성은 현재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더 좋은 방법을 찾는다. 왜냐하면 이것이 인간의 생존을 더 보장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아담과의 연대성을 포기하는 것이며 '그리스도'를 거부하는 것이다.
"당신을 받아들이는 누구에게나 하느님의 자녀가 될 힘을 주셨다." 곧 그들의 거룩한 '근본'을 알 힘을 주셨다. 사람이 되신 말씀의 신비가 바로 이것이다. '육신'의 의미가 단지 뼈와 살은 아니다. 육신이란 자기 나름대로 행복을 찾으려는 세속적 가치관을 뜻한다. 이 가치관은 의식적 무의식적 습관이나 어떤 가족, 종족, 국가의 인식 너머에 굳건히 자리잡고 있다. 그리스도께서는 인간이 되심으로써 육신에서 비롯된 이와 같은 결과들을 받아들이셨고, 동시에 이성(理性) 이전의 의식 수준에서 구원받을 수 있는 기본 원리로 인간을 이끄셨다. 더 높은 의식 수준으로 우리가 발전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공동 인격 최전방에 서는 것이며, 이 공동 인격은 새 아담의 시대에 점차 밝혀질 것이다. 이런 전망에서 비롯되는 모든 행동, 다시 말해 육신과 영혼 그리고 사회 병리 현상의 치유는 그리스도의 몸, 곧 '플레로마(pleroma)'에 기여하고 있다. 각 개인들이 그리스도의 의식 안으로 들어가서 그 의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나갈 때 이런 일이 일어난다.
성탄의 기쁨은 더 높은 의식 수준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 장애가 되는 것이 극복되었음을 직관하는 것이다. 하느님의 빛은 모든 암흑, 선입견, 고정관념, 편향된 가치관, 잘못된 기대감, 속임수, 위선을 잘라낸다. 하느님의 빛은 우리에게 진리와 함께 현존한다. 진리에서 나온 행동은 우리 안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 안에서도 그리스도께서 자라시도록 만든다. 그래서 평범한 일상의 의무와 사건은 성사가 되고 영원한 함축적 의미를 지니게 된다. 이것이 우리가 전례 안에서 거행하는 것이다.
'정해진 시간'인 '카이로스'는 바로 지금이다. 바오로 사도에 따르면 '지금이 바로 구원의 때'이다. 지금이 하느님의 자비 전체가 가능해지는 때이며 더 성장할 수 있는 그때다. 성장하기 위해 나아가는 것은 인간 계발과 영적 여정의 최첨단에 있고자 하는 것이다. 하느님의 행동은 우리 삶을 엉망으로 헝클어 놓을 수도 있고 우리를 여러가지 형태의 봉사로 부를 수도 있다. 복음의 자유 속으로 이미 들어간 사람은 어떠한 일에도 준비되어 있다. 그리스도께서 창조하신 새 세상, 곧 구원된 인성의 공동 인격을 받아들이는 것은 애착을 끊고 유연성을 가질 것을 요청한다. 어느 곳으로 가든지 살거나 죽거나, 쉬거나 일하거나, 아프거나 건강하거나, 봉사하거나 봉사받거나 누구든지 그리스도의 의식에 열려 있기만 하다면 이 모두가 다 소중해진다. 이런 깨달음은 하느님의 사랑 때문에 불확실한 미래마저도 받아들일 정도로 안정에 대한 우리의 세속적 관념을 변화시킨다. 위험을 받아들이는 것이 사실은 가장 안전한 길이다. 그 밖의 모든 것은 위험하다.
성탄의 빛은 하느님에 대한 우리의 관념 모두를 바꿔놓는 폭발적 깨달음이다. 성탄의 빛으로 하느님에 대한 우리의 유아적 사고는 멀리 사라진다. 구유 속에 누워 있는 어린 아기를 황홀하게 바라볼 수 있을 때 우리 내면은 그 아기가 세상에 가져온 새로운 깨달음을 향해 열리게 된다.

- <그리스도의 신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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