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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토마스 키팅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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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께서 토마의 의심을 풀어주시다

예수께서 새 창조의 첫날, 곧 당신이 부활하신 날에 제자들에게 주신 두 가지 큰 선물은 죄의 용서와 하느님과의 일치 회복이다. 하지만 아직도 더 큰 선물이 감춰져 있다. 그분은 죄의 용서와 거룩한 일치의 근원이신 성령을 제자들에게 주셨다.

부활 때 일어난 일들은 새 창조의 의미를 포함하는 파스카 신비의 여러 측면을 우리에게 보여주는데 그 중 하나가 토마에 관한 것이다. 부활 사건은 사도 토마와 부활 소식을 접한 다른 사도들의 특이한 반응에 대해 우리가 눈여겨보도록 해준다.

제자들이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처음 뵈었을 때 토마는 그 자리에 없었다. 토마에 대한 이야기는 예수께서 골라 뽑으신 제자들의 됨됨이를 생각해 보게끔 한다. 여기에 한 사도가 있다. 이 사람은 예수의 가까운 동반자로 3년 동안 지내며 그 사이에 영적 훈련을 집중적으로 받았고 매일 그분의 가르침을 받았으며 그분께서 행하신 기적을 증언해 왔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분명히 드러나듯이 토마는 아직도 감각적 행복 추구의 영향을 짙게 받고 있다. 자신이 없을 때 예수께서 제자들을 방문하셨다는 말을 들은 토마의 반응은 이러했으리라, ‘어떻게 내가 없을 때 오실 수 있지? 내가 잘못한 게 뭐야? 다른 친구들은 뭘 어떻게 했길래?’

이 일을 생각하면 할수록 토마는 점점 더 못마땅했다. 다른 제자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우리는 주님을 뵈었소!” 마음 깊은 곳에서 기쁨보다는 불쾌한 감정이 솟아올랐다. 토마는 소외감, 거부당한 기분, 허탈감, 더 나아가 분한 느낌마저 들었을지도 모른다.

토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예수께서 나를 빼놓고 가시면 나도 그 분을 빼놓고 갈 것이다. 그분께서 나를 원치 않으신다면 나도 굳이 그분을 원치 않겠다.’ 이것은 아이들이 무엇인가를 포기할 때 보이는 반응과 비슷하다. 이를테면 토마는 자기 자신에게 너무 터무니없는 값을 매기고 싶어 한 것 같다. 하찮은 인간이 전능하신 분께 자기 믿음을 위해 조건을 내거는 것보다 더 발칙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내가 그분의 손에 있는 못 자국을 눈으로 보고 내 손가락을 그 못 자국에 넣어보고, 또한 내 손을 그분의 옆구리에 넣어보지 않고는 결코 믿지 못하겠소!”

이 말은 이런 말과 같다. ‘그래, 나는 너희들하고도 끝이고, 예수하고도 끝이다!’

우리는 토마가 얼마 동안이나 씁쓸한 마음, 아픔, 거부당한 느낌을 품고 있었는지는 모른다. 다른 사도들이 기쁨에 넘치다 못해 황홀해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동안은 감정이 호전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일주일 뒤 저녁때 다른 사도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토마와 함께 자리를 하고자 애썼을 것이다. 어떻게 토마가 그 자리에 함께했는지는 모르지만 복음서에는 그렇게 기록되어 있다. “여드레 후에 제자들이 다시 집안에 모여 있었는데 토마도 함께 있었다. 문들이 잠겨 있었는데도 예수께서 오시어 한가운데에 서시며 ‘여러분에게 평화!’하고 말씀하셨다.”

예수께서는 시선을 돌려 토마를 바라보았다. 토마는 이때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었을 것이다. ‘이런! 내가 무슨 말을 한 거지?’ 건방지게 그가 내걸었던 믿음의 조건이 그의 눈앞에 너무나 확실하게 실현되었다. 예수께서는 똑바로 그를 쳐다보며 웃고 계셨을 것이다. 토마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짐작했다.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당신 손가락을 이리 내밀어 내 손을 살펴보시오. 그리고 당신 손을 내밀어 내 옆구리에 넣어 보시오.” 토마가 내건 조건을 예수께서 하나하나 짚어 말씀하셨음을 눈여겨보자. 예수께서는 또 말씀하셨다. “그리하여 믿지 않는 사람이 되지 말고 믿는 사람이 되시오.”

이 마지막 말씀이 토마의 마음을 꿰뚫었다. 토마는 자기의 분에 넘치는 조건까지도 감수하는 예수의 한량없는 선하심을 깨달았다. 토마의 비웃음 섞인 요구 사항을 세세하게 받아들이신 사랑 넘치는 조건까지도 감수하는 예수의 한량없는 선하심을 깨달았다. 토마의 비웃음 섞인 요구 사항을 세세하게 받아들이신 사랑 넘치는 예수의 행동이 마음 깊이 상처 받은 토마를 사로잡았다. 아담과 하와처럼 토마도 숲과 덤불, 곧 진실을 가리고 있는 거짓 자아 밖으로 나와 예수의 사랑이라는 참된 진리로 오도록 부름받았다. 그가 뭐라 말할 수 있었을까? 토마는 자신을 온전히 내어드리면서 응답할 수밖에 없었다.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

토마가 정말 예수의 상처에 자기 손을 넣어 보았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이미 자기가 필요로 했던 모든 증거를 다 얻었으므로 다른 제자들보다 더 큰 신앙을 얻었다. 여러분이 겸손할 수 있다면 하느님 자비는 여러분이 자신을 낮추기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여러분을 더 높이 올려주므로 경이로운 결과를 낳는다. 사도 바오로는 말한다. “내가 약할 때 오히려 나는 강하기 때문입니다.” (2고린 12,10)

예수께서 한마디 더 덧붙이신다. “당신은 나를 보고서야 믿었습니다. 보지 않고도 믿는 이들은 복됩니다!” 아마 이런 뜻으로 말씀하신 것이리라. “토마야, 나는 네가 믿음을 찾아 기쁘다. 하지만 네가 없었을 때 내가 온 것은 너를 빼놓으려 한 것이 아니라 너를 더 큰 은총으로 부르기 위해서였다. 네 자신의 내적 체험으로 나를 믿게 하려는 것이었다.”

예수의 부활은 단지 역사적 사건만이 아니다. 토마에게 하신 말씀은 그 이상의 무엇이 있음을 추측하게 해준다. 이것은 아마 이런 말로 풀어볼 수 있을 것 같다. “토마야, 너는 나를 보고야 믿었다. 하지만 네가 가지고 있는 체험으로 내 부활을 믿는 것이 더 큰 행복이다.”

물론 이 말씀은 우리에게도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말씀은 우리가 그리스도의 발현, 감각적 느낌, 외관상의 증거, 또는 사람들의 목격담에 근거해서가 아니라 부활한 그리스도의 생명을 체험하고, 우리 안에 있는 그 체험의 열매를 부활하신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의 근거로 삼는 것이 더 낫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이것이 살아있는 믿음이며, 이런 믿음은 우리가 성령 안에서 활동하도록 힘을 준다 — 이 성령은 예수께서 부활하신 저녁때 사도들에게 불어넣어 주신 바로 그 성령이다. (토마스 키팅:『그리스도의 신비』p148~153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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