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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방식 목사 bsot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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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참 뜻

“죽은 이들의 장사는 죽은 이들이 지내도록 내버려두고 너는 가서 하나님의 나라를 알려라.”

예수님은 한 제자가 죽은 아버지를 묻고 오겠다는 청원에 대해 “아버지의 장사는 죽은 자에게 맡기고 너는 나를 따르라”고 말씀하신다. 한 마디로 장사하러 가지 말라는 것이다. 예수님의 말씀이 너무 매정하게 느껴진다. 자식으로서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아버지의 장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예수님은 왜 이토록 매정하게 너무나도 마땅하게 들어 주어야 할 제자의 청을 거절하고 있을까?

유대인들에게는 부모를 잘 모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십계명 중에서 부모를 공경하는 것은 사람을 위한 계명 중에는 제 일순위에 속한다. 그러니 부모의 장사는 유대인들에게 중요하다. 부모의 장사를 위해서는 하루에 세 번 드리는 기도도 유보할 수 있다. 그러므로 부모의 장사를 외면하고 다른 어떤 일을 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율법에 어긋나고 인륜적으로도 인간 상식에 반하는 일이다. 그런데 예수님은 “죽은 이들의 장사는 죽은 이들이 지내도록 내버려두고 너는 가서 하나님의 나라를 알리라고 하신다.

“죽은 자들로 저희 죽은 자들을 장사하게 하고” 했는데, 여기서 죽은 자들을 장사하는 죽은 자들은 누구를 말하는가? 첫째로, 여기서 죽은 자는 영적으로 죽은 자를 의미한다고 해석하여 그렇게 이해하는 학자들이 있다. 그런 관점에서 예수님의 말씀을 생각해 본다면, 죽은 아버지는 불신자들에게 맡기고 예수의 부름을 받은 자는 자신을 부른 예수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 말은 부모 공경을 거부하거나 부모의 장례에 관심을 갖지 말라는 것이라기보다는 하나님 나라만이 절대적인 가치를 갖는다는 것이다.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는 것이 모든 일에 우선 한다는 것이다.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도래한 하나님의 나라에서는 세상의 율법과 도덕, 가치는 상대적인 것이다. 하나님 나라의 절대적인 가치를 가로막는 부모나 형제/자매나 친척이나 처자라면 누구라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복음의 우선성과 긴박성을 말한다. 네 부모는 영적으로 죽은 자들이 묻어 줄 테니 너는 복음 전파에 전념하라.

“죽은 자”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은 죽은 자가 죽은 자를 위해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하는 것이다. 여기서 죽은 자는 당시에 죽은 자들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자들을 일컫는다. 당시에는 마을마다 무의탁 노인들이 죽었을 때, 그들을 묻어주는 자들이 있었는데, 그들이 죽은 자들을 다룸으로 사람들이 그들을 ‘죽은 자’라고 불렀다. 죽은 아버지의 장사를 그들에게 맡기고 너는 복음을 전파하라는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죽은 아버지를 그들에게 맡기고 복음을 전파하라는 것이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예수님이 왜 그리 말씀하셨을까? 빨리 가서 묻고 지체하지 말고 돌아오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은가? 우리의 상황이나 정서로도 너무 매정하지 아니한가?

여기에서 이 말씀을 하시는 예수님의 마음 죽은 아버지의 마음과 뜻이 충분히 고려되고 있음을 들여다 본다면 우리는 이 말씀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 예수님은 이 훌륭하신 아버지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장례를 치르는 일보다 더 우선적이고 절박한 일이 있음을 본 것이다.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말라고 말씀하시는 우리 예수님의 마음이 편했을까.

예수님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입장에서 자녀를 위해 이 말씀을 하고 계신다. 죽은 아버지가 진정으로 자기의 자식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아버지는 예수의 제자로 살아가는 사랑하는 아들에게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다. 즉 아버지의 입장에서 예수님의 말씀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지금 돌아가신 아버지의 입장에서 이 아들에게 정말 필요한 일,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 그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자. 이는 바로 예수님께서도 사랑하는 제자에게 개인적인 마음과 생각을 접고 아버지의 참 뜻을 따르라는 것이다.

얼마 전에 소말리아 해상에서 해적들에게 한국 선박이 피납 되는 일이 벌어졌다. 급기야 작년 11월 20일에 청해부대 3진 충무공 이순신함이 선박보호와 해적퇴치를 위해 파견되었다. 이순신함에 청해부대 소속 이환욱하사가 이 임무에 파견되었다. 이순신함이 파병함정으로 결정되자 이환욱하사는 당시 췌장암으로 수술을 받고 투병 중인 아버지를 염려해 배에서 내리려고 했는데 아버지는 “공무가 우선”이라며 등을 떼밀었다고 한다. 평소에도 아버지는 늘 자식에게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위해 살고, 개인보다는 국가와 조직을 먼저 생각하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췌장암으로 투병 중이던 아버지가 아들에게 영상편지를 썼다. “사랑하는 아들아. 아빠는 아빠 몸을 지킬테니 아들은 걱정 말고 소말리아 해역을 지켜서 대한민국의 힘을 세계만방에 보여다오.”

병세가 악화되어 아버지 이씨가 죽기 직전 “청해 부대원으로 해외파병 중인 환욱이는 국가에서 부여한 임무를 수행 중이니 사망 소식을 알리지 말고, 행여 알게 되더라도 공무가 더 중요하니 장례식에는 참석하지 못하게 하라”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이환욱하사의 모친도 남편의 죽음을 유언대로 아들에게는 전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부대에서 그것은 “도리가 아니다”라며 이 하사에게 전문을 보냈다. 소식을 접한 3대 청해부대장인 김명성 대령은 이 하사에게 즉각 항공편을 이용해 귀국하라고 명했다. 항공편을 통해 즉시 귀국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준 것이다. 하지만 아들은 부대장보다 아버지의 명령을 받들었다. “장남으로서 장례식에 가는 게 마땅한 도리지만 아버지의 바람대로 유언을 지키는 것이 더 큰 효도이며 군인의 길이라 생각한다.”며 내년 봄 정상적인 임무교대 시까지 귀국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아들에게 마지막까지도 조국을 먼저 생각하라는 가르침을 주신 아버지의 마음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며 “아버지를 대신해 어머니와 동생을 잘 돌보는 늠름한 아들이 되어 돌아가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죽은 아버지의 참된 뜻이 어디에 있는가? 아버지의 뜻은 부모에게 불효하라는 것이 아니다. 장사가 중요하지만 그 보다 더욱 우선적이고 절박하게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이다. 아버지의 뜻은, 아들이 자신의 시신을 거두어 주는 것보다, 자신의 장례식에 오는 것보다, 예수님 밑에서 그분의 뜻을 따라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하는 것이다. 아버지의 유지는 예수님을 따라 분초를 다투며 살라는 것이다.

우리는 예수님의 제자로 부름을 받았다. 예수님의 제자로 살아가려면 부르심 받은 삶에 충실해야 한다. 제자의 삶은 사명의 삶이다. 예수님은 종말적 의식을 가지셨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우선성과 긴박성의 문제를 제기한다. 삶의 우선성이나 긴박성을 상실하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현재 우리의 삶에서 무엇이 진정으로 중요한지를 식별하고 거기에 투신하며 살라는 것이다.

복음 말씀은 “주여 내가 주를 따르겠나이다마는 나로 먼저 내 가족을 작별하게 허락하소서.”라는 제자를 향하여 “손에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나님의 나라에 합당하지 아니하니라.”는 말씀을 하신다. 제자의 삶을 살기로 하고 집을 떠나 올 때 인사를 안하고 왔겠는가? 어쩌면 이 제자는 각오가 약해진 것이다. 집에 가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주님의 말씀은 너무나 단호하다. 네가 가야할 길을 알고 그 길에 들어섰다면 이제는 망설이지 말고 앞으로 가라는 것이다. 제자는 사명을 위해 사는 존재이다. 오직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자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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