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상지원단

2013.03.14 23:14

연중 제11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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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방식 목사 bsot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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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George Herbert)

사랑이 나에게 어서 오라 말하나

내 영혼은 뒷걸음치니

내 죄와 허물 탓이라네.

하지만 눈치 빠른 사랑은

시작부터 꾸물거리는 나를 보며

가까이 다가와, 다정한 목소리로 묻고 있네

내가 무엇이 부족한지.

나는 대답하네

'여기에 어울릴만한 손님이요.'

사랑이 말하네

'그대가 곧 그와 같은 자가 되리니’

‘무정하고, 배은망덕한 제가요.

아, 내 사랑하는 이시여,

나는 감히 당신을 쳐다볼 수 없어요.'

'사랑은 내 손을 잡고 미소로 답하네‘

'나 아닌 누가 그대의 눈을 만들었을까?’

‘맞습니다, 주님,

저는 두 눈을 망쳐버렸어요.'

저의 수치가 마땅히 가야 할 곳으로 가게 내버려 두세요.'

’사랑이 말하네‘

'누가 그 죄를 지고 갔는지,'‘너는 알지 않니.'

‘내 사랑하는 이시여, 그렇다면 나는 섬기겠습니다.'

사랑이 말하네

'이리 앉아 내 살을 먹어라.'

그래서 나는 자리에 앉아 먹었다.

예수님께서 바리사이 시몬의 집에 있을 때에 한 여인이 예수님께 나아왔다. 여인은 눈물로 예수님의 발을 적시고, 머리카락으로 발을 닦고 향유를 부어 발라 드렸다. 당시의 문화로 비추어 볼 때 여인이 남자들의 식사 자리에 나아와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동네 사람들에게 죄인으로 여겨지는 여인이 예수님께 나아와 이런 일을 한다는 것은 예수님과 함께 있는 자들에게 민망스럽고 당황스럽기까지 한 행위였을 것이다. 그런데 무엇이 이 여인으로 하여금 이런 일을 하게 한 것일까?

그것은 이 여인이 체험한 예수님의 용서와 사랑이었다. 여인이 경험한 예수님의 용서와 사랑은 당대의 어떤 장벽이나 선입관, 그리고 여인의 내면에 있는 어떤 심리적인 두려움이나 부담감까지도 다 넘어서게 했다. 이 여인의 모습을 지켜보시는 예수님께서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평안히 가거라.” 라고 말씀 하셨다. 그럼으로써 이 여인은 예수님으로부터 더 깊은 용서와 사랑을 체험했다.

예수님께 감히 나아와 사랑을 표현하는 이 여인을 바라볼 때 조지 허버트의 『사랑 』이라는 시가 떠오른다. 여인의 이야기와 함께 시를 묵상할 때 특별히 시에서 두 가지의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첫째는 사랑의 환영을 받으면서도 감히 그 사랑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나의 모습이다. 그러나 내게 다가온 사랑은 그 사랑의 진면목을 깨닫게 해주어 그 사랑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사랑을 깨닫고 주님께 당당히 나아가는 이 여인처럼 사랑을 발견한 나의 모습을 만나게 해준다. 둘째로는 사랑을 깨달은 내가 그것을 깨닫자마자 섬기겠다고 말했을 때, ‘어서 빨리 나가서 사랑을 실천하라’고 말하지 않고 “이리 앉아 내 살을 먹어라”는 사랑의 말이 특별히 눈에 들어온다. 만약에 내가 그 순간에 나가 섬긴다면 예수님을 섬기는 바리사이 시몬의 모습으로 섬기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주님을 향한 나의 섬김의 바닥에는 순수한 사랑만 있는 것이 아님을 본다. 은총에 의한 응답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이기적이고 강박적인 요소도 있고 예수님의 말씀처럼 자녀의 마음이 아니라 종의 마음으로 섬기는 모습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여인의 이야기를 통해 이 여인처럼 충만한 사랑으로 주님을 섬길 수 있도록 더 깊은 사랑으로 초대하시는 주님을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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