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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명희 소피아 수녀 sophiac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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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을 들으면 마음이 불편한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허약한 의지 안에 주시는 강한 말씀으로 화살이 되어 날아옵니다. 저 역시 큰 아들이나 둘째 아들처럼 행동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아버지는 둘째 아들에게 가서도 같은 말을 하였다. 둘째 아들은 가겠다는 대답만 하고 가지는 않았다.(마태 21,30)”
처음부터 예 , 아니오를 확실히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예수님의 삶을 늘 바라보며 산다는 것은 예기치 않은 사건 속에서 하느님의 손길을 보는 것을 말합니다. 신앙의 눈이란 하느님께서 우리 삶을 섭리로 이끄심을 보는 것입니다.
수도자로 길을 떠날 때, 항상 ‘가난한 사람들의 외침을 듣고 자신의 사명’을 열심히 살아가고자 결심하면서도 가끔 엉뚱한 자리에 서있는 모습을 보기도 합니다.
어느 본당에서 일하던 때였습니다. 임종을 앞둔 할머니를 위한 기도부탁이 있어서, 신부님과 급히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가족들은 신부님이 나타나자 의료진에게 부탁하여 환자에게 행한 마지막 조치들을 중단해 달라고 부탁했고, 신부님은 급히 병자성자와 임종을 위한 기도를 했습니다. 성사가 끝나자마자 할머니는 눈을 번쩍 뜨고 모두를 둘러본 다음 조용히 눈을 감으셨습니다. 그 순간 큰아들은 어머니가 평소에 집에서 임종하시길 바라셨다면서, 이제라도 모시고 가겠다고 했습니다. 의료진은 이미 시신인 상태에서는 일반차량으로 이동할 수 없다면서 앰브런스를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큰아들의 간곡한 부탁이 있었지만 난감한 상황에서 서로가 팽팽했고 시간이 다소 걸릴 것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그 순간 조용히 옆에 서있던 신부님이 할머니를 번쩍 안아서 병실을 나갔습니다. 나는 ‘헉!’ 하는 소리를 내고 정신없이 큰아들의 차량에 올라타서 임종자의 집으로 도착하여, 임종자를 자리에 눕히고 조용히 손을 모아주시는 신부님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수녀원에 돌아오니 현기증이 났습니다. 이틀이나 시름시름 앓았습니다. 장례미사는 어떻게 치룬지 모르게 지나갔고, 그 후 삼오미사부터는 어느 냉담자 집안에서 3대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난 왜, 그때 그렇게 아팠을까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매일 성경을 묵상하면서 ‘어떻게 하면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할 수 있습니까?’하는 물음을 수없이 했지만 구체적으로 일하는 상황에서는 복음적 사랑을 살아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내 인생에서 나의 소명과 목적, 내 성소는 무엇인가?’하는 질문을 직면하고 있으면서도 진정으로 내 이웃은 고통 받는 사람, 가난한 사람, 어려운 고민을 안고 사는 사람은 아니어야 했습니다. 임종자를 안고 차에 오르는 사제를 따라서 그 옆에 앉아왔다는 사실이 나를 두려움에 떨게 했고 적어도 나는 그 자리에 같이 앉아 있을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그 할머니는 영적으로 가난하기 짝이 없는 나에게 복음을 전하고 구원으로 이끌었습니다. 살아있는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도록 다리역할을 해준 것입니다.
내가 믿는 그리스도는 하느님과 본질이 같으셨지만 인간이 되시고, 인간의 모습으로 가장 심한 십자가에 달리기까지 한 순명의 삶을 살으신 분 (필립비2,6-7)이고, 정녕 살아계신 분이심을 다시 한번 바라보면서 마음의 평화가 왔고, 회심이 되었습니다. 수도자로서 삶의 회개는 진정한 의미에서 내 안의 깊은 갈망이 무엇인지를 성찰하는 잦은 기회를 가지고 살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마음 밑바닥에서 순수하게 갈망하는 것이 곧 하느님이 원하시는 뜻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하느님이 원하시는 뜻이 나의 삶에 조화를 이루어가고 매순간 공동체와 균형을 이루어갈 때, 나의 신앙은 자라고 결국은 하느님의 뜻과 일치를 이루는 것이리라 믿습니다.
오늘도 주님의 뜻을 알아차리는 지혜를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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