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상지원단

2013.03.14 21:22

연중 제2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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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행도 가를로 신부 munyman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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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 인사발령으로 새해부터 제가 살게 된 곳은 부랑인(행려자)이라고 불리는 분들의 수용시설인 '진주복지원'입니다. 일정한 직업은 물론이고 거처할 곳조차 없는 분들, 가족이 없거나 있어도 연락이 끊긴 분들이 기거하고 계시는데, 어떤 분들은 주민등록조차 되어 있지 않으며 고향이 어딘지 심지어는 자기 이름조차 없는 분들도 있습니다(시립으로 시비와 도비로 운영되고 있는데 10년 전부터 마산교구에서 위탁운영하고 있음).
복지원 주방에서 열심히 봉사하고 있는 20대 후반으로 짐작되는 청년은 수 년 전 하동에서 이곳으로 왔는데, 언어장애인이며 아무 연고도 없고 자신의 이름도 모릅니다. 그래서 전에 있었던 곳의 지명인 하동에 진주의 첫 글자인 진자를 부쳐 하동진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곳에 계시다가 몸이 편찮으시거나 해서 치료가 필요한 분들은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게 되는데 요즘은 3개 병원에 70여 명이 입원해 계십니다. 그 중 연세가 60대 후반으로 짐작되는 한 분이 계시는데 앞을 못 보십니다. 게다가 말도 못하시고 신체도 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나이는 물론 자신의 이름도 모르시고 연고자도 아무도 없습니다. 누군가가 지어준 이름이 있는데 성벙어리입니다. 세례명은 세레나이고요. 하지만 그 할머니는 그것을 모르실테지요.
며칠 전 그 할머니가 많이 편찮으시다기에 병자성사를 드리러 갔더니 웅크린 채 침대에 누워 계셨고 윗니와 아랫니를 계속 부딪히고 있어서(떨림으로 인해) 성체를 드리기조차 어려웠습니다. 이마와 두 손에 병자성유를 발라 드리고 성체를 조각내어 입에 넣어 드렸는데 할머니의 기구한 처지에 가슴이 저며 왔습니다.
오늘 독서에서 사무엘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듣습니다. 그리고 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시몬에게 케파라는 새로운 이름을 지어 주십니다. 저도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윤행도)이 있고 가롤로라는 세례명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 이름과 세례명이 불리는 것을 수없이 들어 왔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불려 질 자신의 이름이 있다는 것, 거기다 세례명까지 있다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불리는 자신의 이름을 들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별다른 생각 없이 살아 왔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이름조차 모른 채 병상에 누워 떠날 날만 기다리고 계시는 그 할머니께서 그것이 은총이요, 행복이라는 사실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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