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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부활은 새 창조의 첫날이다. 부활 대축일은 우리 안에 있는 하느님의 생명을 깨닫는 날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다!’라는 외침은 단순히 역사적 증거의 외침이 아니다. 이 외침은 우리 자신 안에서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깨닫은 하느님의 모든 백성들의 사랑의 외침일 뿐 아니라 흔들임 없는 믿음의 외침인 것이다. 동시에 이 외침은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일치하고 있음을 드러내며 우리 각자의 삶을 변형시키는 그분과의 일치를 드러내는 것이다.
예수님의 부활로 인하여 우리에게도 전적으로 새로운 삶이 열렸다. 이는 인류의 역사에서 결정적인 순간이다. 그 결과 모든 인간이 하느님과의 거룩한 일치에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첫 부활은 우주적 맥락 안에 있다. 성서의 관점에서 볼 때 예수의 무덤이 있던 동산은 우리에게 에덴 동산을 떠오르게 한다. 두 동산을 비교해 보면 에덴 동산에서 인류는 아담과 하와라는 사람 안에서 하느님과의 친교와 우정을 상실했다. 예수의 무덤이 있던 동산에서는 막달라 여자 마리아(예수께서 일곱 마귀를 쫓아내 주셨던 여인)가 하느님과의 일치와 친교를 다시 회복했다는 기쁜 소식을 처음으로 들었다.
막달라 여자 마리아는 몹시 상심하여 무덤으로 갔다. 그런데 무덤을 막고 있던 큰 바위가 굴려져 있었다. 큰 바위는 죄의 무게와 낮은 정신 수준으로 후퇴함을 상징한다. 여인들이 무덤 안을 살펴보았을 때 무덤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오직 예수의 시신을 쌌던 천만 남아 있었다. 이 때문에 마리아는 누군가 예수의 시신을 훔쳐갔다고 생각했다. 마리아는 예수에 대한 크나 큰 애정 때문에 다른 여인들이 떠난 뒤에도 무덤 밖에 남아 있었다. 마리아가 다시 한번 확인하기 위해 무덤 속을 봤을 때 흰옷 입은 두 천사가 보였다. 두 천사는 이렇게 기쁜 순간에 울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고 의아해하며 말했다. “부인, 왜 울고 있습니까?”
마리아는 천사들이 자기에게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다. 마리아는 한가지 일에 몰두하느라 다른 일은 모두 잊고 있었다. 마리아는 천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그분을 들어내었거든 어디에다 옮겨놓았는지 제게 말해 주셔요. 제가 그분을 모셔가겠습니다.” 마리아는 혼자 모셔가기에 예수의 시신이 너무 무겁다는 사실도 완전히 잊고 있었다. 예수의 시신에는 이미 몰약∙침향∙향유를 45킬로그램이나 발랐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처음보다 그만큼 더 무거워진 상태였다. 하지만 마리아는 너무 슬퍼서 이런 생각은 깡그리 잊어버렸다. 천사들같이 이상한 사람들이 나타났는데도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서 마리아는 동산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마리아는 동산지기 같은 사람을 발견했다.
‘동산지기’는 다소 반어적으로 묻는다. “부인, 왜 울고 있습니까? 누구를 찾고 있습니까?” 이 질문은 마리아로 하여금 자신의 큰 슬픔을 직접 바라보게 만들었다. 마리아는 혼란스러운 가운데도 자신의 마음을 다해 말했다. “당신이 그분을 들어내었거든 어디에다 옮겨놓았는지 제게 말해 주셔요. 제가 그분을 모셔가겠습니다.”
예수께서 그녀의 이름을 부르셨다. “마리아!” 예수께서는 단지 이렇게 그녀의 이름만을 부르셨지만 바로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의 전 존재로 그분을 알아보았고 예수께서 죽음에서 살아나셨음을 알았다. 마리아의 이름을 부르심으로써 예수께서는 마리아의 삶 안의 모든 것을 알고 마리아의 모든 것을 전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보이셨다. 그때 마리아는 예수께서 자신을 사랑하심을 깨달았다. 이 순간이야말로 마리아가 변모하는 첫 걸음이었다.
인간 조건을 지니고 있는 인간이 거룩하게 변모하려면 하느님과의 인격적 관계에 대한 묵상이 요구된다. 예수께 대한 개인적 사랑의 체험은 이런 관계성의 성장을 촉진시킨다. 그분께 사랑받는 존재라는 체험은 그리스도인으로 하여금 모든 이기심을 버리고 자기 자신을 포기하는 더 깊은 단계로 들어가게 해준다. 그분께 인격적으로 사랑받는 존재라는 확신없이 어떻게 이런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까? “마리아!”라는 단 한 마디의 말이 마리아의 모든 열망을 한 곳으로 모아주었다. 마리아는 기쁨에 넘쳐 “랍부니!”라고 외치면서 예수의 품에 뛰어들었다. 이것이 마리아의 대답이다.
하느님께 사랑받는 존재임을 깨닫는 것이 관상기도 첫 단계의 특징이다. 이는 우리가 만물 속에서 하느님을 볼 수 있게 해준다. 마리아는 은총을 받아들임으로써 더 멀리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마리아는 자신이 예수를 다시 사랑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마리아는 예수의 품에 뛰어들어 그분을 안았던 것이다. 이 포옹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이 체험을 통해 마리아는 관상기도의 두 번째 단계에 오르게 되었다. 곧 하느님 안에서 만물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이 대화 속에서 예수께서는 관상기도의 더 높은 단계를 거쳐 마리아를 하느님과의 일치로 한 걸음씩 이끄신다. 마지막으로 예수께서는 마리아에게 말씀하신다. “나를 만지지 마시오. 내가 아직 아버지께로 올라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내 형제들에게 가서 말하시오. ‘나는 나의 아버지이시며 여러분의 아버지, 나의 하느님이시며 여러분의 하느님이신 그분께로 올라간다’고.” 이 말씀은 새 창조를 선언하시는 말씀이다. 이제 하느님께서는 예수 그리스도만의 아버지도 아니며, 또한 예수께서 하느님과의 일치 체험을 통해 계시한 ‘압바’이신 것만도 아니다. 압바께서 이제 우리에게 선사되었다. 그리스도의 아버지 체험은 이제 우리의 체험이 되었다. 그래서 그리스도께서 성부와 누리셨던 관계가 막달라 여자 마리아 안에서도 똑같이 시작된다 또한 동시에 우리각자가 부활 대축일의 은총과 일치할 때 우리 각자 안에서도 그 관계가 시작된다.
하느님의 계획 안에서 예수께서는 높은 의식 수준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셨다. 에덴 동산은 과거에 대한 기억인 동시에 미래에 대한 예고다. 부활의 동산에서는 그리스도의 신비를 싸고 있던 장막이 완전히 벗겨진다. 이런 지식과 체험으로 마리아는 관상기도의 세 번째 단계에 도달한다. 이 단계는 만물 속에서 자신을 내어준 하느님을 바라보는 거룩한 일치의 단계다. 내적 부활로 변화된 의식이란 바로 이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마리아가 사도들에게 파견되어 선포한 기쁜 소식이다.
아담과 하와는 하느님과의 일치에서 분리되어 그들의 자의식을 드러낸 결과 에덴 동산에서 쫓겨났다. 마리아는 이제 하느님과의 일치 속에 뿌리내렸으므로 낙원 동산이 마리아 안에 자리잡았고 마리아는 이제 거기에서 절대 떠날 수 없었다. 에덴 동산은 지리적 장소가 아니라 의식의 상태를 가리킨다. 마리아는 동산에서 떠나야 했으나 동산이 상징하는 내적 상태를 간직한 채 떠났다. 내적 상태란 하느님께 사랑받고 하느님을 사랑하고 언제나 매사에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을 내어주심을 굳게 믿는 것을 말한다. 이런 상태에서 외적∙내적 상태가 서로 조화를 이루고 마침내 하나가 된다. 이런 친교 안에서 절대 신비가 마리아에게 절대 현존이 되고, 절대 현존은 절대 존재가 된다.
부활하신 예수의 첫번째 발현에서 우리가 본 흘러넘치는 은총은 그리스도의 희생에 대한 하느님의 응답이다. 이 은총은 예수의 철저한 굴욕에 대한 응답으로 그분을 영광스럽게 한다. 우리가 부활 축제를 거행할 때 그리스도께서는 막달라 여자 마리아를 부르셨던 것처럼 우리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신다는 것을 깨닫아야 한다.


- 토마스 키팅, '그리스도의 신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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