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상지원단

2013.03.15 07:58

대림 제4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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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충석 루까 신부 anchs@catholi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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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아기는 지속적으로 탄생하신다.


왜 무한한 권능이 인간역사와 인간육체라는 테두리 안에 그분 자신을 한정시키려고 했을까?

하느님은 우리 모두가 살을 가지고 있는 어떤 존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살을 취한다. 모든 곳에 계시는 하느님은 또한 쉽사리 아무 곳에도 계시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가 만지고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 볼 수 있는 것을 믿는다. 우리에게는 오감도 있고 그것을 통하여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길을 걸었던 예수는 우리가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으며 들을 수 있는 존재였다. 육화를 통하여 하느님은 신체적인 존재가 되었다. 감각을 지닌 피조물인 우리가 살을 지닌 하느님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우화를 통해 설명하였다. “한 남자가 예수께 다가와 숨어 계시기만 하느님께 대해 불평을 늘어놓았다. ‘왜 하느님은 당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십니까? 저는 평생 하느님을 뵙기를 기다리면서 매일 기도하였습니다.’ 예수께서는 미소를 지으시고 부드럽게 대답하셨다. ‘어느 날 가난한 거지가 맨발로 배를 굶은 채 말했다. 하느님, 자비를 베푸시어 당신의 힘을 진정시키시고 당신의 영광을 낮추시어 저 같이 가난하고 병든 이들이 당신을 볼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저희가 당신을 제대로 봤다간 장님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하느님은 한 조각의 빵, 차가운 물 한 잔, 따뜻한 겉옷, 그리고 작은 움막이 되셨고 그 움막 앞에서 아기를 돌보는 여자가 되셨다. 그 거지는 속삭였다. 주님 감사합니다. 당신은 저를 위해 당신자신을 낮추셔서 빵, 물, 옷, 부인과 아이가 되셨으니 제가 당신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당신이 갖고 계신 사랑스러운 그 얼굴들에 경배합니다.”

매우 중요한 문제는 육화의 지속성에 관한 것이다. 육화는 하느님이 역사 속에서 삼십 삼년간 단 한차례에 걸쳐 인간에게 개입한 사건이 아니다. 육화는 예수로부터 시작되었고 결코 끝나지 않는다. 예수의 승천은 육화를 끝내거나 근본적으로 변질시킨 것이 아니다. 하느님의 육체는 여전히 우리 가운데 계신다. 하느님은 역사적 예수로 존재하셨던 것처럼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하며, 육체적으로 실제적으로 살아 계신다. 예수처럼 인간의 피부와 살로 덮여서 지상을 걷고 계신다. 이것이 무슨 의미일까?

성서는 “그리스도의 지체”라고 표현할 때 세 가지 의미를 제시한다. 즉 예수, 이 지상에 삼십 삼년간 실존했던 역사적 인물, 성찬례, 우리 가운데 육체로 현존하시는 하느님 그리고 믿는 이들의 지체, 이 역시 실제적인 존재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라는 말은 동시에 단 한 번으로, 예수 성찬례, 신앙의 공동체를 일컫는 말이다.

엑카르트는 여기서 세 종류의 탄생을 언급한다. 즉 삼위일체 내의 성자 하느님의 탄생이라는 영원한 형이상학적 진리, 시간 속에서 하느님이 인간의 본성을 입은 성육신 사건으로서의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그리고 인간 영혼 안에 일어나는 하느님 아들의 탄생이다. 이 중 첫 번째 탄생은 초시간적인 시간적 ․ 역사적 사건이다. 그리고 영혼 안에 이루어지는 아들의 탄생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고 또 일어나야만 하는 보편적 사건이다.

영성학자 엑카르트는 성탄 대축일 자정 전례 때 세 가지 탄생에 대하여 말한다: 우리가 신성 안에서 태어나는 것, 하느님이 우리 안에서 태어나는 것,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로서 태어나는 것, 그는 이렇게 말한다: 하느님이 오늘 사람의 모습으로 태어났으니, 우리도 그분 안에서 태어나 하느님처럼 되어야 한다. 엑카르트는 이 세 탄생 가운데 두 탄생에 대하여 이렇게 묻는다. “우리의 이름은 무엇이며, 우리 아버지의 이름은 무엇인가? 우리는 태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 우리의 이름이고, 우리 아버지의 이름은 낳음이다. …” “우리는 태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본 설교에서 말하는 돌파와 첫 번째 탄생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아버지의 이름은 낳음이다”. 이를 위해서는 본 설교에서 말하는 두 번째 탄생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첫 두 탄생의 결과로 세 번째 탄생이 이루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세 번째 탄생은 우리가 아버지와의 관계 속에서 태어나는 것, 곧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나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엑카르트는 우리의 새로 남을 지칭하기 위해 한 단어를 만들어 낸다. 그는 그것을 일컬어 돌파Durchbruch라고 부른다.

하느님께서 우리와 같은 인간이 되신 것은 우리 인간이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 완전하심 같이 하느님이 되게 하시기 위한 것이다.(떼르뚤리아누스)

하느님은 육체를 취하심으로써 모든 가정이 교회가 되고, 모든 아이가 아기 예수가 되며 모든 음식과 음료가 성찬이 될 수 있게 하셨다. 하느님은 그분이 갖고 있는 수많은 모습으로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고 눈으로 볼 수 있는 존재가 되셨다.

우리 인간에게 온전한 사랑의 대상자가 되어 우리 인간을 사랑이신 하느님과 같아지게 하시려는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Dostoevskii, Fyodor Mikhailovich 그의 문학작품 죄와 벌에서 소냐는 라스콜리니코프에게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신이 너를 위해 무엇을 했느냐가 아니라 그분 없이 우리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물으라.’ 우리 인간은 사랑의 대상자가 없어지는 것이다. 예수성탄은 우리 각자 자신의 사랑의 대상자를 만나서 우리 안에서 하느님이 탄생하는 것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 안에서 하느님의 자녀로 탄생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예수 아기는 지속적으로 탄생하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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