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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창열 사도 요한신부 ocyjoh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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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마지막 주일인 오늘, 연중 제 30주일인 오늘 말씀의 공통적인 주제는 ‘기도’입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파 사람의 기도와 세리의 기도를 서로 견주어 비유하시면서, ‘참된 기도의 자세’에 대해 가르치십니다. 세리와 바리사이파 사람은 성서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들입니다. 이 두 부류의 사람이 성전이 서 있는 언덕 위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바리사이들은 누구보다 율법을 충실히 지켰던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글로 쓰인 율법뿐만 아니라,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오던 구전 율법도 철저하게 준수했습니다. 그들이 기도하며 말한 내용은 결코 과장된 말이 아닙니다. 그들은 “일주일에 두 번 단식하고 모든 소득의 십일조를 바쳤습니다.” 율법에는 일 년에 단 한 번, 속죄의 날(레위 16,29 참조)에 단식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실제 그들은 일주일에 두 번씩, 월요일과 목요일에 단식하였습니다. 또 밀과 술과 기름을 구입할 때는 생산한 사람에게만 십일조의 의무가 있었는데(신명 12,17 참조), 그들은 모든 수입의 십분의 일을 바쳤다. 한 마디로,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지나칠 정도로 율법에 충실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위선자라고 비난하셨지만,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이러한 율법 준수 때문에, 당시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반면 세리들은 로마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자들이었습니다. 당시 팔레스티나에 파견된 로마 관리들은 인두세(人頭稅)와 지세(地稅)를 직접 거두어 들였지만, 통행세를 징수하는 일은 청부인들에게 하청을 주었습니다. 로마 관리들과 세금 청부인들은 실제적인 징수를 위해 유대인들을 뽑아 고용했는데, 그들이 바로 세리였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로마의 지배를 달갑지 않게 여기고 있었고, 세금을 바치는 일은 카이사르에게 복종함으로써 십계명의 제 1계명을 어기고, 하느님을 배반하는 행위라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이스라엘 사람들이, 자기 호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하느님을 배반하고 침략자 로마를 위해 봉사하는 세리들을 업신여긴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이처럼 대조되는 신분의 두 사람은 저마다 하느님께 기도를 드렸습니다. 놀라운 것은 예수님의 판정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바리사이가 아니라 이 세리가 의롭게 되어 집으로 돌아갔다.” 하고 말씀하십니다. 당시의 사람들은 누구나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세리보다 도덕적으로나 신앙적으로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예수님께서는 올바른 사람으로 바리사이파 사람이 아니라 세리를 지목하신 것입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예수님께서는 종종,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말은 다 실행하고 지키되, 그들의 행실은 본받지 말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마태 23,2-3).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하느님께 올바른 사람으로 인정받지 못한 까닭은, 그들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지적하시는 대로, 자기네만 옳은 줄로 믿고 남을 업신여기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그들의 태도가 그들의 기도 내용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오, 하느님! 제가 다른 사람들과 같지 않고…….” 그들은 스스로 자신들을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는 사람들’이라고 불렀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는 사람들’이란 말이, 곧 ‘바리사이’란 뜻입니다. 그들에게 하느님은, 그저 자신들의 올바름을 인정해 주기만 하면 되는 존재일 따름이었습니다. 그들은 늘, ‘우리가 이러저러한 올바른 일을 했으니, 당신은 그저 그 사실을 인정하시고 우리에게 약속하신 구원을 내려주십시오’ 하는 식이었습니다. 이런 교만과 독선에 빠진 사람은 하느님으로부터 올바른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그들에게 이웃이란, 단지 그들이 올바름을 인정받기 위한 비교 대상이나 소도구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겸손한 사람의 기도를 들어주십니다. “겸손한 이의 기도는 구름을 거쳐서 그분께 도달하기까지 위로를 마다한다.”(집회 35,21) 가난한 사람들, 억압받는 사람들의 기도는 진실하고 소박하기 때문에, 하느님께서는 그들의 기도를 거절하지 않으십니다. 그들에게는 하느님의 도움 말고는 달리 희망을 걸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그들의 기도는 하느님께 완전히 매달리는 기도일 수밖에 없습니다.
분명 세리가 바친 기도는 겸손한 사람의 기도였습니다. 자신의 죄를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앞에 더할 수 없이 큰 죄인이라는, 자신의 처지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이, 다시 되돌리기에는 너무 많은 죄를 지은 죄인임을 인정하고 있었기에, 무조건 머리를 조아리며 하느님의 용서를 청할 수 있었습니다. “오, 하느님! 이 죄인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이런 기도는 참으로 겸손한 사람만이 바칠 수 있는 기도입니다. 이러한 겸손 때문에, 예수께서는 위선과 교만에 찬 바리사이파 사람들을 물리치고 세리를 올바른 사람이라고 인정하신 것입니다.
사도 바오로 역시 두 번째 독서에서 “나의 첫 변론 때에 아무도 나를 거들어 주지 않고, 모두 나를 저버렸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내 곁에 계시면서 나를 굳세게 해 주셨습니다.” 하고 기도하였습니다. 하느님을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하느님의 일꾼이 남을 위해 바치는 기도, 이 또한 겸손한 사람만이 바칠 수 있는 기도입니다.
‘성스럽다’고 하는 것과 ‘거룩하다’고 하는 것은, 너무 높고 멀어서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다다를 수 없는 것을 말합니다. 인간으로서는 도무지 어쩌지 못하는 깊은 심연과도 같은 것을 뜻합니다. 그러기에 우리로서는 겸손한 마음으로 하느님의 자비와 용서와 사랑을 청할 도리밖에 없습니다. 빈 마음과 열린 마음이 하늘나라의 척도인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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