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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창열 사도요한 신부 ocyjoh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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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태생의 예수회 소속 앤소니 드 멜로 신부는 우리의 현실을 일깨우는 이야기를 많이 남겨 놓았다. ① 철창 안에 갇혀 있는 곰에 관한 비유가 그중 하나인데, 6미터 길이의 철창 안에서 어슬렁거리며 왔다 갔다 하는 곰처럼 우리 역시 습관의 철창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여러 해가 지난 후 철창의 창살을 벗겨내도 곰은 여전히 이 6미터의 공간을 왔다 갔다 한다. 마치 창살이 여전히 그곳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 ② 또 다른 짧은 이야기가 있다. 30년 동안 저녁마다 오로지 텔레비전만 보던 남편이 어느 날 아내에게 말했다. “오늘 저녁에는 정말로 근사한 일을 한 번 해 봅시다!” 그러자 아내는 밖에서의 멋진 밤을 떠올리며 물었다. “어머나, 좋아요. 어떻게요?” 남편이 대답했다. “소파를 서로 바꾸어 앉아서 텔레비전을 봅시다.” 남편이 제안한 근사한 일이란 소파를 바꾸어 앉는 일이었다. 그에게는 그 이상의 동경이나 더 나은 대안이 없었던 것이다. 그 오랜 세월 동안 텔레비전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던 남편의 근사한 일에 뒤로 넘어갈 지경이다. ③ 어느 국경 도시에서 한 노인이 50년 동안 같은 집에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옆집으로 이사하는 바람에 동네 사람들이 모두 깜짝 놀랐다. 지역 신문 기자가 찾아와서, 그에게 이사한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그는 “제 안에 집시가 살고 있나 봅니다.” 하고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이더란다.
앤소니 드 멜로 신부는 꿈과 희망 없이, 변화를 기대하지 않고 사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이렇게 유머러스하게 비유를 들어 말한다. 힘들고 지쳐서거나, 지금 행복하다고 여기거나, 현재의 처지나 상황에서 변화하기를 두려워하는 것은 성장을 가로막는다. 성장을 위해서라면, 때로는 모험과 도전 정신을 발휘해야 하고, 발전을 위한 노력과 헌신이 필요한 법이다.
한 해의 마지막 시기, 12월의 달력 한 장만을 남겨두고 있다. ‘마지막’이란 말은 ‘끝장’이 아니다. 미래에 대한 희망과 비전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절망적인 최후의 시간이 되겠지만, 오히려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시간’, 그래서 ‘새 시대’란 의미를 갖는다. 대림시기의 첫 주일에 선포되는 복음 말씀은 바로 우리 구원이 완성되는 희망의 날을 잘 준비하라고 권고한다.
시작이 있다면 반드시 끝이 있는 법이다. 우리 그리스도인의 시계는 영원이라는 시간에 맞추어져 있다. 그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고, 그 시간을 염두에 두고 살아야 한다.
인도의 한 노인이 굉장히 바쁜 백인 사업가에게 “너희에게는 시계가 있지만, 우리에게는 시간이 있다.”고 말했다 한다. 그리스인들은 크로노스(chronos)와 카이로스(kairos)를 구분해서 알아듣는다.
현대인들은 분 단위로 약속을 잡고, 끊임없이 시계를 쳐다보고, 상대가 약속 시간을 정확히 알고 있는지, 우리 자신이 약속 시간에 제대로 도착할 수 있는지 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모든 것이 정해진 시간 내에 해결되어야만 한다고 믿고 있다. 측량할 수 있는 시간은 우리에게 인생을 좁은 코르셋 안에 꼭꼭 쑤셔 넣으라고 강요한다. 이것은 크로노스적인 시간 개념이다.
카이로스는 ‘좋은 순간, 환영받는 때’를 말한다. 시간의 질적인 의미를 가리키는 말이다. 가장 중요하고도 ‘결정적인 순간’이란 의미를 갖는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그 날”의 의미인 것이다. 우리 구원이 완성되고 충만케 되는 날, 그 때에 가면 시간이 멈추고 말 것이다. 이미 영원 안에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티베트의 현자 드라크파 걀첸은 “인간은 준비하고 준비하고 또 준비하면서 모든 시간을 보낸다. 아무 준비도 없이 다음 생을 맞이하려고!”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삶을 누리는 대신, 오직 앞날을 준비하기만 한다. 삶은 매 순간 계속되고 있다. 순간에 충실한 사람은 ‘지금 이미’ 살고 있는 것이다. 현재를 잘 살면 유한한 시간과 ‘영원’의 시간이 일치한다는 것을 ‘여기에서 지금 느낀다. 영원함이 그의 시간 안으로 들어온다. 그래서 지금 영원한 삶, 즉 ’다음 삶‘을 느낀다. 이것이 “늘 깨어 기도하여라.” 하신 예수님 말씀을 잘 실천하는 지혜가 아닐까 싶다.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였다. 우리 가운데 오시는 주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며 한 해를 시작한다. 이처럼, 신앙의 삶은 세상의 삶에 비해 긍정적이고 앞선다. 저물어 가는 한 해를 아쉬워하는 세상 사람들의 마음과 대조된다. 우리 신앙인들은 설렘과 기대감으로 대림환의 초를 밝히며 이 시기를 지내기 때문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 삶에 은총으로 가득 채워주신 주님께 감사드리고, 새로운 한 해에도 주님 안에서 풍성한 삶을 이룰 수 있도록 은혜를 청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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