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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충석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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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전 100년만의 폭설에 이어, 탄핵 정국! 그야말로 기막힌 환절기라 할 수 있던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영성생활의 환절기와도 같은 이 사순절의 주제는 회개생활입니다. 예수님시대에 갈릴레아 사람들의 대 참살의 역사적 사건과 실로암 압살사건 같은 희생자들도 '회개하지 않으면 너희도 그렇게 망할 것이다'는 사건 성사를 지적하시는 장면이 오늘 복음 말씀입니다. 어떤 사람이 포도원에서 무화과나무를 심어놓고 그 열매를 따 볼까, 벌써 삼 년째나 기다리고 있으나 열매가 달린 것을 한번도 본적이 없으니 아예 잘라버리려고 하였다. 그러나 포도원 지기는 "주인님, 이 나무를 금년 한 해만 더 그냥 두십시오. 그동안 제가 그 둘레를 파고 거름을 주겠습니다. 그렇게 하면 열매를 맺을지도 모릅니다."라고 말한다. 심판의 유예를 간청하는 인물인 포도원 지기 뒤에는 예수님 자신이 숨겨져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오늘 복음에서, 인간의 경우로는 3년 이상 더 기다릴 것 없이 아예 잘라버리라는 최후 심판 뿐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1년이라는 사랑의 유예기간을 다시 한번 더 주시는,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는 사랑의 기회를 주신다는 것이 오늘 복음의 기쁜 소식입니다. 한편 그 1년이라는 유예기간이야말로 하느님이 주시는 최후 통첩이고, 회개생활의 최후 마지막 기회일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하느님은 선하시다는데 악한 사람들이 득세하는 이 세상을 왜 심판하시지 않고 선보다 악이 제 세상 만난 듯 판치게 만드시는가에 대해 의문을 갖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세상 끝장을 바라는 사람들도 자기 자신만은 최후심판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자기 착각 속에서 살고 회개생활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주께서 말씀하십니다. "내가 맹세하노니, 죄인이 죽기를 바라지 않고 오직 회개하여 살기를 바라노라. 그러므로 너 자신도 회개생활로 보속을 다 기워 갚고 죄인들도 회개하여 살기를 바라노라."라고.
우리는 복음의 열매맺지 못한 무화과나무와 같은 신세입니다. 따라서 이 세상이 더없이 악하게 보이고 더이상 희망이 없어 보일 때에도 우리는 하느님께서 주신 '1년 유예기간'을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 모두는 회개생활에서 최후 통첩을 받은 자들로,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시는 하느님 사랑에 대한 믿음으로 온갖 실의와 좌절, 절망을 극복하고 희망의 인간이 되어 이 부조리한 세상을 살아나가야 할 것입니다.
최근에 우리 목전에서 일어난 탄핵정국만 해도 우리 중에 그 아무도 회개하지 않았다는 그 증거가 아닐 수 있을까요? 다가올 총선을 위해서, 제 눈에 대들보 격인 불법 대선 비자금은 보지 않고 남의 눈에 낀 비자금만 탄핵하며, 자기 당이 만든 대통령을 자기 당만을 위해서 탄핵하겠다니, 이런 국회의원들을 국민 탄핵으로 다음 총선에서 낙선시키는 것만이 우리가 회개생활을 한다는 증거가 되지 않을까요? 지금 우리 정치는 국민은 없고 정치인들의 자신들만의 이익만을 위한 당리당략(黨利黨略)의 정쟁만 있어 눈에 악마가 한꺼풀 씌웠다는 생각입니다.
이러한 우리의 모습은 마치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악마의 거울 같은 것입니다. 악마는 그 날 유달리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는 방금 진정한 승자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악마는 무엇이든 고약하게 찌그러뜨리는 특별한 거울을 만들었습니다. 아무리 예쁜 얼굴이라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추하게 만들었으며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이라도 삶은 푸성귀처럼 변했습니다. 아무리 선한 생각을 하고 웃어도 거울 속에선 악마가 징그럽게 히죽거리거나 우거지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악마의 졸개들은 스승의 성공에 크게 기뻐했습니다. 드디어 악마가 온 세상을 뒤집어엎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악마는 문득 이 거울을 천상에 가져가 천사들은 물론 하느님까지도 웃음거리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천상이 가까워질수록 악마의 히죽거림도 그만큼 더 징그러웠습니다. 그런데 악마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징그러운 모습에 그만 거울을 놓쳐버려 거울은 땅으로 곤두박질하여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전보다 결과는 훨씬 고약스러웠습니다. 모래알만큼이나 잘게 부서진 거울조각이 바람에 날려 사방으로 날아갔습니다. 그 작은 거울조각이 사람의 눈에 들어갔다 하면 도저히 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그때부터 주위 사물과 사람에게서 오로지 나쁘고 사악한 것만 보게 되었습니다.
항상 나쁜 것, 곧 악과 잘못된 것만 보는 습성은 자연스런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악마에게서 나옵니다. 오늘의 우리 정치는 정상이 아닌 눈에 정쟁의 악마의 거울 조각이 끼어, 국민들을 무시하는 도를 넘어 우롱하기까지 하며, 법을 만드는 국회가 가장 법을 많이 어기고 급기야는 법을 중단하는 탄핵 정국까지 몰고 가는 자포자기에 이르른 것입니다. 이것은 개혁에 대한 자포자기이기도 합니다. 우리 국민 각자는 자기 자신이 개혁의 시작이 되기 위해, 이번 총선에서 우리의 회개생활을 증거함으로써, 예수님께서 주신 1년의 유예기간동안 드디어 열매를 맺는 무화과나무가 되는 역사적 성과를 이룩해야 할 것입니다.
이는 바끌레이가 말한, 회개는 한사람으로 시작된다는 이야기와 같은 말입니다.사막에 살던 은수자 텔레마쿠스는 누군가에게 로마로 가야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로마로 갔습니다. 로마는 겉으로는 그리스도교화 되어 있었지만 검투사들은 서로를 죽이고 군중들은 피에 굶주려 아우성치는 잔인한 경기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경기장에 도착한 텔레마쿠스는 그곳에 8만여 명의 군중이 모여 있는 것을 보고 소름이 끼쳤습니다. '이 사람들이 서로를 죽일진대 하느님의 자녀들이라고 가만히 두겠는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원형경기장으로 뛰어내려가 검투사들 사이에 섰습니다. 사람들이 그를 한쪽으로 밀쳐냈지만 그는 또 다신 검투사들 사이에 섞여들었습니다. 흥분한 군중이 돌을 던지기 시작했지만 그는 검투사들 사이로 계속 들어갔습니다. 이윽고 로마를 다스리던 장관의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칼이 햇빛에 번쩍이는 순간 텔레마쿠스는 숨을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깊은 정적이 감돌았습니다. 그때서야 군중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달았습니다. 거룩한 사람이 죽어 누워 있었던 것입니다.
그 날 로마에서 일어난 일은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로마에서는 검투사 경기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의 죽음이 로마를 정화시켰던 것입니다. 개혁은 누군가가 시작해야 합니다. 그 일은 반드시 국가 차원에서 할 필요가 없습니다. 가정이나 일터에서 시작해도 됩니다. 한 번 시작하면 어디서 끝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지금 우리에게 그 어느 누구에게 대리 보속하는 희생의 회개생활이 따르더라도 개혁만이 우리를 부활 소생의 희망의 길목으로 들어서서 나아가게 하기 때문인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결론적으로 하느님께서 주시는, 일년이라는 마지막 회개의 은총을 놓쳐버린다면, 도끼에 나무 뿌리가 찍혀 잘라버려질 것입니다. 때는 늦으리! 영원한 후회도 전혀 소용이 없는 영원한 버림뿐입니다. 어찌 보면 자기 자신이 자기를 버린 현실결과란 말입니다.
주님께서 너그러우시고 자비로우시도다.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다가 왔도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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