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상지원단

2013.03.15 08:04

연중 제2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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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정철 요한 신부 kenosis1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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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됨의 시작(요한 1,35-42)

요한의 말을 듣고 따라온 첫 제자가 될 두 사람에게 예수님은 "무엇을 찾느냐?"(1,38) 물으십니다. 이는 "너희들이 궁극적으로 찾는 것이 무엇이냐?"는 의미입니다. 요한복음에서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대들이 동경하는 모든 것은 실제로 바로 나다. 세상 안에서 그대들의 … 갈망을 채워 줄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 모든 것은 실제로 환영일 뿐이다. 오직 내 안에서만 그대들의 갈망은 제대로 채워질 것이다."(예수-생명의 문, 안셀름 그륀)

제자 - 예수님과 함께 지내는 사람

공관복음에서 제자들은 예수님과 함께 지내는 사람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열 둘을 세우시고 그들을 부른 첫째 목적이 "그들을 당신과 함께 지내게 하시고"(마르 3,14), 라고 합니다. 가장 먼저, "함께 지냄"이 제자됨의 근본입니다. 예수님이 붙잡혀 간 후 따라온 베드로에게 하녀 하나가 묻습니다. "당신도 … 예수와 함께 있었지요?", 다른 하녀가 답합니다. "이이는 … 예수와 함께 있었어요."(마태 26,69.71.) 제자는 일차적으로 "함께 지내는 사람"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함께 지냄"을 더 심오한 차원에서 "머무르다"는 동사를 씁니다. "라삐, 어디에 묵고 계십니까?”(요한 1,38) 이 말은 유다인의 관용적 표현입니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해서 말씀을 듣고 삶을 같이 하려는 의향이 담겨 있습니다. 첫 제자들은 "그날 그분과 함께 묵었다."(요한 1,39)고 합니다. 성경에 ‘묵었다’로 번역되어 있는 그리스어 동사는 '메노'입니다. 요한복음에서 중요한 동사입니다. 이 동사가 신약성경에서 118번 쓰였는데 반 이상이 요한계 문헌에서 쓰입니다. '메노'는 "지속적으로 꾸준히 머무르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인격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예수님과 함께 있는 것을 말합니다.

예수님과 함께 머문다는 것은 사랑의 신비체를 이루는 삶을 지향합니다. 예수님 자신이 "성령께서 … 머무르시는"(요한 1,32) 분이기에 우리도 그분 안에 머물러 하느님의 신비 속에 머무는 것입니다. 이 하나됨은 "와서 보아라"라는 예수님의 초대에 "함께 묵었다."에서 시작됩니다. "함께 머묾"에서 그분 말씀을 듣게 되고 그분 말씀 안에 머물게 됩니다. "너희가 내 말 안에 머무르면 참으로 나의 제자가 된다."(요한 8,31) 나중에 예수님은 15장에서 13번이나 '메노'라는 동사를 써서 "내 안에, 내 말 안에,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물겠다."고 초대합니다. 제자되기는 "머물기"가 지속하는 과정처럼 하나의 과정입니다. 그것은 "제자가 되어가는 과정"입니다. 그러기에 그것은 듣는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입니다.

제자 - 말씀을 듣는 사람, "당신 종이 듣고 있습니다."

머무르는 것은 듣기 위해서입니다. 첫 제자 둘도 "함께 묵었다"는 것은 바로 말씀을 들음을 의미합니다. 베드로도 처음부터 듣는 존재가 되기 시작합니다. 1독서에서 사무엘이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존재가 되는데 긴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이미 오랜 시간을 엘리 밑에서 주님을 섬기고 성소에서 지속적으로 머물다가 말씀을 듣습니다. 네 번째 부르심에 말씀을 듣는 법을 배웁니다. "말씀하십시오. 당신 종이 듣고 있습니다."(1사무 3,10)

사무엘은 '듣는 존재'가 되었기에 또한 '선포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자신이 기름을 부은 사울 왕은 아말렉과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하느님 말씀을 듣지 않고 소와 양을 전리품으로 가져와서 하느님께 제사를 드리겠다고 합니다. 그러자 사무엘은 말합니다. "진정 말씀을 듣는 것이 제사드리는 것보다 낫고 말씀을 명심하는 것이 숫양의 굳기름보다 낫습니다."(1사무 15,22) 말씀을 듣는 귀가 열릴 때 하느님 뜻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귀를 열어주소서.

모세는 '나'를 중심에 둔 의로움이 산산이 부서지는 40년을 겪고 나서야 들을 귀가 열려 떨기나무에서 하느님 말씀을 듣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40년 광야의 정화를 거쳐서야 신명기에서 보는 것처럼 들을 준비가 됩니다. 또한 50년 바빌론 유배생활을 통해 말씀에 귀를 여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엘리야 예언자도 40일간의 사막 여정을 통해 "조용하고 부드러운 소리"(1열왕 19,12) 속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듣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도 십자가와 부활의 파스카를 거치고서야 귀가 온전히 열리게 됩니다.

하느님 현존에 머물러 그분께 귀기울이는 것이 제자됨의 시작입니다. 제자는 '듣는 존재'가 되어갑니다. 침묵 속에 머물러 그분의 현존 안에서 말씀을 듣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기도

주님 "당신 종에게 듣는 마음을 주시어"(1열왕 3,9) 제자의 길을 걷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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